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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한·일전 ‘단판승부’ 가능성…“1심서 승부 봐야”

중앙일보 2019.09.17 00:03 경제 5면 지면보기
세계무역기구(WTO) 한·일전의 막이 올랐다. 한국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인 11일, 수출 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하면서다. 지난 7월 4일 일본의 선공(先攻)으로 시작해 두 달 넘게 주고받은 공방이 국제기구에서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일본에 맞설 한국의 전략과 전망을 전문가를 통해 들어봤다.
 

일본 WTO서 입김 세지만
현재까지 4건 모두 한국 승
공략 급소는 GATT 11조

먼저 주목할 건 싸움의 무대가 WTO란 점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유 무역을 옹호하고 불공정한 세계 무역질서를 바로잡는 게 WTO 설립 근거지만 무조건 취지에 따르는 건 아니다”며 “WTO는 최근 환경 보호라든지, 식량·안보 문제 같은 국가별 ‘정책 주권’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원칙론만 들이민다고 해서 반드시 먹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상대인 일본은 ‘무역 대국’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경제에선 한국이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을지 몰라도 일본은 외교 무대, 특히 WTO에선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강자”라고 말했다.
 
WTO 한·일전

WTO 한·일전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4년 김 쿼터 분쟁, 2009년 반도체 상계관세 분쟁, 2019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승소했다. 지난 10일엔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 밸브에 매긴 반덤핑 관세에 대해 일본이 제소한 건에서 WTO 상소 기구가 9개 쟁점 중 8개에 대해 한국 승소 판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부분 승소를 부각해 “일본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을 총괄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은 굉장히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하지만, 예상외 시나리오에 대한 반격에 허술한 면도 있다”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순발력과 유연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WTO 한·일전에서 정부가 ‘급소’로 공략해야 할 규정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WTO의 전신) 11조다. 회원국을 대상으로 수출입 수량의 제한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WTO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법률가는 “아르헨티나가 드러내놓고 한국 자동차 수출을 제한하지 않는 대신 자국 농산물을 사도록 하는 계약을 맺은 데 대해 수출을 제한한 효과가 있다고 WTO가 판단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일본도 수출을 당장 금지하거나 대놓고 제한하는 건 아니라서 이번 분쟁에서 중요한 참고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TO가 결론을 내기까지 2~3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라 ‘실익’이 적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에 대한 소급 적용은 안 되지만 한국뿐 아니라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나라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등 WTO 제소 파급 효과가 만만찮다”며 “일본이 보호무역을 거스른 데 대해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건 이번뿐 아니라 향후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단판 승부’가 될 가능성도 있어 1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WTO 분쟁 해결은 1·2심 구조인데 상소 위원 3명 중 2명이 올해 12월 퇴임한다. WTO 사정에 정통한 한 로스쿨 교수는 “미국이 상소 위원 선임을 거부해 2심 자체가 구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1심 결과에 한·일 양국이 승복할 경우, 한쪽이 거부하더라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상소 기구를 대체할 임시 기구가 2심을 맡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어 1심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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