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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조국이 벗겨낸 ‘위선 좌파’의 민낯

중앙일보 2019.09.11 00:07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제너레이션 ‘X86’이라고 칭하겠다. 이 시대 최고의 위선자로 전락한 ‘운동권 출신 386’ 얘기다. 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학창 시절 ‘운동’을 하고 30대 들어 정치권에 진출했다. 한 때의 실패로 40대 때 폐족으로 지내더니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디딤돌 삼아 586으로 부활했다. 이들은 곧 686으로 진입한다.
 

86세대의 좌파 도덕성에 조종 울려
특권적 진보좌파 시대적 소명 다해
진영 논리 내려놓고 양심 회복해야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으면 한국의 민주화는 지금도 요원했을지 모른다.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얘기다. 문제는 어느새 이들이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 되면서 과(過)의 그림자가 공(功)을 뒤덮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대의 간판으로 내세운 조국 법무장관이 그 실상을 보여줬다. 지난 한 달간 86세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벗겨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늘 둘로 쪼갠다. ‘조국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끝없이 쏟아져도 내 편뿐이다. “자유한국당에 조국보다 덜 더러운 사람 있느냐”는 식이다. 법과 상식이 잣대가 아니라 모든 판단의 준거가 진영의 이익이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적폐라는 이분법이다.
 
여태껏 민주화 세력이 큰 목소리를 낸 배경은 도덕적 우위였다. 장삼이사가 개인의 안위부터 챙길 때 이들은 군부 독재에 항거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이들은 산업화의 공은 깡그리 뭉갠 채 상식과 법을 넘어서는 진영논리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질서를 허물어뜨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조리에 대한 면죄부다. 신청 안 해도 장학금이 나오고 발급하지 않아도 표창장이 나왔다. 그래도 조국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여당 의원들은 “해명이 충분하다”고 감쌌다. 성실한 국민에겐 평생 한 번도 없을 일이 거듭 반복되도 위법과 탈법이 없다는 거다. 이 지점에서 국민은 아노미에 빠진다. 정상이 아닌데도 ‘개념 있던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말이다.
 
아노미의 결정판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는 문재인 정권의 ‘시대 정신’이다. 낙제해도 장학금이 6학기 연속 나오고, 필기시험을 한번도 치지 않아도 고교부터 대학원까지 거침없이 입학했지만 ‘개념 있던 사람들’은 제도를 잘 활용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깔아뭉갰다.
 
이들은 외고 재학 중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도 “조국 따님, 당연히 제1저자”라고 옹호하고, 검찰이 사회적 의혹 사건을 수사해도 “검찰 쿠데타 상황”으로 몰아간다. 조국 가족의 특권적 행태를 보고도 눈감는 위선을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사법개혁보다 양심회복 운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쯤에서 우리는 진보좌파의 한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특권층의 특권은 보수우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조국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간 자칭 진보좌파 코스프레를 해온 사람들 상당수는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사회적 계기를 통해 온갖 특권과 반칙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사례가 한둘일 때는 파괴력이 없었다. 하지만 패션좌파의 상징 조국이 위선진보의 민낯을 까발려줬다.
 
이에 비춰보면 이들이 펴낸 정책도 온전할 리 없다. 탈원전 정책 이후 국토 곳곳이 깎여나가 생태계가 파괴되고 원전 수주는 되는 게 없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소득 양극화는 더 확대되고 중산층 비율은 50%대로 무너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우긴다. 조국 가족의 편법이 문제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자칭 진보좌파도 산업화 세대처럼 시대적 소명을 다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까지는 기여가 컸지만 순수성은 없어지고 586이 되면서는 꼰대로 퇴락했다. 조국의 스승 안경환 전 서울대 교수는 “마이너리티에 대해서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들은 이제 소수파가 아닌 집권세력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양심회복 운동이다. 더 부패하기 전에 서두르길 바란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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