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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전 '인종학' 비판한 보아스 연구, 트럼프가 본다면?

중앙일보 2019.09.14 07:00
“인류를 분류하는 방법은 크든 작든 모두 인위적인 것임에 틀림 없다.”

1907년 뉴욕이민자 1만8000명 대상 신체측정
'생리 기능, 인종차이 아닌 자라는 환경 영향'

문화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1858~1942). [사진 유러피언프리덤 홈페이지]

문화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1858~1942). [사진 유러피언프리덤 홈페이지]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1858-1942)는 당대를 풍미하던 인종학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길리언 테트는 지난달 8일 칼럼에서 보아스를 ‘미국의 인종관을 바꾼 학자’라고 했습니다. 이 칼럼은 보아스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1907년 미국 정부는 당시 동유럽과 남유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민자들이 발생한 원인과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죠. 그때만 해도 미국의 다수 정치가들은 구(舊)교도나 유대인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두고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부를 정도로 편협한 사고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위원회는 이민자들이 어떤 배를 타고 들어오는지, 또 미국에 들어와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당시 무명 학자였던 컬럼비아대의 인류학 교수 보아스에게 뉴욕에 거주 중인 이민자들의 신체 특징을 조사해달라고 의뢰까지 했죠. 우생학적인 관점에서 인종적인 차이점을 찾기 위한 것이습니다. 공교롭게도 보아스 역시 독일에서 태어나 이주해온 유대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보아스는 위원회와 다른 관점으로 조사에 임했습니다. 이미 그는 캐나다 동북부 배핀 섬에서 이누이트족의 생활 방식을 조사하며 ‘인종 분류가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지난 3월 8일 캐나다 연방정부가 1940~60년대 취했던 이누이트족에 대한 차별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이누이트족 여성 알라시 조아미의 뺨에 키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지난 3월 8일 캐나다 연방정부가 1940~60년대 취했던 이누이트족에 대한 차별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이누이트족 여성 알라시 조아미의 뺨에 키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아스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뉴욕 도심에 거주 중인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이민자들의 각 신체 부위 크기와 눈동자 색깔 등을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더라도 미국식 음식을 먹고 자라면 신체적으로 부모의 모국 사람들과 비교해 미국인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었죠. 즉 생리적 기능은 인종이 아닌, 자라는 환경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아스가 내린 이 결론 덕분에 당대 미국 정치가들은 스스로를 통렬히 돌아보게 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보아스의 연구결과는 파시즘의 광기에 묻혀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마가렛 미드, 루스 베네딕트와 같은 차세대 인류학자의 연구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이끌어내는 밀알이 됐죠. 전후 인권운동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테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적인 행보를 보아스의 연구에 빗대 비판했습니다. 그는 칼럼에 “인류는 구분할 수 없는 존재라는 진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약하다”며 “이는 최근 미국의 정치가들이 발신하는 인종차별적인 언어나 트윗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면 분명하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보아스 등이 인류에 관한 새로운 상식을 얼마나 깊게 만들었는지, 지금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며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상식을 지켜나가는 첫걸음이 된다”고 설파했습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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