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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인사권, 윤석열 수사팀 겨냥…검사들 “실행 땐 장관 신뢰 완전히 잃을 것”

중앙일보 2019.09.12 00:03 종합 5면 지면보기
조국(54)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고검장·검사장급 후속 인사 명분
중앙지검 수사팀까지 바꿀 가능성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률에 따라 2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라고 해도 윤 총장의 거취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1988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찰총장 임기는 2년으로 정해졌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다른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은 조 장관이 가지고 있다.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윤 총장 임명 전까지 21명의 검찰총장이 나왔고 이 중 8명만이 임기를 모두 채웠다. 청와대나 법무부와의 충돌 등 문제로 검찰총장이 중도에 자진 사퇴한 경우가 많았다.
 
2005년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 전쟁” 등의 발언을 했다가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불구속 수사를 하라며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예컨대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찰에 불법 촬영 사범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 지시다.  
 
하지만 특정한 사건에서 구속 수사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할 때는 오직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지만 2005년에 실제 발동됐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자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따랐지만,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던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총장이 구속수사 원칙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검찰총장직을 내려놨던 것이지 사퇴 압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청와대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를 밀어붙이자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치라”고 반발했다. 송 전 총장은 임기 2년을 모두 채웠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전에 있었던 ‘법무부-검찰’ 갈등과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전엔  생각이 달라서 생긴 문제였지만 윤 총장은 지금 위법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장관이 조만간 검찰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장관은 9일 취임식에서 “법무부가 적절한 검찰 인사권 행사 등 검찰에 대한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다음 날인 10일 법무부 산하에 ‘검찰개혁지원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하면서 대전·대구·광주고검장 세 자리와 부산·수원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장급 세 자리를 공석으로 놔뒀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검장·검사장 여섯 자리를 채운다는 명분으로 조 장관이 인사를 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만일 이 시점에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가 있으면 조 장관은 검찰 구성원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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