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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의 이코노믹스] 아무리 둘러봐도 당분간 주식시장엔 희망이 안 보인다

중앙일보 2019.09.17 00:02 종합 24면 지면보기

악재 켜켜이 쌓이는 한국 증시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지난달 초부터 코스피지수는 추석 직전까지 100포인트 넘게 뛰었다. 상승 기간을 고려하면 폭등이라고 해도 좋다. 이쯤 되면 전망을 낙관하는 투자자들도 있을 법하지만, 증시 상황을 보면 그런 낙관론이 설 자리를 크지 않다. 이번 주가 상승이 단기 반등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악의 실적, 기업 순익 44% 감소
G2 무역전쟁 격화…세계경제 둔화
한국 경제 성장률 2% 유지 힘겨워
그나마 괜찮은 투자는 배당주 정도

부정적 요인은 무엇보다 이익둔화 우려다. 지난해 1월 말 이후 주가 속락은 이익 감소 때문이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시장 소속 12월 결산법인(금융을 제외한 557개사의 연결실적)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3.5% 격감했다. 지난해의 경우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순이익 감소는 23.5%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소속 1153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5.6% 줄었고, 지난해 순이익도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대다수 업종의 이익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수출 지향형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계 경기의 둔화 때문이다. 현재 세계 경기는 빠르게 둔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올해 세계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 3.9% 대비 0.7%포인트 낮춘 것으로, 내년에는 더욱 암울하다. IMF는 미국 성장률을 올해 2.3%에서 내년 1.9%로 낮췄다.
 
미국 경기 둔화는 세계 경기에 직격탄을 날린다. 1980년 이후 미국과 선진국 성장률 저하 기간 중 세계성장률이 전년보다 높은 적은 2007년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내년 국내 성장률은 올해 수준 내외일 듯한데, 올해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최저인 2% 내외로 추정된다. 지난해 2.7%를 크게 밑돈다. 또 2005년 이후 세계경기 둔화 기간에 국내  경기가 세계 경기보다 더 압박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악화할 수 있다. 내년 성장률이 1.4%에 그친다는 예측(산업연구원 강두용 선임연구위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선 시장 전체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 부채 축소에 열중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의 세계적 부채 축소 때문에 몇 년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대다수 국가는 부채로 소비와 복지를 늘리고 부동산을 매입했다. 문제는 부채 축소가 소비 둔화를 동반할 뿐 아니라 한 번 부채 축소가 시작되면 몇 년씩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IMF는 선진국 경기가 이런 식으로 2023년까지 둔화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로 세계부채 규모는 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주요 44개국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권 부채는 158.6%에 달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54.5%를 정점으로 2014년에 141%로 줄었던 부채가 지난해 151.3%로 다시 늘어났다. 그래서 대다수 국가가 부채관리에 나서면서 세계 각국의 소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부채로 유지되던 세계 경제가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세계적 부채 축소는 늘 한국에 부담을 줬다. 그 사례는 44개 국가의 비금융권 부채 비율이 2009년 154.5%에서 2014년 141%로 축소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부채 축소로 인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2012년에 2.8%로 줄었다. 2015, 2016년에는 각각 -11.5%, -5.7%로 악화했다. 국내 성장률은 2011년 3.7%에서 2012~2016년에는 2.4~3.2%로 둔화했고, 기업 이익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2231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가 2011년 9월~2016년엔 크게 1850~2080에서 등락했고, 나쁠 때는 1644까지 떨어졌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반면 2015~2017년 44개국의 부채는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었던 시기였다. 이에 힘입어 2016년 4분기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로 전환되고, 2017년 수출은 13.4% 증가했다. 그 결과 2017년 기업이익이 급증했고, 코스피지수는 2607까지 올랐다. 이처럼 세계적 부채 증감과 주가는 연관성 높다.
 
한편 미·중 무역마찰이 완화하면, 경기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무역마찰이 누그러져도 세계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될지 의문이다. 무역마찰 때문에 세계 경기가 둔화한 게 아니라, 각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무역마찰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즉 무역마찰이 완화해도 부채로 인한 소비둔화가 세계 경기를 계속 억누를 것 같다. 상당 기간에 걸쳐 주가에는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주가 더 내려가기는 어려울 듯
 
다만 주가의 하방 경직성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에 긍정적 요인도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우선 9월 9일 현재 0.83배에 불과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1주당 순자산)이 주가 하락 억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151개사의 경우 순현금 자산이 이들 기업 시가총액보다 많다. 극단적 주가 저평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배당액 기준이지만 배당수익률이 2.2%인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배당이 지난해보다 줄어도, 배당수익률이 은행 저축성 예금금리 1.7%(7월 평균) 정도는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낮은 금리가 주가에 긍정적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1주당 순이익/주가)는 금리로 여겨질 수 있다. 1주당 순이익은 이자, 주가는 예금원금으로 간주하기 때문인데, 올해 예상 이익 기준 PER(주가/1주당 순이익)은 11.3배다. PER 11.3배를 금리로 환산하면 8.8%다. 이 때문에 금리보다 주식이 엄청 매력적이다. 물론 금리가 낮아도 이익이 늘지 않으면 추세적 주가 상승은 힘겹다.
 
그러나 낮은 금리의 주가 하락 억제력은 매우 크다. 2011~2016년의 이익감소·답보 기간에 주가는 일정 범주에서 등락했다. 당시 이익은 여의치 않았지만, PER의 역수가 금리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주가 하락 폭이 이익 감소 폭보다 적었던 것도 낮은 금리 덕이었다.
 
주가의 추세적 상승전환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세계 부채 규모가 줄었지만, 부채의 절대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즉 부채축소 완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기업이익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낮은 금리와 주가 대비 높은 자산가치, 배당이 과도한 주가 하락을 억제해 줄 듯싶다. 큰 구도 측면에서 주가는 2011~2016년처럼 일정 범주에서 등락할 공산이 크다.
  
주가 오르길 바라면 기업 수익 개선해야
주가는 기업이익을 가장 중시한다. 이는 코스피지수의 정점과 바닥이 분기별 이익의 정점과 저점 전후인 점에서 엿보인다. 그런데 2017년처럼 주가 상승 기간에는 이익 성장성을 과하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이익이 당장은 미흡해도 향후엔 클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런 투자성향과 당시 주식시장 전반의 상승 분위기가 맞물리면, 성장성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종목들이 급등하곤 했다.
 
그러나 경기가 둔화하면, 성장의 실체가 결여된 종목은 폭락했다. 이번에도 코스닥 제약업종의 성장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 결과 9월 9일 현재 제약 업종주가는 최고대비 51% 하락했다. 사실 그 이전엔 더했다. 1984년 11월~1989년 3월에 증권업 지수가 68배나 올랐지만, 그 이후 92% 하락했다. 1999년 3월~2000년 1월에 593% 상승했던 코스닥 IT 업종이 그 이후 94% 하락했다.
 
이같이 통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으로 포장된 종목들이 여전히 주요 투자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유혹은 뿌리쳐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못한다면, 애널리스트들이 매달 수정하는 각 기업의 미래이익(예컨대 내년 이익) 전망 추이를 추적했으면 한다. 투자대상 종목의 미래이익이 수정될 때마다 상향되는지를 살피는 방법이다. 미래이익이 꾸준히 상향된 종목의 성과는 대체로 원만했기 때문이다. 또 이익추정치 상향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특정 종목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 근거 있는 투자를 권하고 싶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대표.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출발해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우리선물 대표이사 등을 지낸 증권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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