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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오로지 커피만, 6시까지" 주택가 골목 카페가 도산공원 진출한 비결은

중앙일보 2019.09.17 01:00
신촌 주택가 좁은 골목,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으로 꼽히는 광화문, 트렌드에 민감한 신사동 도산공원. 교집합이라곤 없어 보이는 세 곳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페셜티 커피 ‘펠트’다. 2015년 유동 인구가 없던 창전동의 좁은 골목을 커피 한 잔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한 데 이어, 2018년 광화문, 2019년 도산공원에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카페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골목마다 카페가 들어선 국내에서 스몰 브랜드 펠트는 어떻게 승승장구하는 걸까.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이 오는 10월부터 열리는 <폴인스터디:스페셜티 커피로 비즈니스 하기>에서 카페 브랜딩이란 주제로 그에게 강연을 부탁한 이유다.   
송대웅 펠트 공동대표. [사진 펠트]

송대웅 펠트 공동대표. [사진 펠트]

펠트는 송대웅 대표와 매드커피로 이름을 알린 김영현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이들은 2014년 스페셜티 원두커피를 로스팅 공장부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로스팅을, 송 대표는 원두 납품을 맡았다. 그러다 1년 후인 2015년 9월 창전동에 쇼룸 개념의 작은 카페를 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피아노 학원 간판도 안 떼고… "커피 하나로 승부"

 
펠트의 등장은 동네 주민들에게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가 골목에, 기존에 있던 피아노 학원 간판을 그대로 붙인 채, 매장 안엔 편안하게 앉아 커피를 마실 공간도 없이 커피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둘 다 가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를 직접 해야 해서 멋진 인테리어는 꿈도 못 꿨다”고 회상했다. 함께 일하다 돈이 200만원 정도 모이면 철거 공사를 의뢰하고, 또다시 200만원이 모이면 전기 공사를 부르는 식이었다. 그 덕분에 소소한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의자도 없어 지인이 빌려준 벤치와 공사장에서 쓰던 사다리를 갖다 놓았다. 
펠트의 쇼룸이자 첫번째 매장인 창전점.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기존에 있던 피아노 학원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중이다. [사진 펠트 인스타그램]

펠트의 쇼룸이자 첫번째 매장인 창전점. 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기존에 있던 피아노 학원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중이다. [사진 펠트 인스타그램]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내심 ‘커피가 목적인 사람만 와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매장에선 펠트의 스페셜티 원두커피로 만든 커피 음료만 판매했다. 보통 카페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차나 에이드 등 다른 음료를 갖춘다. 매장의 영업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했다. 다른 카페들이 동네 사랑방이나 공부를 하며 커피 외에 공간을 파는 공간 비즈니스에 공을 들였던 것과 달리 펠트는 커피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커피 애호가들에겐 금세 입소문이 났다. 여기에 사진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끄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레트로 분위기의 펠트를 찾아오는 사람도 덩달아 늘었다. 송 대표는 “처음부터 창전동 매장은 쇼룸 개념으로 컨셉트를 정해, 우리 원두를 맛보고 이로 인해 납품할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창전동 매장 오픈 1년 만에 펠트의 원두 납품량은 3배 가까이 늘었다.
 

"스타 바리스타보다 브랜드를 키워야" 

 
송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물을 때마다 겸손하게 “운이 따랐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0여년 전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영국 유학 당시 경험한 런던의 커피 시장, 한국의 커피 전문점에서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생긴 그만의 원칙이 있었다. 먼저 스타 바리스타 대신 브랜드에 집중하는 것. 그는 “작은 브랜드가 커질 땐 오너 바리스타나 한명의 스타 바리스타에 집중해온 브랜드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종종 봤다. 
 
예를 들어 스타 바리스타가 매장에 없으면 ‘맛이 변했다’는 말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작은 규모의 브랜드를 유지할 거라면 상관없지만, 브랜드를 키울 거라면 사람보다는 브랜드 자체에 집중하는 게 좋단 얘기다. 실제로 송 대표는 사람들이 한 명의 바리스타가 아닌 펠트라는 브랜드로 인지하길 바랐다. 이를 위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사람이 커피를 만들더라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직원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나 복지에도 신경 쓰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두번째 매장인 광화문점. D타워 지하에 있다. [사진 펠트커피]

두번째 매장인 광화문점. D타워 지하에 있다. [사진 펠트커피]

다음은 맛. 송 대표는 “커피는 기호식품”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평이 나뉘는 존재란 얘기다. 그는 “커피 맛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단순히 맛이 있다와 없다로 구분할 수 없다. 이때부턴 맛 자체보다 맛있어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직접 산지를 찾아 농부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면서, 이로 인해 좋은 생두를 사용하며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였기에 맛 이후의 요소들도 고민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매장에서 공간의 경험을 파는 대신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음료를 팔지 않은 것이나 영업시간을 6시까지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편하게 앉아 수다 떠는 게 목적이 아닌 온전히 커피에 집중하게 하는 것도 커피를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계획이었다.
 
매장 오픈 후, ‘펠트’라는 브랜드에 매료된 기업들의 입점 제의가 이어졌다. 송 대표는 공간의 이미지, 상권, 함께 있는 브랜드의 캐릭터 등을 꼼꼼하게 따진 후 광화문, 도산공원 등 서울의 주요 상권에 매장을 열었다. 또한 펠트의 원두를 사용하는 곳은 더 늘었다. 한남사운즈의 콰르텟과 헬카페의 원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비롯해 작은 카페 등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곳에서 펠트의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사용한다. 펠트의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에 붙은 펠트 스티커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송 대표는 “펠트 커피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믿고 마실 수 있는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펠트 도산공원점. 패션브랜드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펠트]

펠트 도산공원점. 패션브랜드 준지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펠트]

송 대표는 <폴인스터디:스페셜티 커피로 비즈니스 하기>에서 더 많은, 그리고 구체적인 브랜딩 비결을 풀어놓는다. 스터디엔 펠트의 브랜딩을 비롯해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생두 비즈니스, 스트롱홀드 우정욱 대표의 로스팅 비즈니스, 노재승 블랙트라이브 대표의 플랫폼 비즈니스, 커피앳웍스 조방실 팀장의 서비스 차별화 등 스페셜티 커피를 주제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관점과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다. 스터디에서 오간 내용은 폴인의 웹페이지에서 스토리북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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