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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테러, 한국도 안심 못한다…군 "3m 이하 땐 식별 못해"

중앙일보 2019.09.15 16:27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안티드론(아군을 위협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것)을 적극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의 드론 공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드론 방공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불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불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北 드론 개발 공들이는 정황 속속 포착
韓 드론용 레이더 긴급 배치했지만 미흡 수준
공세적 드론뿐 아니라 방어적 대(對)드론 기술개발 적극 나서야

예멘 반군은 14일(현지시간) 드론 10대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1000㎞ 가까이 되는 사우디 영공이 예멘 반군의 드론에 무방비 상태로 뚫린 데 이어 기간 시설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번 공격으로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같은 드론 전쟁은 중동에서 이미 본격화되는 형국이다. 2018년 7월과 지난 5월에도 예멘 반군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정유 시설을 공격한 바 있다. 예멘 반군은 지난 1월에도 드론으로 예멘군 퍼레이드를 공격해 고위 장교를 포함해 6명을 사망케 했다. 열세에 놓인 공중 장악력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산 등 저가용 드론을 자폭용으로 활용한 결과다.
 
국방부가 2017년 6월 21일 오후 서울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를 공개했다. [중앙포토]

국방부가 2017년 6월 21일 오후 서울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를 공개했다. [중앙포토]

한국 역시 드론 공격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북한의 움직임 때문이다. 2014년부터 서해 백령도, 경기 파주 상공에 드론을 띄운 북한은 2017년에는 드론을 이용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기에 이르렀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2016년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찰 및 공격용 대형 드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농축우라늄으로 만든 ‘더티밤(dirty bomb)’ 탑재 드론이 북한에서 개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2017년 발견된 북한 드론은 2014년 발견된 드론보다 엔진성능이 향상돼 비행 가능 거리 역시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북한이 이 분야에 공을 들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육군이 지난해 10월 드론봇 전투단을 출범시켜 미래전을 준비하고 있다. 보병대대와 기계화보병대대에 배치된 드론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방사포기지를 겨냥하는 장면이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2014년 9월 15일 백령도 서쪽 수중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잔해(왼쪽)과 같은해 원산 송도원국제야영소 개관식 당시 모형항공기 시범에 등장한 북한 무인기 [중앙포토ㆍ조선중앙TV 캡처]

2014년 9월 15일 백령도 서쪽 수중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잔해(왼쪽)과 같은해 원산 송도원국제야영소 개관식 당시 모형항공기 시범에 등장한 북한 무인기 [중앙포토ㆍ조선중앙TV 캡처]

 
문제는 공세 기술이 아닌 방어 기술에 있다. 드론에 대한 방어가 탐지 단계부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형 드론의 경우 레이더반사면적(RCS)이 작아 군 당국이 운용 중인 일반 방공 레이더로는 탐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공 비행체를 탐지해 공격까지 가능한 대공무기 비호의 레이더도 소형 물체를 식별하는 데는 취약하다.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의 레이더로는 크기 3m 이하 물체 식별이 어렵다”며 “2014년과 2017년 북한 드론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국 상공을 유유히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과 13일 1급 국가 보안시설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일대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체가 출몰한 것도 이 같은 탐지 능력의 취약점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이스라엘제 드론 테러 방어용 탐지레이더를 청와대 등 수도권의 핵심 방어 시설 중심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DL 전체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역량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소형 드론을 포착하는 국지방공레이더를 충분히 양산해 MDL을 따라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론이 MDL을 지날 경우 대응 방식에도 연구가 필요하다. 드론이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진입하면 파편 문제 등으로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드론에 대한 전파교란 기술 등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강제 착륙 등 대응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 배후에는 이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이란과 협력을 통해 드론 기술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우리 군도 드론 방공 시스템 구축에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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