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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악몽의 날 7월11일···가을 '히트텍'에 운명 갈린다

중앙일보 2019.09.13 11:00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롯데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스카이파크점 지하 2층. 주말인데도 출입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문희철 기자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롯데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스카이파크점 지하 2층. 주말인데도 출입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문희철 기자

운명의 날, 7월 11일 

 
유니클로 코리아를 운영하는 FRL코리아 임직원에겐 2019년 7월 11일은 ‘악몽의 그 날’로 기록할만하다.  

시계제로, 그래도 계획 변경 어려워
현상유지하며 비용 최소화할 듯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이날 도쿄에서 연 실적발표회에서 한국 매출 감소 상황을 묻는 블룸버그 기자에 최고재무관리자(CFO) 오카자키 다케시가 “영향이 장기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we do not think the effects will continue for long)”는 말을 남겼다. 이 코멘트가 나온 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SPA 브랜드 운명이 바뀌었다. 가뜩이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결정에 분노하던 한국 소비자는 “한국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그러길 희망(hope)한다는 뜻”이었다는 해명과 두 차례의 사과문 발표에도 한국에서 매출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패션업계에서 모두 부러워하던 사업체의 앞날은 현재 ‘시계 제로’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상징이 되면서 유니클로 제품 사지 않는 것은 물론, 매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감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카자키 다케시 CFO [사진 페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CFO [사진 페스트리테일링]

사태 전에도 유니클로 코리아의 매출 증감을 비공개에 부쳐왔지만, 요즘은 더욱 조심한다. 카드사 자료와 유통업계 얘기를 종합해보면 7~8월 매출은 70%가량 감소했다. 지분투자사인 롯데쇼핑, FRL 코리아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매우 심각하다”고 인정한다. ‘샤이 유니클로’ 소비자 등장으로 온라인 매출이 증가했다는 일부 관측이 있었지만, 온라인 매출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언젠가는 회복될까, 내부에서도 비관 

 
과연 유니클로는 언젠가는 한국에서 정상화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업계는 “당분간 회복은 어렵다” 공통된 분석을 낸다. 다만 사업 방향을 틀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또 아버지의 시골양복점에서 출발해 글로벌 패션 그룹을 일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해 온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비춰 볼 때 갑작스럽게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상상하긴 어렵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 리테일링 창업주. [사진 패스트 리테일링]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 리테일링 창업주. [사진 패스트 리테일링]

7월 11일 패스트리테일링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유니클로 인터내셔널 분기 매출은 15.3% 성장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은 부진, 미국은 하향 추세다. FRL 코리아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한국에서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계획된 사업을 이어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유니클로는 조용히 한국에서 현상유지를 하며 상당 기간 지켜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매운동 사태 이후 유니클로 매장 3곳이 문을 닫았지만, 계약 기간 종료와 재건축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 기간 5곳에서 새 매장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롯데몰 수지에 유니클로와 서브 브랜드 GU 신규 매장을, 이번 달엔 유니클로 엔터식스 안양역사점, 영등포타임스퀘어엔 GU 점포를 열었다. 추석 이후인 20일엔 유니클로 부천역사점이 문을 연다. 매년 진행해온  ‘추석 세일’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세일 마케팅은 홈페이지 공지에  띄우는 것 정도로 최소하고 있지만 결국 할 것은 다 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방향 틀기엔 사업 규모 커

 
관계자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타들어 가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사업 축소나 유니클로 한국 철수는 적어도 앞으로 몇년간은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 관계자는 “사업이 잘될 때는 확장만 하다가 매출이 하락했다고 몇 개월만에 사업을 접는다면 그것도 무책임하다고 여겨질 게 분명하다”며 “매장 수와 종사자 수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접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그동안 다른 글로벌 SPA 브랜드와 비교해도 한국에서도 압도적인 실적을 올려왔다. 2004년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이 지분의 51%, 롯데쇼핑이 49%를 출자해 만든 운영사인 FRL코리아는 2015년 매출 1조원(1조1169억원)을 돌파한 이래 고속 성장했다. 이후 2016년 1조1822억원, 2017년 1조2376억원, 2018년 1조373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세다. 전국 18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원은 5400여명(지난해 기준)이다. 
유니클로 추석 세일 안내문.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 코리아는 마케팅을 최소하고 있지만 계획된 일정은 이어가고 있다. [사진 FRL 코리아]

유니클로 추석 세일 안내문.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 코리아는 마케팅을 최소하고 있지만 계획된 일정은 이어가고 있다. [사진 FRL 코리아]

 
갑자기 방향을 틀기엔 너무 큰 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사업 규모 축소나 직원 감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스트리테일링 일본과 글로벌의 실적이 모두 좋아 버틸 여력이 충분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돌려 재고 부담을 덜 가능성도 높다. 다만 한국에서 마케팅 축소 등의 비용 축소는 어느 정도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 패션 브랜드의 한 해 승부가 가려지는 가을·겨울 시장에서 유니클로는 광고비 집행 최소화, 이벤트를 줄이기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국내 의류제조사가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승부는 가을 겨울 시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의 성장을 이끈 발열내의 히트텍이나 경량 패딩 소비가 대체품을 내놓은 국산 패션 제품 소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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