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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나쁜 선례

중앙일보 2019.09.11 00:06 종합 27면 지면보기
이소아 산업2팀 기자

이소아 산업2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대국민 메시지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대통령은 인사청문의 취지에 대해 “국회와 함께 한 번 더 살펴봄으로써 더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가리는 청문회 본연의 ‘살펴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는 ‘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자리였나. 답이 정해져 있는 요식행위로 만들어 온 책임은 청와대가 더 크다.
 
대통령은 “인사청문 절차가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제도의 취지는 후보자를 꼼꼼히 살펴보고 검증하는 것이지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를 웬만하면 통과시키는 게 아니다. 탈무드는 “길을 열 번 물어보는 게 한 번 헤매는 것보다 낫다”고 조언한다. 국민과 사회에 던지는 상징성이 워낙 큰 공직이기에 길을 묻고 또 묻는 것이다.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 부분은 “검찰 개혁을 위해 예외를 두려 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자연스러웠을지 모른다. 조 장관이 받은 의혹들은 하나같이 예외적이다. 자녀가 스펙을 쌓은 방법, 대학에 입학한 과정, 재산을 투자한 방식 등 원칙대로 이뤄진 게 없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사청문회는 위법 행위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다. 오히려 추후 위법으로 밝혀질 수 있는 의혹들을 미리 제기하고 걸러내는 자리다. 이토록 많은 ‘의혹만으로’도 이미 도덕성과 업무 수행 리더십에 금이 간 인사를 임명하는 게 과연 좋은 선례인지 모르겠다.
 
이소아 산업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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