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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스마트폰이 웬수?"…연휴 내내 아이와 안 싸울 비법은

중앙일보 2019.09.12 16:00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대화가 단절된 부모 자녀들이 많다. [중앙DB]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대화가 단절된 부모 자녀들이 많다. [중앙DB]

추석 연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귀성·귀경길이지만 차 안은 조용하다. 운전하는 아빠를 제외하면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엄마는 블로그 검색, 아들은 모바일 게임, 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관리…. 대화가 끊긴 가족들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감정 코칭 전문가가 말하는 '스마트 소통법'

대화시 마주 보고 아이컨택, 상대 반응 중요
자녀 스마트폰 '입양' 막으려면 3원칙 기억

폰 사용 규칙 구체화, 부모도 함께 절제해야
아이 나이에 맞는 공감 대화 노력도 중요


아이들은 오랜만에 친척을 만나도 ‘어색하다’는 이유로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방에 바로 들어가 버린다.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이 자랑이나 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아이들 반응에 이내 포기하고 만다. 늘 스마트폰만 쥐고 있는 아이들에게 짜증도 난다. 그러다 보니 부모 자녀 사이에 큰소리가 나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도 할 말은 있다. 오랜만에 푹 쉬는 기간인데 굳이 빡빡한 스케줄 소화하기보다 멍 때리고 머리를 비우고 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그런 마음은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돌아가자마자 학원 숙제시킬 생각만 가득한 듯하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엄마, 아빠가 본인들 못지않다.


이런 가족도 연휴 내내 싸우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부모 교육과 감정 코칭 전문가인 전윤경 영등포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의 도움을 받아 자녀와의 건강한 소통법, 올바른 스마트폰 자녀 교육법 등을 자세하게 정리했다.
대전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효사랑 세족식'. 한 모자 지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효사랑 세족식'. 한 모자 지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화의 법칙을 지키자

많은 가족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화하기 싫다는 부모 자녀는 거의 없다. 하지만 '통하는 대화'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잘 모른다. 사춘기 자녀와 그 부모가 대표적이다. 보통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는 ▶한쪽만 말하는 대화 ▶등 돌린 대화 ▶높낮이가 다른 대화 ▶규칙이 무너진 대화 ▶준비가 안 된 대화 ▶서로 다른 언어의 대화 ▶이기려고만 하는 대화 등이 있다.
 
가족끼리 서로 소통하는 대화의 법칙은 여럿이다. 먼저 대화는 마주 보면서 해야 한다. 서로 나란히 앉아서 눈 맞추며 대화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또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차례를 지키며 사이좋게 대화하는 게 좋다. 자기만 아는 '외계어'를 쓰기보다는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를 택해야 한다. '대화는 온몸으로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반응이 좋아야 대화도 계속 이어지는 법이다. 또 서로 준비된 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무작정 한쪽에서 대화를 건다고 소통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서로 감정을 충분히 담아 대화해야 한다. 무미건조한 대화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통신사에서 내놓은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우려하는 부모가 많다보니 이처럼 유해물 차단 등을 강조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부모의 관심과 적절한 지도다. [사진 SK텔레콤]

한 통신사에서 내놓은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우려하는 부모가 많다보니 이처럼 유해물 차단 등을 강조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부모의 관심과 적절한 지도다. [사진 SK텔레콤]

스마트폰 사용은 스마트하게  

요즘 부모 자녀 간 대화의 상당수는 스마트폰과 연결된다. 스마트폰은 이미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어린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할 때, 이미 쓰고 있을 때 모두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안 사줬을 때는 '사줘야 하나', 이미 사줬을 때는 '뺏어야 하나'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느 순간 부모와 놀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입양'됐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무작정 뺏고 사용 제한을 한다고 해서 집에 평화가 찾아오진 않는다. 지금의 아이들은 '본디지털' 세대로 불린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익숙한 세대라는 의미다. 사이버 폭력, 언어 파괴, 음란물 등 심각한 문제가 많지만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게 최선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은 '유익' '유해'가 아닌 '재미'다. 콘텐츠를 고르는 법은 부모가 훈련해 줘야 한다. 원칙은 ▶발달 시기에 맞게 ▶구체적인 사용규칙을 정해서 ▶주사용 콘텐츠에 맞춰서 지도하는 것이다.  
 
