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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방북단, 최용해 만날 듯"…그뒤엔 北 비밀접촉한 기타무라

중앙일보 2019.09.15 14:57
지난해부터 북·일 접촉의 창구역을 맡았던 기타무리 시게루(北村滋) 전 일본 내각정보관이 신임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북·일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일본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측도 이들을 예우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일교섭 주역 가네마루 신 차남 방북
소식통 "최용해 만나 북 메시지 전달"
국회의원 출신 의사대표단도 이달 방북

NSS 신임 국장 기타무라 '막후' 지목
김성혜와 베트남 비밀접촉 주인공
북일관계 지렛대로 한국 압박하나

 
14일 고(故) 가네마루 신(金丸信) 전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 가네마루 신고(金丸慎吾)를 대표로 하는 일본 방북단 60여명이 평양에 도착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19일까지 북한에 머물면서 가네마루 신의 탄생 105주년이 되는 17일에 평양에서 기념행사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가네마루 신은 1990년 9월 자민당과 사회당 대표단을 대거 이끌고 방북, 김일성 주석과 회담한 뒤 '북·일 수교 3당 공동선언'을 끌어내는 등 북·일 외교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차남인 신고는 당시 비서 자격으로 부친의 방북을 수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행을 이끌고 방북,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 대사를 만나기도 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15일 "이번에는 방북단이 최용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안다"며 "그 자리에서 평양의 메시지가 (일본 측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최근 일본 인사가 접촉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될 전망이다.

 
고(故) 가네마루 신(金丸信·1914~1996)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인 가네마루 신고 씨가 14일 오후 일본 방북단 60여명을 이끌고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베이징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고(故) 가네마루 신(金丸信·1914~1996) 자민당 부총재의 차남인 가네마루 신고 씨가 14일 오후 일본 방북단 60여명을 이끌고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베이징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가네마루 신고는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간다고 해서 북·일 관계가 움직인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그런 환경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 말에는 일본의사회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대북 의료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방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요코쿠라 요시다케(横倉義武) 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사회가 의료지원을 목적으로 북한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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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엔 자민당 참의원을 지낸 미야자키 히데키 (宮崎秀樹) 전 의사회 부회장 등 국회의원 출신 인사 7명이 동행한다. 이들 전직 의원은 북측에 일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고 일본인 납치, 핵·미사일 문제 해결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요코쿠라 회장이 북한과의 의료 교류에도 의욕적"이라며 "일본 의사 파견이나 북한 의료관계자 연수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번 대표단 파견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일본 방북단의 방북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기타무라 신임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의 '막후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기타무라는 지난주 개각에서 5년 8개월간 이 자리를 맡아온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기타무라는 외무성이 아닌 첫 경찰청 출신의 NSS 국장이다.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우리로 따지면 국가안보실장에 해당한다. 이 자리를 외교관이 아닌 경찰 출신이 맡는다는 점에서, 일본 외교가는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 정보관 [사진 내각관방 홈페이지]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 정보관 [사진 내각관방 홈페이지]

 
아베 제1차 내각에서 총리비서관으로 아베 총리와 인연을 맺은 기타무라는, 아베 총리가 가장 많이 만난 참모다.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약 4년간 총 659번을 만났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서훈 국정원장과 단독으로 만나기도 했던 그는 대북관계에서도 개인적으로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겠다”며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밝힌 뒤 몽골 등에서 북·일 접촉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늘 거론되는 것이 기타무라였다. 실제 그는 외무성을 제치고 지난해 7월 당시 북한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과 베트남에서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기타무라(左), 김성혜(右)

기타무라(左), 김성혜(右)

 
이 같은 일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선 북·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이 소원해지고 있는 사이 대북관계에서 일본 정부가 목소리를 키움으로써 한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계산에서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일간에 안보적으로 대화가 진전된다면 한국으로선 상당히 고립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면서 “한·일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촉구하는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교 소식통은 “가네마루 차남의 방북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닌 만큼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눌 지 주목해야 한다"며 "연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진심으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인지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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