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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장제원 아들 수사 경찰에 쏟아진 전화 600통

중앙일보 2019.09.10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박사라 사회2팀 기자

박사라 사회2팀 기자

지난 7일 오전 2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창전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몰던 벤츠 차량이 음식 배달을 하던 30대 운전자의 오토바이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였다. 가해자는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곳까지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국회의원의 아들 용준(19)씨의 음주운전 사건 전말이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음주운전 사건과 다르지 않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건 그 다음부터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한 30대 남성이 다가와 “장씨가 아니라 내가 운전을 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허위진술로 나중에 밝혀졌다. 누가 왜 장씨의 혐의를 뒤집어쓰려 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장씨를 귀가조치시킨 경찰의 행동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사건일지라도 중대한 사고가 아닌 이상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피해자는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혹이 명쾌히 해소된 건 아니다. 음주 운전 뺑소니는 구속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씨가 피해자에게 “우리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 등으로부터 전화가 600여 통씩 오는 바람에 도저히 응대를 할 수가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장씨 수사에 대한 넘치는 관심은 최근 고위공직자나 재벌가의 자녀 문제가 한국 사회를 휩쓰는 것과도 맞물린다. 조국 신임 법무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과 더불어 CJ그룹 장남이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사건 때마다 어김없이 딸려오는 ‘공정성’ 논란이다. 학교에서는 낙제점을 맞는 딸이 각종 장학금을 받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 인사들이 차례로 대학 총장에 전화를 하는가 하면 마약 밀반입이 적발된 재벌가의 아들을 검찰이 구속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는 등 보통의 부모였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유명인과 얽힌 사건에서도 공정성 시비가 따라붙는다. 경찰은 최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방문조사해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양씨 스케줄이 많은 점을 고려한 유동적 조치이니 특혜가 아니다”고 했지만 일반 피의자가 “바쁘니까 우리 회사로 방문 조사를 와달라”고 했다면 경찰의 반응은 어땠을까.
 
장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걸려온 600여통의 전화는 이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보여준다. 장씨가 음주운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힘을 빌리진 않았는지, 조사 과정에서 정말로 특혜는 없었는지 ‘의심병’이 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의혹들은 사실이라면 법적으로 처벌도 받을 수 있는 문제다.
 
“경찰의 현장 초동 대응이 국민 눈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는 게 있습니다. 이전부터….” 9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런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유명인 관련 사건마다 같은 논란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경찰이 철저한 수사로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다.
 
박사라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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