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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공격에 사우디 생산 원유 절반 불탔다···월요일 유가 비상

중앙일보 2019.09.15 06:46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불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불에 휩싸여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 시설과 유전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에 휩싸였다. 예멘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화재로 석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줄어들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세계 생산량 1% 유전, 최대 석유시설 공격
예멘 반군 소행, 위성서도 불길 보일 정도
"사우디 석유 생산량 절반 감소…심장마비"
사우디 연합군 공습에 반군 보복 가능해져
호르무즈해협 미·이란 갈등 더해 긴장 고조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4시쯤 드론 여러 대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시설을 공격해 불이 났다고 사우디 내무부가 밝혔다. 사우디 동부 해안 부근의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 시설과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다. 위성에서도 보일 정도였던 불길은 잡힌 상태다. 사우디 내무부 대변인은 인명 피해는 없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은 자신들이 베이루트에서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석유 시설 2곳을 드론 10대로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며 “사우디 내부에서 후티 반군이 수행한 작전 중 가장 큰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은 사우디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협조로 진행됐다"며 “미래에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격을 받은 시설에서 큰 불길이 솟아올랐다.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람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생산업체일 뿐 아니라, 가장 이윤을 많이 내는 사업자이기도 하다. 쿠라이스 유전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를 차지한다. 또 아브카이크의 시설은 아람코의 보유 시설 중 가장 커서 전 세계 공급량의 7%를 처리한다고 BBC는 소개했다. 이런 규모 때문에 생산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경우 석유 공급과 아람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불이 난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석유시설 가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 정도다. 

 
이 때문에 월요일 시장이 열리면 원유 가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컨설팅회사 IHS마킷의 OPEC 전문가 로저 디완은 “아브카이크는 아람코 석유 시설의 심장부이기 때문에 심장마비가 온 셈”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아람코 측은 피해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드론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드론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는 빈 살만 왕세자가 통화에서 “사우디는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처하고 맞설 수 있고, 기꺼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군은 이날 예멘 반군의 근거지인 사다 지역을 폭격했다.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는 이번 공격에 대해 “최근의 군사적 긴장 격화는 잘못된 것이므로 극도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리피스 특사는 모든 당사자가 지역 안보의 취약한 정세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사건을 추가로 만들지 말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가 초토화한 모습 [AP=연합뉴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가 초토화한 모습 [AP=연합뉴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며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계속해 왔다. 이에 대항하는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격을 이란이 도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중동 언론은 드론이 예멘보다 거리가 절반 정도로 가까운 이라크 국경 방향에서 날아왔다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무장조직의 소행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 내부 조력자를 지목한 것과 차이가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을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가 아닌 ‘주체’로 지목했다. 그는 “공격이 예멘 쪽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란이 국제 원유 공급망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사우디군이 압도적인 공군력을 자랑해 왔지만, 이번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후티 반군이 반대로 공격을 가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드론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과 이란뿐 아니라 이제 후티 반군과 헤즈볼라 등으로도 퍼지게 됐다.
 
예맨 반군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중동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예맨 반군이 사우디 석유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중동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와 예멘 반군의 무력 충돌은 이 지역의 긴장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둘러싸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의 유조선 억류가 벌어졌다. 사우디와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대립이 심한 사이다.  
 
지난 5월 사우디 선적 2대를 포함해 유조선 4대가 걸프 해역에서 폭발물에 의한 공격을 받았다. 이어 이란이 지난 6월 미국의 무인 정찰기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격추했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항공모함을 걸프 해역으로 파견한 미국은 2003년부터 미군이 주둔하지 않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을 보내기도 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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