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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학교 폭력 자체 해결 제도, 교육 회복의 계기 돼야

중앙일보 2019.09.16 00:09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달 2일 국회에서 학교의 자체 해결 권한을 높이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며, 지난 1일부터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학교장 자체 해결 제도’가 시행되었다. 행정적 준비가 필요한 세 가지 제도적 변화는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교장이 경미한 학폭 자체적 대응
화해와 교우 관계 회복 끌어내길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학교 자치위원회 심의 기능이 교육지원청에 이관되고,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이 조치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재심 절차가 일원화되며,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에서 학부모 위원을 3분의 1로 하향 조정하여 전문가 참여가 늘어난다.
 
2004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2011년 말 대구에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잇따른 자살로 이어지면서 학교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2012년부터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zero tolerance)’을 천명하고, 자치위원회의 가해 학생 조치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등 법 적용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정책 시행으로 교육부의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이 낮아지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학교 폭력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의 엄격한 정책 시행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학교 구성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부정적 효과도 초래하였다. 학교에서 학교 폭력은 교육 대상이 아니라 법적 절차에 따른 행정사항으로 변질하였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친구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을 모두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고 자치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함으로써 교우 관계를 회복시키는 교육적 노력은 사라졌다. 아이들은 다툼 후에 화해하고 잘 지내지만 부모들의 싸움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경미한 사안을 화해시키면 해당 교원은 잠재적 범법자가 된다. 실제 2017년 교사가 화해시킨 사안이 학교 폭력 사건의 은폐로 언론에 보도되고 그 교원이 징계를 받게 되면서 자치위원회 심의 건수가 전국적으로 급증하였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학교장 자체 해결 제도는 학교의 교육적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경미한 사안’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자체 해결 대상 사안은 ‘2주 이상의 진단서 발급이 없고, 피해가 즉각 복구되고, 지속적이지 않으며, 보복행위가 아니어야 한다’고 법률로 제한하였다.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도록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학교장 자체 해결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해당 학생들 사이의 교우 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교의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제도 개선은 학교 폭력에 대한 ‘엄격한 대응과 처벌 중심의 행정 패러다임’이 ‘화해와 교우 관계 회복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의미를 갖는다. 일부 학부모와 전문가들은 자체 해결 제도가 학교 폭력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 화해를 종용하거나 피해 학생의 동의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 사이에 경미한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의 교육력을 발휘하여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으로 부각된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적 기회가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도 새로운 제도의 전면 도입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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