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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나 빼고 공정’으론 검찰 개혁도 없다

중앙일보 2019.09.10 00:09 종합 30면 지면보기
권석천 논설위원

권석천 논설위원

검찰 수사와 ‘내전’을 방불케 하는 대립 속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이유는 오직 하나다. ‘검찰 개혁’.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조국 장관의 검찰 개혁’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다. 우린 다시 본질적인 물음 앞에 서게 된다. 현 정부의 ‘검찰 개혁’으로 검찰은 개혁될 것인가.
 

‘과잉 수사’의 문제점 방치하다가
조국 수사에 “권력기관 오만 확인”
반성과 함께 개혁 방향 전환해야

우선 이번 사태를 돌아보자. 거듭 확인된 것은 논쟁이 사라진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어느 쪽도 논리를 갖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단편적인 사실이나 발표, 입장이 나올 때마다 “그것 보라”며 공격하고 힐난하는데 몰두했다. 언론 역시 수사 상황을 퍼다 나르고, 의혹을 제기하는 ‘단독’ 경쟁을 벌였을 뿐 구조적 문제를 짚어내는 심층 보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논쟁 없이 논란만 커지고, 확인되지 않는 의혹이 산처럼 쌓여갈 때 쉽고 빠른 해결을 원하게 된다. 늘 그렇듯 교착 상태를 치고 들어온 것은 검찰이었다. 사회적 논쟁의 부재와 검찰의 권력화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상대 진영의 비리와 위선을 벗겨낼 ‘속 시원한’ 수사에 환호하는 마음들이 모여 검찰 중독을 만들고, 정치검찰을 만들고, 검찰정치를 만든다.
 
조 장관 수사 착수를 결정하는 순간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의 취임사 키워드 ‘공정한 경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문제는 윤 총장의 공정함에서 ‘검찰’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인 검찰은 수사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 검찰이 끼어드는 순간 정치는 공포 드라마가 된다. 그는 과연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취임사 중)했을까.
 
검찰에 대한 여권의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개혁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박상기 법무부 장관) 옳지만 틀린 말이다. 현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오만을 방치한 건 이 정부와 여당이었다.
 
현 정부 출범 후 검찰의 ‘적폐 청산’이 국정의 한 축을 맡아온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과거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은 수사의 비중을 줄이고, 제도 개혁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치검찰의 숙주 역할을 해온 특수 수사와 퇴행적 검찰 문화를 시정해야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온 검찰 개혁안 역시 문제의 핵심인 특수 수사는 비껴갔다. 윤석열 총장 취임 후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특수통들이 대검·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을 장악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안톤 체호프) 검찰 지휘 라인이 특수통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수사의 에너지는 어디로든 분출되기 마련이다.
 
검찰 수뇌부로선 “우린 해오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반대쪽을 수사하면 손뼉을 치다가 자기 쪽을 수사하면 “내란 음모 수사하듯 한다”고 해서야 되겠는가. 정부와 여당이 진정 검찰을 개혁할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방치했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개혁 방향을 재점검하고 과감하게 전환하겠습니다.”
 
조국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그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 담당자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만일 자신과 가족이 받는 수사의 문제점만 부각하려 한다면 시민들 가슴 속 허탈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검찰 개혁을 개혁하는’ 출발점은 이것이어야 한다. ‘나 빼고 공정’은 공정이 아니다. ‘우리 편 빼고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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