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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중국·인도인 “명절 음식요? 남편이 더 잘 만들어요”

중앙일보 2019.09.10 00:02 1면 지면보기
해외 명절 풍속도 명절(名節). 국어사전엔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라고 정의한다. 나라마다 명절이 있다. 외국인은 우리의 명절 문화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최근 우리나라 명절 분위기는 설에는 온 가족이 모였다가 추석엔 해외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성, 특히 며느리가 차례상과 음식 준비를 도맡는 문화는 여전해 세대 간 갈등의 불씨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한국에 거주하는 5개국 외국인에게 해외 명절 문화와 최근 변화상을 물었다.
 

중국선 아내를 손님처럼 대접
축제 왕국 네팔선 길거리 가무
인도선 신에게 행복·부자 기원

 
사진 왼쪽부터)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를 통해 서울 퇴계로에 있는 한국의집에 모인 안순화(중국), 수스마 타파(네팔), 선저이 쿠마르(인도), 제이넵(아제르바이잔), 모니카(볼리비아)가 추석을 앞두고 한복을 입어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를 통해 서울 퇴계로에 있는 한국의집에 모인 안순화(중국), 수스마 타파(네팔), 선저이 쿠마르(인도), 제이넵(아제르바이잔), 모니카(볼리비아)가 추석을 앞두고 한복을 입어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인은 수다 떨고, 부모님 용돈은 위챗으로”

중국 | 안순화(54·서울 묵동·중국어 강사)
한국에 추석이 있다면 중국엔 ‘중추절(中秋節)’이 있다. 음력 8월 15일 전후로 일주일간 쉰다. 이 기간엔 가족이 모두 모여 월병을 먹는다. 동그란 모양의 월병은 가족이 하나가 됐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의 큰 도시에선 명절에 남편이 요리를 많이 한다. 남자는 손이 커 양념을 팍팍 넣으므로 온 가족을 위해 대용량 음식을 만들 때 적합하다. 더 맛있게 잘한다. 중국에선 명절에 아내를 손님처럼 대접하고 남편이 요리할 때 아내는 수다를 떤다. 반면 농어촌엔 남성 중심 문화가 아직 남아 있다. 중국 명절 음식에서 물고기를 뺄 수 없다. 물고기의 발음이 ‘위(漁)’인데 이는 ‘여유 있다’(부자가 된다)는 뜻과도 발음이 같다. 식탁에서 생선 머리는 어르신을 향해 놓는다. 예전엔 현금을 어른께 드릴 때 빨간 봉투에 담아 드렸지만 요즘엔 위챗(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으로 보낸다. 명절에 부모님이 여행을 가도록 여행 패키지를 예약하는 모습도 생겨났다. 16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명절에 장보기부터 음식을 만들고 치우기까지 여성이 주로 맡아서 하는 게 놀라웠다. 내 남편이 한국인인데 명절에 일을 좀더 많이 하면 좋겠다.(웃음)
 
 

“온몸에 물감 뒤집어쓰고 나쁜 감정 씻어내”

네팔 | 수스마 타파(32·서울 노원동·주부) 
15일 동안 이어지는 네팔 최대 축제 ‘다사인’(9~10월), 5일간 까마귀·개·암소·수소·올빼미 등 동물을 숭배하는 ‘티하르’(10~11월), 힌두교의 봄맞이 축제인 ‘홀리’(2~3월) 등 네팔에선 축제의 연속이다. 특히 홀리 축제 땐 길거리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갖가지 색깔의 가루·물감을 온몸에 뒤집어쓴다. 이를 통해 나쁜 감정을 벗겨낸다는 의미에서다. 네팔에선 축제 기간에 온 가족이 모여 네팔식 김치를 비롯해 양고기·채소·닭고기 등 맛난 음식을 먹는다. 부부의 경우 보통 남편 쪽 집에 먼저 모이지만 음식은 남녀 가리지 않고 모두 같이 한다. 새 옷을 입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리, 촐로, 도우라·토피 세트 같은 전통 옷을 입는다. 예전보다 버스·렌터카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멀리 떨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이기 쉬워졌다. 4년 전 한국에 왔는데 명절에 자녀가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네팔에선 축제 기간에 부모가 자녀, 특히 딸에게 옷·액세서리 등의 선물을 준다. 돈을 주지는 않는다.
 
