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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포스코 임단협 잠정합의...'민노총 공포' 때문일까

중앙일보 2019.09.09 17:17
포스코 노사가 9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복수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포스코 노사는 발 빠른 타결의 원인으로 철강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지목하고 있다. '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상생을 기반으로 합의했다는 뜻이다.
 

실적악화 우려한 노사 합의안
한국노총 주도해 발빠른 판단
경쟁적 관계 '민노총' 의식도
40·50는 '고용안정책'에 찬성

그러나 올해 임단협은 포스코 사상 처음으로 양대 노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양측의 미묘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대 노총이 경쟁 관계인 가운데, 교섭권을 쥔 한국노총 집행부가 사측과 타협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6시부터 포항·광양제철소 직원들을 상대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서 만족해하는 포스코 직원이 많다"며 "처음으로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한 것을 도로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정합의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2.0% 인상(자연승급률 2.4% 별도) △임금피크제 각 구간 급여 5%포인트 인상 △명절 상여금 100만원 지급 △복지카드 119만원으로 인상 △8시 출근 및 17시 퇴근 △자기설계지원금 월 10만원 지급 등이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앞에서 열린 19년 임단투 성공적인 쟁취를 위한 포스코 노조 상경투쟁에서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 앞에서 열린 19년 임단투 성공적인 쟁취를 위한 포스코 노조 상경투쟁에서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빠른 판단의 바탕에는 '민주노총' 공포증이 있다고 업계에선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 노조가 나란히 출범했다. 민주노총 계열이 지난해 9월 출범을 선언하고 조합원을 모으자 기존 기업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으로 확대 출범했다.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50년간 사실상 무노조 경영 상황에서 한꺼번에 양대 노조가 생긴 셈이다. 양측은 이후 교섭대표 노조 지위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민주노총 계열 '포스코 새 노조'는 지난해 11월 조합원을 3317명까지, 한국노총 계열인 '포스코 노동조합'은 6285명까지 확보했다. 노조가 2개 이상인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조합원이 더 많은 노조가 교섭권을 갖게 되므로 한국노총 계열이 내년까지 2년간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게 됐다.
 
이후 한국노총 계열은 교섭단체로서 사측과 발 빠르게 협상을 진행했다. 민주노총의 존재가 꺼림칙했다는 이유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지난해 9월 주도한 '인창원(인재창조원) 서류 탈취' 사건에 대해서 사측은 물론 한국노총도 거부감이 있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공기업이 모태여서 민주노총의 급진적인 투쟁방식에 조합원이 동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한국노총의 빠른 합의에는 한국노총에 가입된 약 9000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40대와 50대가 많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목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40대 이상 직원을 위한 고용안정책이 대거 포함돼서다. 
 
임금피크제는 만 57세부터 3년간 각각 임금의 90%, 85%, 80%를 받았지만 5%포인트 인상돼 앞으로 임금의 95%, 90%, 85%를 받기로 한 것이 예다. 
  
한 조합원은 “M(민주노총 집행부를 일컫는 은어)이 많이 죽었다. 가입비를 많이 냈지만 실제로 돌아오는 게 없다 보니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에는 나이 든 분이나 지금까지 많이 누려온 분이 많이 가입했는데 잠정합의안 조건이 나쁘지 않다 보니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철강업계가 직면한 위기도 신속한 잠정합의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업계 1위로서의 책임감도 잠정 합의를 끌어낸 이유라고 포스코는 설명한다. 
 
포스코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6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523억원)보다 14.7% 줄었다. 핵심 원재료인 철광석의 국제가격이 7월 초부터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이전까지의 상승분이 3분기에 반영되면서 실적악화가 예상된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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