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년 넘긴 미ㆍ중 무역 전쟁…경제는 미국 승, 중국은 장기전 태세

중앙일보 2019.09.14 11:00
지난해 7월 미국이 360억 달러(43조원) 상당의 중국 수입제품에 25%의 관세율을 부과하며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휴전 협정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오히려 기술전쟁·환율전쟁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다. 
 
세계 경제의 42%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두 나라의 경제 성적표를 점검하고 무역 전쟁의 속내를 다섯 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① 현재까지의 승자는 누구

지난 2년간 미국과 중국 주가지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지난 2년간 미국과 중국 주가지수.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이 선전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2.9%다. 2015년 이후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2% 중후반대로 무난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은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6.6% 성장했다. 목표인 ‘약 6.5%’를 넘겼지만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IMF는 중국이 올해 6.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초 발표한 전망치(6.3%)에서 하향 조정한 수치다.   
 
지난해 두 나라의 주식 시장은 무역 전쟁의 충격을 제대로 받았다. 지난해 뉴욕과 상하이 증시는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경험했다. 올해 들어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며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반등하는 모양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해 6.2% 하락했다. 12월 한 달에만 9% 빠지며 1931년 12월 이후 최악의 12월로 기록됐다. 올해 들어 주가는 반등했다.   
 
중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상하이지수는 25% 폭락했다. 뉴욕 증시보다 하락 폭이 4~5배 컸다. 올해 들어서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무역 전쟁 이전으로 회복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중국 주가는 14% 빠졌지만, 미국 주가는 6% 상승했다”면서 주식 시장에선 미국이 이겼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② 트럼프와 시진핑의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전쟁 관련된 양국의 협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전쟁 관련된 양국의 협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열릴 예정인 무역협상을 앞두고 팽팽한 기 싸움으로 맞서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장기 결사 항전’ 의지를 피력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현지시각) 중앙당교의 간부 교육생들에게 “우리가 맞이한 각종 투쟁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당 간부들에게 “지휘관인 동시에 전투병이 돼야 하며, 강인한 투쟁 의지와 뛰어난 투쟁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이 반드시 투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화 민족 부흥을 위한 중국몽을 실현하는 데 있어 절대 물러나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양보 없이 장기전으로 맞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사실상 ‘조기 항복’을 압박하며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장기전 태세에 들어간 중국을 겨냥해 “그들이 새 행정부와 상대하고 싶어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중국이 자신의 재선 실패를 기대하면서 협상에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선을 1년 2개월여 앞두고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ABC뉴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8%로 7월 44%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고 10일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주요 성과로 내세워온 강한 미국 경제가 잠재적 불안의 신호를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유권자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며 미국 소비자의 상품 구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③무역 전쟁 언제까지 지속할까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사진 로이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사진 로이터]

 
두 나라의 무역 전쟁은 단순한 경제 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라는 면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본래 무역 전쟁의 목표는 무역수지 개선이지만 전쟁의 포문을 연 미국은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줄곧 무역수지 적자를 쌓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쉽게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은 무역 전쟁이란 이름 아래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미래의 기술패권과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장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전통적 무역 전쟁에서는 서로가 패자일 수 있지만, 첨단기술 경쟁력을 다루는 ‘하이테크 전쟁’에서는 기술을 선점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6일 미·중 무역 전쟁을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 비유하며 “미·중 협상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야 하고 (미국은)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④ 앞으로 경제 피해는 얼마나 커질까

지난 2년간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2년간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제 피해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10년간 ‘나 홀로’ 경제 호황을 누려왔지만, 지난달 미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데 이어 제조업 부문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50은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으로, 50보다 낮으면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제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1%밖에 안 되지만, PMI 하락은 대표적인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D(디플레이션ㆍ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 7월 생산자물가상승률(전년 대비)은 -0.3%를 기록했다. 3년 만에 수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2년 전(2017년 8~10월) 6~7% 수준이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말부터 1% 미만에서 움직이다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2%대로 안정적이지만, 생산자 물가하락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FT는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서둘러 지준율 인하에 나선 것은 미ㆍ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미·중 무역 전쟁은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치명적이다. 2019년 4월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이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다. 무역 전쟁이 지속하면, 중국에 대부분 중간재 형태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행 5%에서 10%로 오르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6%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무역 전쟁이 지속하면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국내 고용이 15만8000명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장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처방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재정적으로 봤을 때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 기조를 가져갈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만큼 과감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다. 그는 일본이 과거 디플레이션을 겪은 점을 상기하며 “한국은 이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