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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액 사상최고 매달 경신…고용보험료 올려 구멍 메운다

중앙일보 2019.09.11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정부가 근로자와 사용자로부터 걷는 고용보험료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23.1% 올리기로 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올해 들어 거의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용보험 재정상태가 나빠지자 다시 근로자의 쌈짓돈을 갹출해 보충하는 셈이다.
 

올 실업급여 5조 지급, 고갈 위기
근로자 부담 보험료율 1.3→1.6%

정부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고용보험법 시행령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10월부터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1.6%로 인상한다. 이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고용노동부는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30일 연장되는 등 보장성이 강화되는 데 따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실질적인 이유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격하게 증가해 고용보험 기금 중 실업급여 계정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고용보험기금 임금 근로자 실업급여 계정 기준선 전망 및 재정 전망(2019~2040년)’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계정은 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5201억원인 적립금이 5년 뒤인 2024년엔 모두 고갈된다. 근로자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실업급여 지급액은 8개월 동안 6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고용 한파에 따른 실업자 증가 때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실업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100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올해 1~8월 지급된 실업급여가 5조5412억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실업급여는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칫하면 올해 안에 고갈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고용상황 때문에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경기회복 등 여건이 개선되고, 재정 안정화 조치를 지속하면 장기적 우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기업에 대한 강력한 고용규제와 근로감독 등 고용 탄력성을 위협하는 정책이 실업급여 고갈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쌈짓돈으로 이런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대신 고용시장의 활력을 꾀할 수 있는 정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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