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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父 "음주운전 형량 깎은 국회, 장제원 아들 보니 씁쓸"

중앙일보 2019.09.13 05:00
만취 운전자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윤창호(22) 씨의 아버지 윤기현 씨. 송봉근 기자

만취 운전자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윤창호(22) 씨의 아버지 윤기현 씨. 송봉근 기자

“올해 추석에는 친지들에게 못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나면 창호 이야기가 나올 텐데 분위기만 무거워질 것 같아서요.”
 

윤기현씨, "명절에 친지들 만나지 않겠다"
윤씨, “가해자 2심 형량(6년) 너무 낮다”
“윤창호법으로 사망사고 줄어 그나마 다행”

지난해 9월 25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당시 22세) 씨의 부친 윤기현(55) 씨의 말이다. 윤씨의 아들은 1년 전 추석 당일 친지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 2시쯤 사고를 당했다. 윤씨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일이 생겼다”며 “시간이 흘러 상처가 치유되기는커녕 마음이 더 괴롭다”며 흐느꼈다.  
 
윤씨는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 박모(27)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기 원해왔다. 지난달 22일 박씨는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1심과 똑같은 판결이다. 윤씨는“검찰이 1심 판결 형량이 너무 낮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더는 상고할 수 없다”며 “우리 아들의 삶을 앗아간 가해자는 6년간 옥살이를 하면 70년 가까이 삶을 산다.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른바 윤창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임현동 기자

윤창호 씨의 사망을 계기로 일명 윤창호 법이 개정돼 음주운전 처벌과 단속 기준이 강화됐다. 지난해 11월 통과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윤씨는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 원안은 최소 형량을 5년 이상으로 규정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3년으로 낮아졌다. 그는 “최소 형량이 5년 이상이어야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며 “3년 이하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고위층은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돈 없는 서민만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씨는 최근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를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음주운전 사고는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국회의원들이 최소 형량을 3년 이상으로 규정했다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이제라도 음주운전 처벌 양형기준이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씨는“음주문화의 폐해를 많은 국민이 공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그나마 아들 사망 이후 음주운전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감소한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했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 6월 25일부터 두 달 동안 ‘전국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음주운전 사망자는 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명에 비해 65% 줄었다.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해 3145건에서 올해 1975건으로 37% 감소했다. 그는 “우리 아들처럼 무고하게 사망할 뻔한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만큼은 집행유예 없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제도적 보완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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