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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는 알겠는데 프리바이오틱스는 뭐지?

중앙일보 2019.09.10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54)

장 속에는 수십조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는 해로운 미생물은 거의 없다. [사진 pixabay]

장 속에는 수십조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는 해로운 미생물은 거의 없다. [사진 pixabay]

 
유산균을 대표로 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가 대세를 이루더니 이제 그 이름도 생소한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름 속에 '로'와 '리'가 다를 뿐 도통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이가 많다).
 
연일 종편과 홈쇼핑이 다투어 방송을 내보내고는 소비자를 유혹하는 바로 그 물질이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이라면서 우리가 먹어주지 않으면 이들 균이 굶어 죽고 장 건강을 해친다는 것처럼 선전한다. 정말 그럴까?
 
장 속에는 수십조의 미생물이 서식하며 이 중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것, 무해한 것, 해로운 것으로 보통 나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의 장 속에는 해로운 미생물은 거의 없다.
 
'기회성감염균'이라 하여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무해했던 것이 유해하게 작용하는 미생물이 있을 뿐이다. 이상한 음식이나 장에 어떤 변화(건강상태, 약물, 병원균)가 초래되면 장내 균총의 밸런스가 깨져 기회성균들의 수가 창궐하여 설사, 장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거다.
 
대장에 서식하는 균 중에서 인체에 유익한 균을 통틀어서 프로바이오틱스라 칭하나 보통은 유산균을 지칭한다. 한편 '리'가 들어가는 프리바이오틱스는 균이 아니라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물질의 통칭이다.
 
그런데 장내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물질은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 즉 식이섬유만이 아니다. 우리가 소화하고 남은, 혹은 소화되지 않은 영양성분이 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 그들 쇼닥터는 보통 이를 언급하지 않는다.
 
과당이 수백, 수천개가 결합한 다당은 아가베, 돼지감자, 야콘 등에 많이 들어있다. [사진 pixabay]

과당이 수백, 수천개가 결합한 다당은 아가베, 돼지감자, 야콘 등에 많이 들어있다. [사진 pixabay]

 
실제로 장내세균은 오히려 분해하기 힘든 식이섬유보다 미소화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더 좋아한다. 당연히 미생물의 종류에서는 따라 좋아하는 먹이가 다르긴 해도.
 
자 그럼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틱스는 무얼 지칭하나? 이름도 생소한 프락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이라는 것을 보통 든다. 이런 주장은 과당(fructose)이 6~7개 붙은 올리고당이 장내 유산균의 한 종류인 비피도박테리아의 생육을 촉진한다는 초보 단계의 연구결과에서 비롯됐다.
 
'프락토'라는 것은 프락토스, 즉 과당을 뜻하고, '올리고'는 당이 2-20개 정도 결합해 있는 상태의 탄수화물을 지칭한다. 프락토올리고당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프락토스(과당)끼리 어떻게 연결돼 결합해 있느냐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이런 결합양식에 따라 유산균의 이용성이 달라진다는 것, 즉 모든 식이섬유가 혹은 프락토올리고당이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과당이 수백-수천개가 결합한 다당(多糖)을 'fructan'이라 한다. 아가베(용설란), 돼지감자. 야콘 등에 많이 들어있다.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탄수화물들이다. 이들 다당이 장내 유익균의 생육을 촉진하는 것으로 주장하지만 실은 이 다당이 잘려서 나오는 올리고당이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올리고당을 먹을 기회는 별로 없다. 특수음식에 소량 들어있기는 하지만 양이 아주 적어 별 의미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판하는 상품은 이들 다당으로 부터 제조한 것들이거나 아니면 효소로 합성한 것들이다.
 
그럼 프락토올리고당은 어떻게 만드나? 프리바이오틱스, 이른바 프락토올리고당은 실제 자연계에 거의 없어 이들 제품은 위에 설명한 다당(fructan)으로부터 화학적으로 조제한 것들이다. 아니면 설탕을 원료로 하여 효소로 합성한 것이거나. 시판상품이 보통 물에 녹지 않는 분말로 나오는 걸 보면 올리고당이 아니라 다당인 fructan일 가능성이 높다.
 
'fructan'이건 올리고당이건 이는 어차피 인간은 소화할 수가 없는 당들이다. 이들이 소화되지 않은 채 대장으로 내려가면 이를 좋아하는 일부 유산균이 이를 먹고 숫자를 불린다는 주장이다. 믿거나 말거나다.
 
식물 유래의 'fructan'을 보통 이눌린(inulin)이라 부르고 미생물 유래의 것을 레반(levan)이라 칭한다. 이를 산이나 효소로 부분 가수분해하면 올리고당이 얻어진다. 7~8개의 과당이 붙어있는 프락토올리고당이 장내 특정 유산균의 생육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 열풍을 촉발한 실마리가 됐다.
 
프리바이오틱스를 많이 먹어 특정 유산균의 숫자만 늘린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프리바이오틱스를 많이 먹어 특정 유산균의 숫자만 늘린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 pixabay]

 
건강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00여종, 100조가 넘는다는 미생물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어떤 종류의 미생물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면 균형이 깨진다. 균형을 깨는 인자는 음식과 생활습관, 건강상태이다.
 
유산균이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프리바이오틱스를 많이 먹어 특정 유산균의 숫자만 늘린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산균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으며 유산균의 먹이를 매일 공급해준다 해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건강한 사람은 일상으로 유산균도 먹어줄 필요는 없다. 아니 상복하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논문도 많다.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 등 발효 음식에 일부 들어있기도 하고.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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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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