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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전 서울법대 운동권과 공부벌레…세 친구 야속한 운명

중앙일보 2019.09.13 05:00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순간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법안은 물 건너갔다. 조 장관이 만든 검찰 개혁안 자체가 부실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9일 개인 유튜브 채널)

“장관이란 말을 죽어도 못하겠다. 피의자 조국을 당장 파면시켜야 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10일 신촌 현대유플렉스 앞 장외집회)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후 원희룡 제주지사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조 장관을 포함해 이 셋은 서울대학교 법학과 82학번 동기다. 
 
원 지사는 유튜브 채널(원더풀TV)에서 조 장관의 사법개혁안을 비판한 것뿐 아니라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을 향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그는 “대통령이 끝내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조국을 임명했다. 상식과 정의를 져버리고 분열과 편 가르기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제1 야당의 지도부인 나 원내대표는 “조국 사퇴”를 외치며 장외집회에 나섰다. 지난 10일엔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한때 같은 캠퍼스를 누볐을 이들은 조국 장관이 후보자 시절이었을 때부터 조 장관 사퇴에 앞장섰다. 
 
▶친구로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에게 권한다. 더는 동시대의 386을 욕보이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난달 27일 개인 유튜브 채널)  
▶옛정 생각해 봐줄까도 했는데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조로남불 정권’”(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달 30일 부산 장외집회)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오후 게시한 개인 유튜브 방송 '원더풀TV'에서 '친구 조국아, 이제 그만하자'라는 제목으로 "제가 친구로서 조국 후보에게 권한다. 대통령이 강행해 문재인의 조국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의 조국으로서는 이미 국민들이 심판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더풀TV' 캡처.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오후 게시한 개인 유튜브 방송 '원더풀TV'에서 '친구 조국아, 이제 그만하자'라는 제목으로 "제가 친구로서 조국 후보에게 권한다. 대통령이 강행해 문재인의 조국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의 조국으로서는 이미 국민들이 심판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더풀TV' 캡처.

원 지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원더풀TV)을 통해 조 장관을 향해 쓴소리를 긴 시간 쏟아냈다. 그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자신들이 진리라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80년대의 운동권 이데올로기가 안타깝다. 조국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론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원 지사는 서울법대 82학번 중 대표적인 학생운동 언더서클 출신 인사다. 조 장관은 서울대 법대 편집부 ‘Fides(피데스·로마 신화에서 ‘약속과 신뢰’를 상징하는 여신)’ 편집장 출신으로 주로 공개적인 공간에서 학생운동을 했다. 두 사람은 2012년 함께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었다.  

 
동기를 향해 먼저 쓴소리를 했던 건 조 장관이었다. 조 장관은 2010년 출판된 자신의 저서 『진보집권플랜』에서 원 지사에 대해 “사시 합격 후 판사나 변호사가 아닌 검사의 길을 택했을 때 정치의 길을 걷겠구나 직감했다”고 했다. 이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원 지사가 한나라당을 택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경쟁재’가 많아 자신의 ‘상품성’이 약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1992년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했고, 조 장관은 “‘육법당(당시 육사와 법조인이 가득한 민정당을 비꼰 말)’이 되지 않겠다”는 이유로 사법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 둘은 2014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벌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 4대강 문제와 관련해 장관이 “말이 통하는 대학 동기이기에 묻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원 지사는 “존경하는 친구 조국으로부터 갑자기 공개 질문을 받아 당황스럽다”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소통하는 건 유치할 수 있으니 토론회를 열어보는 게 어떻냐”고 되물었다.  
 
‘친구’ 조 장관을 향한 나 원내대표의 말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 지고 있다. 장관 임명 전인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조국 게이트’라고 부른 나 원내대표는 “임명 강행은 불 보듯 뻔하다”며 “특검법을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을 “야당 탄압 전문가”라고 말하며 “조-양-은(조국-양정철-김정은) 세트로 나라가 엉망”이라고 했다. 또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설이 처음 돌 무렵에도 나 원내대표는 “조국이 이끌게 될 법무부는 무차별 공포정치 발주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미 정치적으로 여러 번 부딪힌 적이 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가 처음이다. 이때 조 장관은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후보자의 멘토단에 참여해 박 시장이 나 원내대표를 꺾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2014년 7·30 재보선 때는 상황이 역전됐다. 조 장관이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지원에 나섰지만, 나 원내대표가 승리했다. 
 
두 사람은 한때 서로에게 후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에도 사석에서 “(조 장관과) 멀지 않았다. 당시 조국이 나이가 어려서 ‘우리 철없는 막내’라며 웃고 그랬다”고 말하곤 했다. 또 조 장관도 『진보집권플랜』에서 “저와는 생각이 다른 친구였지만 노트 필기를 잘해 그 노트를 빌려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며 “대중민주주의의 속성을 잘 포착하거나 활용하고 이어 국회의원은 계속할 수 있을 거고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선 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 있는 서울법대 82학번으로는 자유한국당 조해진 전 의원이 있다. 조 전 의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청문회와 관련한 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조 장관의 도덕성에 대해 직접적 비판은 삼갔다. 조 전 의원은 “집에서 혼자 있다면 요 며칠간의 이슈와 민심, 더 길게 보면 지난 삶의 행로 등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법대 82학번들 중엔 정치권 밖의 명사들도 많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양영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한승 전주지법원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도 동기들이다. 법조계에선 양 변호사가 조 장관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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