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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망사고엔 윤창호법 적용? 경찰 기록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9.09.16 05: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음주운전 피해자 고 윤창호 군의 친구 김민진 양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윤창호법'의 처벌 수준 상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음주운전 피해자 고 윤창호 군의 친구 김민진 양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윤창호법'의 처벌 수준 상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경기 용인시 한 도로에서 A씨(41)가 운전하던 차량이 신호 없이 길을 건너던 대학생 B씨(22세)를 들이받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7%였다. 시속 110km로 달리던 A씨는 뒤늦게 B씨를 발견했지만 피할 수 없었고 B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전에도 5차례의 음주운전 적발 경력이 있던 A씨는 법원에서 징역 10월이 선고됐고 올해 7월 확정됐다.
 

걸음걸이·냄새 등 경찰 조서 근거
‘정상 운전 곤란’ 검사가 입증해야
증명 못해 기존 교통법 적용 많아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개정 특가법 5조11항)으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법이 강화됐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처벌의 수위를 높인다는 취지다. 법 시행 이후 많은 시민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윤창호법이 적용돼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음주 사망 사고=윤창호법 적용’ 아냐…왜?

제2 윤창호법 개정 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제2 윤창호법 개정 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A씨는 윤창호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현행법상 A씨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기 때문이다. 윤창호법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교통사고특례처리법(치상/치사) 및 도로교통법(음주운전)을 적용해 처벌할 수도 있다. A씨는교특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교특법상 치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이다. ‘음주 사망 사고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진 윤창호법이 무색해진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면 특가법으로 기소한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처럼 혈중알코올농도가 0.1%를 넘더라도 윤창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다. 특가법으로 처벌하려면 자동차사고를 낸 당시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이 입증은 주로 사고 당시 기록에 근거한다. 음주 교통사고 시 경찰이 음주 정황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때 ▶얼굴이 붉다 ▶걸음이 비틀거린다 ▶술 냄새가 많이 난다 등 당시 운전자의 정황을 쓰고 이를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다는 증거로 법정에서 사용하게 된다. 경찰 수사에서 음주 정황을 어떻게 기록하고 또 이를 검찰이 어떻게 기소하는지에 따라 윤창호법 적용을 받을지 교특법 적용을 받을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대법원 "음주로 운전 곤란 단정 안 돼"…파기환송

백종건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개정 특가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쌓여야 안심하고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혐의 증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소극적으로 기소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통사고 사건을 맡는 한 판사는 "음주나 약물로 운전이 곤란했다는 증명이 되지 않으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법정에서 변호인들이 이를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특가법 적용이 파기환송된 사례가 나왔다. 2016년 김모(68)씨는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당시 김씨를 특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김씨가 사고 당시 발음이 부정확하고 얼굴이 붉은 점, 술 냄새가 나는 점 등을 담은 보고서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1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2심은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가법 적용에는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을 넘었는지는 관계없다"며 "실제 음주로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점이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상황을 명확하게 주장한 김씨가 음주 때문에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국 검찰은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김씨에게 교특법을 적용했다.
 
일부에서는 음주운전 교통 사망·상해 사고를 두 가지로 기소할 수 있게 한 현 제도가 피고인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형법상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가법의 취지가 기존 처벌 조항의 빈틈을 가중ㆍ보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 상황에 맞게 기소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음주교통사고 사건을 주로 맡는 현승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세웅)는 "여러 범죄 유형을 단편적인 하나의 죄로만 규정을 하면 법률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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