 

“가족끼리 단 음식 먹고, 인터넷으로 선물 사”

인도 | 선저이 쿠마르(31·서울 한남동·한국학 연구원)
힌두교인이 많은 인도에선 10월 27일 ‘디왈리’라는 대규모 전통 축제를 연다. 온 가족이 모여 촛불을 많이 켜고 힌두교에서 모시는 신에게 세상을 깨닫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이 축제 땐 가족이 모여 단맛 나는 음식을 나눠 먹는다. 요즘 인도 남자는 예전과 달리 축제 음식을 직접 만든다. 요즘엔 축제 때 나눠 줄 선물을 사는 방식도 달라졌다. 인터넷 쇼핑 문화가 발달해 인터넷에서 선물을 사 축제 전 미리 보내는 모습이 생겨났다. 인도인은 축제 기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전통 의상을 즐겨 입는다. 10년 전 한국에 와보니 한국인은 예쁜 한복을 평소에 입지 않고 명절·결혼식 때만 입는 게 의아했다. 또한 한국은 인도보다 도시화됐지만 효(孝) 문화가 강하다. 부모님을 공경하는 효 사상에 감탄했다. 그래서 이번 추석 때 나도 오로지 부모님을 뵈러 인도에 다녀올 생각이다. 한국 친구들한테 효 사상을 배우며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주 전부터 집 청소, 불 피워 나쁜 운 쫓아”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제이넵이 전통 탈을 구경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제이넵이 전통 탈을 구경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 제이넵(21·서울 신림동·대학생)
아제르바이잔에서는 2~3월에 ‘노부르즈’라는 명절을 보낸다. 4주간 매주 월요일 작은 행사를 하다가 3월 20일께 큰 행사를 개최한다. 큰 행사 전 4주 동안 집을 청소하고 ‘세케르부라바르라바’ 같은 단맛 음식을 만든다. 이 명절엔 고기·과일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또 모닥불을 피워 주변에서 논다. 한국의 강강술래처럼 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인다. 불이 나쁜 운을 태운다고 믿는다. 주로 남성이 불을 피우고 여성이 명절 음식을 만든다. 명절 기간엔 새 옷을 사 입는다. 돈보다는 옷·과일·과자 같은 선물을 조부모·부모 등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드린다.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에선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걸 봤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그런 문화는 없다. 고향에 갈 땐 주로 버스·자동차를 이용한다. 문화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명절에 해외여행을 가는 건 드물고 아직 국민 대부분이 고향에 간다.
 
 

“촛불 켜고 사다리 모양 빵 차려서 고인 초대”

볼리비아 | 모니카(54·서울 진관동·다문화 강사)
11월 1일 ‘토도스산토스’라는 명절이 있다. 명절 일주일 전에 빵을 다양한 모양으로 많이 만든다. 명절 당일엔 돌아가신 가족의 영정 사진, 꽃, 고인이 생전에 좋아한 음식을 상 위에 놓는다. 빵도 사다리 모양으로 만들어 상 위에 둔다. 고인이 하늘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음식을 먹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라는 염원을 담은 풍습이다. 만약 고인이 15세 전에 죽었다면 빵을 아기 모양으로 만들어 올려놓는다. 이날 낮 12시가 되면 촛불을 켜고 고인을 위해 온 가족이 기도한다. 예전엔 빵을 200개까지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 볼리비아의 젊은 세대는 그렇게까지 고생하려고 하지 않는다. 볼리비아는 대부분 부모와 자식이 가까운 곳에서 산다. 매일 같이 왕래하며 안부를 묻는다. 20년 전부터 한국에 살고 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멀리 떠나는 한국인의 모습이 처음엔 내게 생소했다. 볼리비아에선 명절에 용돈·선물 대신 빵을 나눠 준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촬영 협조=한국문화재재단 산하 한국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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