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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답답함 토로”한 인사청문회 어찌하오리까…개정안 발의·소멸 반복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2019.09.11 05:00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인사청문 검증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인사청문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2014년 6월,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국회 인사청문회가 인사 검증이 아닌 개혁적 인사의 임명을 막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9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5년 3개월 만에 ‘데자뷔’다. 집권 세력이 바뀌었을 뿐, 청문회 부작용을 호소하는 메시지는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7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현 인사청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의 인사 청문 절차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의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며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번에 임명된 신임 장관 7명 중 6명이 또 청문보고서 없이 입각하면서 현 정부 들어 국회 동의 없이 임명된 고위공직자 숫자는 22명으로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각각 10명의 장관이 청문보고서 송부 없이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때는 2명이었다.

 
사실 ‘청문회 무용론’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2002년 도입 후 2005년 확대 적용되면서 주로 야권에서 불만을 토로해왔다. 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 때 총리 후보자 3인이 청문회 과정에서 번번이 낙마한 사례가 대표적 예다.
 
2013년 1월 말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도덕성 논란으로 지명 닷새 만에 낙마했다. 이듬해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대기자가 총리 후보로 발탁됐지만 청문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망신주기식 정치 공세로 변질된 인사청문회를 개혁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발의한 개정안 42건은 논의 진전 없이 폐기됐다.
 
지난 6일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현장 [중앙포토]

지난 6일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현장 [중앙포토]

‘조국 사태’를 계기로 청문회법 개정 목소리는 또 한 번 커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제도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의 취지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청문회법 정신을 유지하면서 인사청문회법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총 50건이다.

 
다수 개정안이 다루는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비공개 사전 검증’이다. 미국 등에서 하는 방식으로 도덕성 문제는 사전에 거르고 청문회에선 정책 질의 위주로 하자는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공개 청문회에 앞선 ‘예비심사소위원회(가칭)’ 신설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청와대·부처에서 청문회 대비용으로 만드는 후보자 검증 자료를 국회에 비공개로 사전 공유해줘야 한다”는 게 정 의원 주장이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단계 청문회’ 안도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역량을 분리 검증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윤리성 검증 인사청문회’와 ‘업무 능력검증 인사청문회’를 비공개·공개로 각각 진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제안이다. 앞서 같은 당 주호영 의원도 청와대 검증에 사용된 사전질문 답변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속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속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가족관계증명서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쌓여가는 청문회법 개정안이 본격 논의되지 않고 매회기 때마다 폐기 수순을 밟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할 국회 운영위 인사청문제도개선소위원회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여당일 땐 적극적이다가 야당이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역으로 야당일 땐 눈길도 안 주다 여당이 되면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엇갈림’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공직후보자 청문회는 선출직인 의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셀프 PR’ 무대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조 장관 청문회에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요청했던 서류와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서류를 냈다”며 두 손으로 서류를 여러 번 찢어 던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영미 상명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후보자 망신주기식의 질의 방식을 지양하되 개인적 하자에 대해선 사전 인사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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