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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전날까지 고심…윤건영에게 “임명·철회 메시지 둘 다 준비하라”

중앙일보 2019.09.10 00:05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의 ‘48시간 고심’의 결론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었다.
 

조국 임명 긴박했던 막전막후
민주당 ‘적격’ 의견에 결심 굳힌 듯
임명식 배우자 안 불러 조국 배려

국회가 지난 6일 자정까지 조국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하지 않아 문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건 7일 0시부터다. 이 시각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과 임명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6일 오후 태국·미얀마·라오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위기관리센터에서 13호 태풍 ‘링링’에 대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 9시부터 조 장관 거취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7일 0시쯤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검찰이 조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의는 오전 1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발언하기보다 찬반 의견을 두루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내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파열음이 난 것도 6일 인사청문회부터다. “세력 간 대결에서 밀리면 끝”(수도권 중진)이라는 진영 논리가 당 내부를 압도해 왔지만 정 교수 기소 사실이 전해진 7일부터는 친문그룹 내에서도 “득실이 가늠되지 않는다”(비례대표 초선)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내 지도부에서도 “법사위 때마다 청문회장이 될 텐데 검찰 개혁을 밀고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7일 고심했다고 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부 측근들로부터 (임명에) 부정적인 의견들도 전달돼 대통령이 더 길게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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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8일 오후 4시 최측근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에게 장관 임명과 지명 철회 등 두 가지 상황에 따른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참모진의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조국 장관 거취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조국 장관의 임명 반대가 우세이긴 하나 찬성 여론이 반등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이런 결과를 보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윤 실장으로부터 초안을 받아본 문 대통령은 수정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즉, 밤 사이 결단을 내린 문 대통령이 초안을 바탕으로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고심하던 8일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선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장관 임명 ‘적격’ 의견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결심에는 당의 ‘적격’ 의견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측근은 “당뿐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고, 대통령에게 전달도 됐지만 분열상이 밖으로 표출돼선 안 된다는 당위가 작용했다”며 “과거 열린우리당의 분열 경험으로 인한 학습효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9시쯤 집무실에서 열린 참모진 티타임에서 최종 의사를 밝혔고, 임명장 수여식에서 라이브로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게 좋겠다는 참모진의 의견을 수락했다.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생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2시에 열린 수여식엔 이례적으로 배우자 없이 당사자들만 참석했다. 그동안 통상 부부가 참석했고, 배우자들에겐 꽃다발이 주어졌다.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를 청와대로 부르면 더 큰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했다.
 
심새롬·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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