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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전면 재검토해야"…'부동의' 통보

중앙일보 2019.09.16 14:50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모식도. 오색~대청 탐방로를 가로질러 끝청까지 설치되는 3.5km의 케이블카다. [자료 환경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모식도. 오색~대청 탐방로를 가로질러 끝청까지 설치되는 3.5km의 케이블카다. [자료 환경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38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단체는 환영, 주민은 반발
환경부 "대안 개발사업 찾겠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청장 박연재)은 16일 “설악산 오색 삭도(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 설악산 국립공원계획 변경 부대조건 이행 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시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우려돼 본 사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가 '부동의'한 것이다.
 

"부대조건 이행 미흡"

지난 5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주민대책위는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 끝장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강원행동, 케이블카반대주민대책위는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백지화 끝장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설악산 오색 삭도 설치사업은 설악산 오색지구~끝청 구간을 잇는 3.5㎞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다.
사업자인 강원도 양양군은 2016년 5월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한 차례 보완을 거쳤다. 
양양군이 2016년 11월부터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작업에는 ▶동‧식물상 현황 정밀조사 ▶공사·운영 시 환경 영향예측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대책 ▶공원계획 변경 승인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이 포함됐다.
부대조건은 2015년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사업 승인을 내주면서 제시한 7가지 조건이다.
 
양양군은 지난 5월 16일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최종 제출했고, 이후 원주환경청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간 환경단체 등에서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탐방객 급증으로 인한 끝청~대청 구간 생태계 파괴, 설치 과정에서 오색지구 내 생태계 교란' 등 문제를 지적해왔다. 

 

환경부, '훼손 우려'에 한 표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강원도와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 예정지에서 환경단체가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제공=연합뉴스]

원주환경청은 “설악산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자연환경‧생태경관적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곳” 이라며 “국내 생물 종의 약 10%인 총 501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38종, 천연기념물 17종, 희귀식물 118종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서 자연 생태계의 질을 보전‧관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원주환경청은 “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종(13종)·천연기념물(6종)·희귀식물(26종)의 서식지·분포지로 확인돼, 사업 시행시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대책, 탐방로 회피 대책 등이 적정하게 수립되지 않아 설악산의 동·식물, 지형 등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동의 이유를 밝혔다.
그간 제기돼온 자연환경 파괴 우려에 환경부가 처음으로 적극적인 ‘훼손 우려’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설악산 가치 저평가, 전문가들도 반대"

기존에 있던 권금성 케이블카와 오색 케이블카 위치를 표시한 것(노란 점선). 오색케이블카는 기존 케이블카보다 훨씬 산 가까이에서 출발해, 더 긴 거리에 걸쳐 설계됐다. 그만큼 환경파괴 우려도 거세게 제기돼왔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기존에 있던 권금성 케이블카와 오색 케이블카 위치를 표시한 것(노란 점선). 오색케이블카는 기존 케이블카보다 훨씬 산 가까이에서 출발해, 더 긴 거리에 걸쳐 설계됐다. 그만큼 환경파괴 우려도 거세게 제기돼왔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또한 한 번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거친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현황조사, 영향예측, 저감방안 등이 적정하게 수립·제시되지 않았고, 계획 및 입지가 적정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박연재 원주지방 환경청장은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승인 당시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당시 승인 때 설악산 환경 가치가 저평가된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며 "갈등조정협의회 등에서도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하는 양양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간의 견해차가 커, 원주청은 양측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열어 논의를 진행해왔다.
14명의 위원 중 부동의(4명), 보완 미흡(4명), 조건부 동의(4명) 의견을 냈고, 원주청 소속 위원 2명은 의견 표명을 보류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2/3의 비율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셈이다.
 
원주청은 “객관적‧과학적 절차에 의해 결론에 도달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법' 제31조(조정 요청 등) 규정에 따라 통보받은 협의 내용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면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환경부 장관에게 협의 내용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대한 방향설정과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양양군 주민들이 오색삭도 사업을 통해 얻고자 했던 ‘지역경제 활성화’ 목표에 대해서는 “국립공원 저지대 탐방로 사업 등 대안 사업을 여러가지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산양 서식지 등 설악산 환경 파괴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온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정인철 상황실장은 "객관적인 조사결과와 전문가 결론이 있었기 때문에, 공정하게 절차에 따라 내려진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업 추진은 제동이 걸렸지만 앞으로 지역 주민들과 대안 논의 등 아직 남은 산이 많아,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입로 폐쇄" 양양 주민들 큰 반발

지난달 27일 상경집회를 나선 강원 양양주민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관련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원안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양양군 제공=뉴스1]

지난달 27일 상경집회를 나선 강원 양양주민들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관련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원안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양양군 제공=뉴스1]

강원 양양군 주민들은 환경부의 이번 결정에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과 설악산 폐쇄 조치를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환경부 등 관계기관의 사업 계획 보완조치를 꾸준히 이행해 왔는데, 갑자기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린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준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장은 “환경부의 부동의 결정에 피가 꺼꾸로 솟는 기분”이라며 “무려 24년 넘게 주민 숙원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을 보완 조치가 아니고, 부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양양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사업 결정이 나면 문재인 대통령 잘한다고 플래카드 500개를 붙이려 했는데, 이제 문재인 정부와 환경부 장관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며 “양양 지역에 있는 남설악 진입로를 폐쇄하고 자발적으로 해 온 산악구조 활동과 환경 정화 활동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양군청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전 정권의 ‘적폐 사업’으로 몰려 좌초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철래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장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은 법원의 판정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정을 받은 적법하게 인정한 사업”이라며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환경부에서 보완을 하라고 통보한 상황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부동의했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 사업을 적폐 사업으로 규정했는데, 이런 기류가 부동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된 처분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김정연·최종권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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