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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까지 배달되는 커피…요즘 배달 안 되는 건 무엇?

중앙일보 2019.09.16 13:00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35)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얼음도 떨어지고 어쩐다?'

무더웠던 어느 주말, 점심을 먹고 나니 시원 달달한 게 무척이나 당겼다. 뭣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냉장고에 얼음을 채워 넣지 않은 게 생각났다. 그때 아들이 하는 말 "배달시킬까요? 마침 할인쿠폰 나오는 날이거든요." 
 
배달이라고? 그러니까 커피를 집으로 시켜 먹겠다는 얘기인가? 사무실도 아니고 가정집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 꼰대'인 우리 부부는 커피 보온병을 보자기에 싸 들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음이다. 요즘 세상에 배달 안 되는 게 어딨냐며 아들은 휴대폰을 몇 번 누르더니 주문 완료 화면을 보여준다.
 

헬멧 쓴 배달원이 건네준 얼음 동동 커피

배달앱으로 커피를 주문하자 채 10분도 안 되어 시원한 냉커피가 도착했다/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배달앱으로 커피를 주문하자 채 10분도 안 되어 시원한 냉커피가 도착했다/갤럭시탭S3 아트레이지. [그림 홍미옥]

 
요즘 TV에서는 추억의 드라마가 종일 방송 중이다. 엊그제 본 드라마 '전원일기'에선 타작 마당에 커피 배달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짧은 스커트에 진한 화장을 한 앳된 다방 아가씨로 인해 양촌리(극 중 마을) 청년들 사이에는 한바탕 난리가 났음은 물론이다.
 
우리도 그런 장면을 상상했을까? 십 분쯤 지났나 보다. 성급하게 초인종이 울린다. "커피 시키셨죠." 우렁찬 목소리의 배달원은 지구별을 수호하는 후레쉬맨 같은 헬멧을 쓰고 있다.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닥대던 청년은 미처 인사를 할 틈도 없이 가버렸다. 그가 건넨 종이박스 안에는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냉커피가 얌전히 들어있었다. 그동안 자장면이나 족발 등은 수도 없이 배달해 먹었지만 이런 디저트 음료까지 배달이 되는 줄은 몰랐다. 
 
우리는 배달 커피가 웬 말이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우리만 모르는 세상이었나보다. 커피나 디저트가 배달시장에 나온 지는 한참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사무실이나 가게뿐만이 아니라 일반가정에서도 주문이 밀려든다니 나만 모르는 세상이었나 보다.
 
종이상자에 조심스레 담겨온 커피와 덤으로 쿠키와 친절한 메모, 요즘 배달품목 중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진 홍미옥]

종이상자에 조심스레 담겨온 커피와 덤으로 쿠키와 친절한 메모, 요즘 배달품목 중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진 홍미옥]

 
"골목 끝에 장미꽃 피는 집 아시죠? 자장면 두 그릇만 갖다 주세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당시(70년대)에는 오토바이로 하는 신속배달이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처럼 구글 맵이 있기를 하나, 주소 지번이 정확하기를 하나, 하지만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어느 골목 끝 집이나 길가 두 번째 집, 파란 대문집 등이 그걸 대신했다. 
 
중국집 배달원은 자전거를 타거나 직접 철가방을 들고 오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장미꽃 피는 집을 찾아온 자장면은 퉁퉁 불어있기가 다반사였지만 그 맛만은 최고였다. 물론 겨울이면 '장미꽃 폈던 집'으로 우리 집 배달주소는 바뀌었음이다.
 
당시 생각나는 배달풍경이 몇 가지 있다. 커다란 짐 자전거에 쌀가마니를 싣고 땀을 뻘뻘 흘리던 쌀집 아저씨, 겨울이 다가오면 리어카에 연탄이나 김장거리를 한가득 싣고 다니는 일명 '리어카꾼' 아저씨들이 그들이다.
 

도대체 배달이 안 되는 건 무엇? 

서울의 한 도서관 정문에는 관내의 상인들에게 직접 책을 배달해 준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홍미옥]

서울의 한 도서관 정문에는 관내의 상인들에게 직접 책을 배달해 준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홍미옥]

 
자주 가는 구립도서관의 현수막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책을 가게로 배달해 드립니다.' 서점도 아니고 구립도서관에서 책 배달이라니! 살짝 놀라웠다. 도서관 근처엔 제법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 있다. 온종일 소란스럽고 분주한 시장에 책 배달은 정말 신기하고도 재밌는 발상인 듯하다. 잠시 틈을 타 책을 읽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정말 요즘에 배달하지 못하는 건 뭘까? 차례상이나 제사음식 배달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세상이 되었다. 조만간 해외토픽에서나 봤던 가사도우미 배달 로봇도 조만간 경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편리한 세상, 배달종사자들이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배달시장이 커질수록 배달종사자들의 고충도 커진다고 한다. 얼마 전 한 기관에서 한 배달원 업무 환경조사를 했다. 배달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놀랍게도 '인격모독'이었다. 또 가장 행복한 순간은 '고객의 따뜻한 미소와 말 한마디'라는 결과였다. 눈비 오는 악천후보다, 복잡한 도로 막힘보다 힘든 건 배달원과 고객 사이의 소통이었나보다. 참 편리한 세상이지만 서로의 이해가 절실한 지금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시원한 냉커피를 석잔 주문했는데 덤으로 커피 한 잔과 쿠키가 왔다. 냉큼 달아나버린(?) 듬직한 배달원 청년에게 인사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청년! 잘 마실게요.'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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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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