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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이어 홍콩 시위대 공격하는 중국 '인터넷 애국전사들'

중앙일보 2019.09.10 05:00
중국 네티즌들이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짤방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 [사진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이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짤방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 [사진 웨이보]

홍콩 경찰을 응원하자, 우리의 모국 중국을 수호하자.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에 대한 경찰의 기습체포로 홍콩 시위대와 경찰간 대치가 극에 달했던 지난달 31일.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인터넷 감시 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뚫고 중국내에서 사용금지된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해 홍콩 시위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었다. 
 
이들은 홍콩 시위대가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할 때 시위대를 비난하는 내용의 사진과 그림을 온라인에 뿌리며 여론을 선동했다. 개인방송 서비스 와이와이닷컴(YY)을 통해 시위대 비난 메시지 공유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기 위해 중국 네티즌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짤방'. 젊은 남여 그림 아래 "홍콩 경찰을 응원하자, 모국 중국을 지키자"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사진 웨이보]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기 위해 중국 네티즌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짤방'. 젊은 남여 그림 아래 "홍콩 경찰을 응원하자, 모국 중국을 지키자"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사진 웨이보]

 

쯔위 공격 애국전사, 홍콩 사태도 참전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홍콩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등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거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홍콩 시위에서 확인된 중국 '인터넷 애국전사'의 여론선동 활동의 주요한 특징으로 '띠바'(帝吧)와 '팬덤걸스'(Fandom girls)의 동맹을 꼽았다.
 
띠바는 원래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하지만 2015년 11월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가 한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모습이 방영되자, 띠바 회원들은 쯔위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온라인 공격을 자행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국수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쯔위 사건처럼 띠바는 대만과의 갈등에서 특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쯔위 사건 직후인 2016년 1월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당시 당선자의 신분으로 페이스북에 '국회의장 중립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띠바 회원들은 3시간여 만에 2만개가 넘는 비난 댓글을 쏟아붓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기 위해 중국 네티즌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짤방'. 대만과 홍콩을 비난하기 위해 대만과 홍콩으로부터 억압받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한 소설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 웨이보]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기 위해 중국 네티즌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짤방'. 대만과 홍콩을 비난하기 위해 대만과 홍콩으로부터 억압받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한 소설을 올리기도 한다. [사진 웨이보]

 

애국전사와 동맹 맺은 '팬덤걸스'의 등장

 
홍콩 시위사태 속에서 띠바와 '이인삼각'처럼 움직이는 '팬덤걸스'의 등장은 중국판 일베의 진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팬덤걸스는 모국인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행위를 온라인 상에서 벌이는 댓글부대를 말한다. SCMP는 중국 인터넷에서 왕리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는 한 대학생을 소개하며 그를 팬덤걸스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왕리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홍콩에 대한 좋은 면을 담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올린다. 홍콩 시위 관련 글을 찾아보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왕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대한 좋은 소식을 올려 나쁜 소식(시위 관련 글)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리의 #홍콩 해시태그 게시물에는 '사랑해요 홍콩' '사랑해요 중국' 등의 문구가 담긴 사진과 그림이 함께 올라간다. 그는 "(내게 있어) 중국을 지키는 것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를 지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올린 홍콩 시위대 비난 짤방.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사진과 함께 "어디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문구를 붙여 홍콩 시위대를 비난했다. [사진 페이스북]

중국 네티즌이 페이스북에 올린 홍콩 시위대 비난 짤방.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사진과 함께 "어디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문구를 붙여 홍콩 시위대를 비난했다. [사진 페이스북]

 
이같은 중국 인터넷 애국전사들의 여론 선동을 막기 위해 SNS 기업들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트위터는 홍콩 시위를 비난한 계정 20만개 이상을 정지시켰다. 악의적 정치활동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지당한 트위터 계정은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묘사한 사진과 그림을 올리는 등 여론 선동을 했다. 같은 시기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페이지 7개, 그룹 3개, 계정 5개를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에서도 중국 인터넷 애국전사들은 홍콩 시위대를 '바퀴벌레'로 묘사했다.
 
리우 하이룽 중국인민대학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부국장은 중국 인터넷 애국전사를 '팬덤 민족주의자'이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소통 실패가 낳은 사생아라고 규정했다. 
 
리우 부국장은 "SNS는 민족주의의 상징과 형태를 변화시켰고, 새로운 세대의 민족주의 운동이 발현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했다"며 "SNS는 집단 간의 차이와 오해를 줄이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돌 스타를 지키고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국가를 숭배하는 '팬덤 내셔널리즘'을 탄생하게 했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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