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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과학&미래] 명절 귀성길의 미래

중앙일보 2019.09.12 00:03 종합 25면 지면보기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다시 귀성길이다. 올해는 연휴가 짧은 탓에 고향길이 다소 괴로울 듯하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차가 가장 몰리는 휴일 첫날인 12일 서울~부산은 8시간 30분, 서울~광주는 7시간 10분이 걸린다고 한다. 설레지만 괴로운 귀성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해가 갈수록 전통 명절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면서 언젠가는 명절 귀성길 행렬이 사라질 것이라는 뉴스가 가끔 올라온다. 과연 그럴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미래연구의 대표적 법칙 중의 하나라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정해진 미래(조영태)』라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명절 귀성길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해볼 만 하다. 관련해서 먼저 살펴볼 것이 교통량과 인구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젠 어른들이 돌아가셔서 명절에 고향을 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실은 어떨까. 추측과 달리 명절 교통량은 매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통문화가 바뀌고 있는데도 명절 교통량은 왜 늘기만 하는 걸까.
 
첫째는 인구다. 출산율이 급감하지만 인구는 2030년까지는 계속 늘어난다. 다음은 교통량.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차량등록 대수는 2344만대. 국민 2명 중 1명 꼴이다. 2016년 2000만대를 돌파하고도 순식간이다. 이 두 가지 변수로만 보면 앞으로도 10년은 귀성길이 고달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변수도 있다. 명절기간 하루 평균 통행거리다. 매년 명절 연휴기간 교통량은 늘고 있지만, 고향 앞으로 가는 길의 거리는 해마다 줄고 있다. 추석 기간 하루 평균 통행 거리는 2005년 80㎞에 가깝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1년 이후엔 70㎞ 아래로 떨어졌다.
 
이유가 있다. 계층간 지역간 이동이 줄어들면서 대도시 ‘토박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만 해도 출생지와 거주지가 다른 ‘아빠 시대’는 지나고, 서울에서 태어난 세대가 늘고 있다. 고향의 할아버지까지 세상을 뜨면 고향으로 갈 이유도 사라진다. 명절 교통량은 아직 계속 늘고 있지만, 머나먼 귀향길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아직은 힘든 귀성길 첫날, 안전운전을 기원한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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