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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뱃돈 10년 불려 3000만원···그냥 자녀 줬다간 증여세 폭탄

중앙일보 2019.09.13 11:00
가족간 돈 거래도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가 아닌 빌린 돈임을 증명하려면 차용증에 연 4.6%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가족간 돈 거래도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가 아닌 빌린 돈임을 증명하려면 차용증에 연 4.6%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최 모(75ㆍ강원도 춘천) 씨는 최근 증여세 폭탄을 맞았다. 오라버니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땅을 판 뒤 형제들에게 1억원씩 나눠준 돈 때문이다. 국세청은 1억원뿐 아니라 10년간 자금 출처 조사를 통해 1억5000만원을 더 받은 걸 찾아냈다. 증여세는 신고불성실가산세까지 더해지면서 4500만원을 넘었다. 최 씨는 “형제간 증여가 아니라 내 몫으로 받은 건데 10년 치를 찾아내 수천만 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가족간 대출할 때도 차용증 작성해야
돈 다 갚을 때까지 연 4.6% 이자 납부
자녀 세뱃돈과 용돈 불려서 줘도 증여
국세청 나이, 소득 따져 자금출처 조사
주택 살 땐 취득자금의 원천 소명해야

 
가족 간 돈 거래는 과세 대상일까.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생활비와 용돈, 학자금 등의 일상적인 금전 거래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에게 받은 생활비나 용돈을 모아 자동차를 사거나 주식 투자를 한다면 증여로 판단한다. 세법에서는 무상으로 자금이 이전되면 증여세를 납부하게 돼 있다.
 
세무사들은 “가까운 가족이라도 돈을 주고받을 때는 명확한 ‘꼬리표’를 달아야 과중한 세금은 물론 가족 다툼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 가족 간에는 10년 단위로 증여세를 일정 부분 면제해주고 있다. 부부 간 증여는 6억원까지, 성인 자녀는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형제나 친족은 1000만원까지 증여세가 없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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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 펀드에 투자했다면  

 
직장인 윤 모(40) 씨는 지난해부터 1000만원가량을 국내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10년을 내다보고 묻어둘 수 있는 유망한 기업과 국내외 주식형 펀드를 공들여 선별했다. 자녀가 명절 때마다 받은 세뱃돈은 물론 친척들이 준 용돈을 모아 만든 종잣돈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잘 굴려서 딸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씨처럼 자녀가 할아버지나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투자를 했다면 증여일까. 증여세 비과세 항목인 용돈도 쓰지 않고 모아서 넘겨준다면 증여로 판단할 수 있다. 그나마 물려준 금액이 10년간 미성년 자녀의 공제액인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원종훈 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부모가 자녀 용돈을 굴리다간 자칫 불린 자금까지 증여로 추정할 수 있다”며 “자녀가 용돈을 받을 때마다 자녀 본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해주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결혼축의금도 자금 출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축의금은 원칙적으로 비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부모 명의로 들어온 축의금을 자녀에게 줄 경우 증여로 볼 수 있어서다. 사회적 관행으로 혼주인 부모의 결혼 비용을 덜어주기 위해 축의금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의 지인들이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해 자녀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자료(하객 명부, 축의금 내역 등)가 있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세무사는 “통상 축의금이 2000만~3000만원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2억원 이상을 넘어서면 축의금 내역을 따져서 증여세를 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구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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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아파트 구매비로 2억원을 빌렸을 때  

 
최근 직장인 이 모(44) 씨는 6억원 상당의 서울권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봤다. 서울은 투기지역으로 묶여 매매가의 40%인 2억4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전세금을 합쳐도 돈이 부족했다. 결국 부모에게 1억원을 빌리기로 했다.  
 
이 씨처럼 돈을 갚는 조건으로 부모에게 돈을 빌렸더라도 증여로 본다. 돈을 빌렸다는 ‘객관적인 자료’, 즉 증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 간 거래에서도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처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세법에서 정하는 이자율은 4.6%다. 고금리인 신용한도 대출의 3%대 이자보다 높다. 그렇다고 이자를 낮춰 내면 덜 낸 이자를 증여에 포함시킨다. 다만 덜 낸 이자가 연간 1000만원을 넘기지 않는다면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해주고 있다.  
 
가족 간 돈거래를 할 때는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돈을 빌렸다는 것을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다. 원 세무팀장은 “가족 간에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자금출처를 남길 수 있도록 차용증을 작성해두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용증에는 빌린 금액과 만기는 기본이고 이자율과 이자지급기일까지 정확하게 표시해줘야 한다”면서“약속한 대로 만기에 돈을 갚고, 이자지급기일에 맞춰 이자를 갚아야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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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가족 간 돈거래를 어떻게 확인할까.

 
그렇다면 국세청이 가족 간 내밀한 금전 거래를 파악해 세금을 매기는 방법은 뭘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 조사다. 주택을 산 사람의 직업과 연령, 소득 등으로 따져봤을 때 자력으로 취득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상자를 선별한다. 지난해 뚜렷한 소득이 없는 36세 주부가 서울 강남구 등지에 25억원 아파트를 4채를 샀다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때 자금 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조사 과정에서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아파트 취득했음을 증명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국세청의 사후 확인이 이어진다. 원 세무팀장은 “국세청은 이들을 다시 전산에 입력해 관리 한다”면서 “특히 취득자금으로 소명한 부채를 본인의 경제력으로 갚는 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빈번하게 현금을 주고받아도 자금 출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세무그룹 온세의 양경섭 대표 세무사는 “7월부터 각 금융사는 고객이 1000만원 이상을 입ㆍ출금하는 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이 정보는 국세청에도 통보할 수 있어 자금출처 조사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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