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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세계 최초 국회 수소충전소, 이제 첫발이다

중앙일보 2019.09.11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문을 열었다. 정부는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선 건 세계 최초”라고 소개했다. 연중무휴로 한 시간에 5대, 하루 약 70대 이상 수소차가 충전할 수 있다. 10월 서울 상일동에 충전소를 추가 완공하면 동(상일동)·서(여의도)·남(양재동)·북(상암동)에 각각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셈이다. 서울 곳곳을 누빌 ‘수소 택시’ 사업도 이날 시동을 걸었다. 올해 10대로 시작해 2022년까지 20대로 늘릴 계획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수소경제 선진국을 둘러봤다. 독일은 부처 간 칸막이를 튼 ‘컨트롤 타워’가 수소경제를 진두지휘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민·관 협력이 활발한 데다 수소경제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았다. 중국은 ‘수소 굴기’가 두드러졌다. 루가오를 수소 도시로 선정해 세계 최대 규모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글로벌 수소 기업을 빨아들이는 등 정부 주도로 과감한 실험에 한창이었다.
 
일본은 수소차뿐 아니라 편의점·병원·미용실·호텔·식당·유치원으로 수소경제 ‘생태계’가 확산하고 있었다. 일부 가정에선 수소 발전기를 돌려 만든 에너지로 냉난방할 정도였다. ‘친환경차 천국’ 미국에선 이미 6500대가 넘는 수소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수소차, 수소충전소 관련 규제에 얽매이지 않은 덕분에 수소경제가 활개를 폈다.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수소 충전 시연을 하고 있다. 이 충전소는 세계 최초의 국회 내 수소충전소다.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수소 충전 시연을 하고 있다. 이 충전소는 세계 최초의 국회 내 수소충전소다. [뉴스1]

조금씩 달랐지만, 수소경제 선진국의 공통점 3가지를 꼽자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민간의 활발한 투자, 규제로부터 자유였다. 한국은 올 초부터 국가 주도로 수소경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대차가 만든 수소차 ‘넥쏘’를 청와대 전용차로 채택할 만큼 적극적이다. 민간에선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현대차가 투자에 한창이다.
 
하지만 규제로부터 자유로운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단적으로 이날 문을 연 국회 수소충전소는 ‘규제 샌드박스(신제품·서비스에 대해 기존 규제 면제·유예)’ 1호라서 인허가부터 완공하는 데까지 7개월 만에 가능했다. 주변이 대부분 상업시설이라 주민 반발이 작고, 운영 비용을 현대차가 부담한 것도 한몫했다. 바꿔 말해 규제 샌드박스가 아니었다면 준공이 불투명했다는 얘기다.
 
수소차가 ‘피’라면 수소충전소는 ‘혈관’이다. 그런데 혈관 곳곳이 막혀 있다. 전국 충전소가 29곳인데 대부분이 주로 인적이 드문 외곽에 있다. 충전소가 있어도 잦은 운영 중단으로 100% 활용할 수도 없다. 서울 강남에선 유일한 양재동 충전소는 주말에 충전하기 위해 3~4시간씩 기다리기 일쑤다. 강원도에 충전소가 없어 춘천에서 100㎞ 떨어진 경기도 여주까지 충전하러 다녀왔다는 수소차 소유주의 사연도 본지를 통해 소개됐다.
 
서울 용산에 지으려던 충전소는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다는 이유로 구청 허가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 계동에 지으려던 충전소는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조건부 허가를 받는 등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국회 수소충전소 준공을 자축하기 앞서 왜 이제야 처음 도심 한복판에 충전소를 지을 수 있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수소경제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실질적인 수요자인 국민에게 수소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따라줘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최초’란 수식어가 ‘예외’로 들려서 하는 얘기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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