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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월 27만원 ‘관제’ 노인 일자리가 만든 신기록

중앙일보 2019.09.17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고령층 취업자 증가폭이 7개월째 신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세금으로 메운 ‘착시 효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울산 태화강 정원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모습. [사진 울산시]

고령층 취업자 증가폭이 7개월째 신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세금으로 메운 ‘착시 효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울산 태화강 정원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모습. [사진 울산시]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가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60세 이상의 고용률도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일자리 대란’이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는 데는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0세 이상 고용률 43%의 속내
놀이터·교통 지킴이, 꽁초 줍기 등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 늘린 효과
3040은 23개월째 감소 현실 왜곡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만2000명이나 증가한 49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는 198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으며,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2월(39만6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매년 같은 달끼리 비교하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2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도 지난달 23만8000명 증가한 269만1000명을 기록하며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고령 취업자가 늘면서 60세 이상의 고용률은 43.0%를 기록하며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전체로는 올해 6월(43.2%)에 역대 두 번째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월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우선 인구·사회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60세 이상 고령층은 대거 늘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이 적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올들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고령층 고용지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들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고령층 고용지표,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노인 일자리도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걷이 등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초단기 일자리가 늘면서 통계상 60세 이상의 고용지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2010년대 이후 10만~20만명대 사이를 오갔던 60세 이상의 신규 취업자 수(전년 동월 대비)는 올해 노인 일자리 사업이 본격화한 2월부터 30만명대로 급증했다. 고용률도 올해 2월 이후 계속 전년 동월 대비 1%포인트 이상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는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시니어들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은퇴 후 노인 빈곤 문제를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올해 같은 흐름은 이른바 ‘관제(官製)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단기·단순노동·저임금 위주로 일자리가 늘다 보니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는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51만 개, 올해 64만 개, 내년 74만 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일자리 가운데 약 70%(올해 기준)는 하루 2~3시간 일을 하고 월 27만원을 받는 9개월짜리 한시 일자리들이다.
 
더 큰 문제는 통계 착시와 세대·부문별 왜곡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8월 60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평균 35만4500명으로 전체 연령의 증가 폭(24만9100명)을 훌쩍 넘는다.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신규 취업자 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셈이다. 이에 반해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30·40대의 일자리는 2017년 10월 이후 23개월째 동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경기 부진 상황에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단기 노인 일자리 사업이 취업자 수를 떠받치는 패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안 좋은 신호”라며 “이런 일자리 증가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위축시켜 고용 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라 살림에 부담을 준다”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용회복 뚜렷…국민에게 선물” 전문가 “청년실업 심각, 국민체감 차이” 
 
청와대와 정부는 최근 고용 지표 개선에 대해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15일 “(8월 개선된 고용지표가) 국민에게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 됐다”며 “월별로 등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고용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에 앞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고령화 진행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며 “고령층 비중에 대한 논란보다는 그 연령층에 시장에서 가능한 일자리가 얼마나 있을지 부족한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어떻게 보완해 주는 게 좋을지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기간을 9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2022년 80만 개 노인 일자리를 지원하기로 한 계획을 1년 앞당겨 2021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통계상 수치를 개선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에 재정을 더 많이 쏟아붓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하고 청년 실업이 여전히 심각한데, 정부는 급조한 단기 일자리가 늘었다는 이유로 ‘고용이 개선됐다’고 한다”며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과 차이가 클 수밖에 없으며, 지속가능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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