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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위력 행사해 간음·추행…징역 3년6월 확정

중앙일보 2019.09.10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안희정. [뉴스1]

안희정. [뉴스1]

대법원이 9일 오전 10시 10분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에서 안 전 지사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안 전 지사에게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한 2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성인지감수성’ 재확인
피해자 진술 신빙성 있다고 판단
안, 진술 자주 바꾼 것도 유죄 근거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 김모(34)씨에게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간음·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지사는 그해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한 ①안 전 지사가 위력으로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 ②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점에 대해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으며 당시 판단의 근거로 삼은 두 가지 판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두 가지 판례는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난 이후인 2018년에 명확하게 판시됐다. 2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면서 다수 판례를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성인지감수성’ 판례다.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치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 성인지감수성 판례다.
 
이 판례는 한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를 받았다가 이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나왔다. 2심은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 내용 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해자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피해자 등 제3자의 문제 제기 이후 신고하는 경우도 있으며 ▶신고를 하고도 수사기관이나 법정 진술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꼽으며 이를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안 전 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도 성인지감수성 관련 판례를 판결문에 썼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런 법리에도 이 사건이 “정상적 판단 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 사이 사건이고,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볼만한 물리적 위력이 직접 행사됐다고 할만한 근거는 없다”고 판단해 다른 결론을 냈다.
 
항소심이 유죄 근거로 든 두번째 판례는 ‘피고인 진술의 모순점’에 대한 판례다. 이 판례는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논산 부부 성폭행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처음 명시적으로 판시한 내용이다. 2017년 충남 논산에서 남편 친구에게 성폭행당한 아내가 성폭행 피해를 호소했지만 1·2심에서 ‘연인관계’라는 남편 친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부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사건을 성폭행 혐의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강간죄에 대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할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합리성이 없고 모순돼 믿을 수 없다면 이는 법관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공소 사실의 간접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이 판례에 따라 안 전 지사가 진술을 여러 차례 바꾼 점을 지적하고 피고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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