학년과 나이보다 중요한 게 '내 아이의 발달 시기'다. 이왕이면 너무 일찍 주는 것보다 아이 성장에 맞춰서, 혹은 필요에 따라서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황은 다 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아이가 있고, 6학년이라도 필요 없는 아이가 있다. 바쁜 맞벌이 가정이라면 부모가 항상 아이를 챙기기 어렵고 책에 있는 '정석'대로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어린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고 무조건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사용규칙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세히 정하지 않고 '엄마는 널 믿는다' '적당히 사용해' 식으로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사주면 처음부터 규칙이 지켜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폰을 주기 전에 충분히 대화해서 먼저 규칙을 정하는 게 좋다. 또한 아이가 가능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사용 용도와 범위를 분명히 정해주는 것도 좋다. 얼마나 무엇을 할지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사용해선 안 되는 경우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콘텐츠를 조절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자녀보호앱'을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삼성마시멜로'나 'SKT쿠키즈', '유튜브키즈'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가 '어떤' 콘텐츠에 '왜' 빠져있는지를 알아보고 사용 규칙을 정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방문한 유튜브 콘텐츠 목록을 확인하고 이용 패턴을 바꿔주는 식이다.
 
엄마 아빠들도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을 30분만 하기로 한 아이가 시간을 넘겨서 스마트폰을 뺏는 상황이라면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만약 그 게임이 순간적인 '레벨업' 작업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공들여서 한판 두판 세판 발전하는 것이라면 아이를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로선 '이번만 잘 해내면 바로 게임을 끝낼 거야'라고 생각해서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아이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에게만 적용하는 규칙이라서다. 부모도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만 바뀌길 기대하면 실패하기 쉽다. 예를 들면 엄마가 '카카오톡' 알림이 울리자마자 답장을 한다거나 아빠가 소파에 누워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아이에게 '폰 좀 그만해'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엄격한 규칙을 세웠다면 부모 자신도 똑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아이 나이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초등학생 때는 강압적으로 보일 만큼 규칙을 잘 설명해야 한다. 반면 청소년기에는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지도자’나 ‘선생님’보다 ‘상담자’ ‘친구’ 같은 역할로 다가가는 게 좋다.
아이와 나란히 선 엄마. [중앙DB]

아이와 나란히 선 엄마. [중앙DB]

아이 나이에 맞춘 소통을 하자

본디지털 세대에 맞춘 스마트폰 소통법도 중요하지만 책에 나오는 원칙적인 소통법들도 알아둬야 한다. 올바른 소통을 위해선 결국 가족 간의 신뢰, 관심이 최선이다.
 
-생후 0~12개월
첫돌 전 아이는 눈을 맞추고 감정을 충분히 나눠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서로 나누는 게 좋다. 아기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한다. 유대감을 쌓으면서 아이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13~36개월
아이가 15~18개월이 되면 '자아'를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라는 감정도 생겨난다. 18~24개월 사이에는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자기주장도 점점 강해진다. 이 시기에 부모가 감정 코칭을 잘 해줘야 아이 스스로 어떻게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지 배울 수 있다. 그러려면 부모 스스로가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독립심을 키워주는 자세도 좋다.
 
-4~7세
취학 전 아동들은 집 밖으로 나와 새로운 경험을 시작한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런 시기엔 아이의 감정을 물어보고 이를 표현하도록 격려하는 게 좋다. 놀면서 자연스레 감정을 만들고 처리하는 방법을 익히게 도와주는 식이다. 또한 아이에게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기보단 '이렇게 할래'처럼 선택권을 주는 게 좋다. 아직 해결책을 스스로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자연스레 친구와 지내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둠, 싸움, 악몽, 죽음 같은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잘 설명하고 달래주는 게 좋다.
 
-초등학생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다. 사회적 관계가 넓고 복잡해지면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할 기회가 많아진다. 이 시기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주는 건 금물이다. 1~2학년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게 좋다. 충분한 관심과 칭찬, 격려로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다. 3~4학년에는 옳고 그름을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돕는다. 부모 자신의 생각보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5~6학년에는 불안정한 감정을 따뜻하게 끌어안아야 한다. 아이 감정을 읽지 않고 섣불리 조언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춘기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린다. 이때는 아이가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변덕스러움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시기에 부모가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미래가 판이해질 수도 있다. 우선 아이의 감정 기복이 심하더라도 받아주는 게 좋다. 그리고 아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자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배울 기회를 많이 주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도록 돕는 것도 필수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매니저'가 아니라 '컨설턴트'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이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싶어한다. 아이 사생활과 인격, 결정을 존중해주는 컨설턴트의 원칙을 지켜야 소통할 수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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