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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3번씩이나 부탁했는데 뭉갰다”…박능후ㆍ박원순 겨냥한 국립중앙의료원장

중앙일보 2019.09.09 16:53
서울 중구 을지로의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의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이 16년간 추진해온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ㆍ서울시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 원장은 이전 문제 해결을 부탁했지만, 박 장관과 박 시장의 무관심 탓에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중단 공식화
복지부ㆍ서울시 "이전 협의 계속할 것"

'실세' 정 원장, 복지부 들이받은 양상
"이전 문제 이슈화하러 중단 선언 질러"

기능 강화 의료원 옮겨야 하지만 난관
정 원장 강한 반발에도 장기화 가능성

중앙의료원은 8일 예고 없이 실무팀 해체 등 원지동 이전 작업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전 부지가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 사업 주체인 복지부와 서울시의 결정 지연으로 행정력 낭비가 초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중앙의료원의 갑작스러운 의견 표명에 복지부와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양측은 경부고속도로 소음 문제, 공간 부족에 따른 추가 부지 매입 등을 두고 계속 실무 협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의료원은 더 이상 이전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정기현 중앙의료원장은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중앙의료원 조직 활성화를 위해 이전을 원했지만 진전된 게 없다. 이전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일부러 (중단 선언을) 질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는 복지부 산하기관장이 이례적으로 복지부를 들이받은 모양새다. 정 원장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모임 ‘더불어 포럼’을 창립하는 등 정권 실세로 통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중앙DB]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중앙DB]

특히 정 원장은 2003년 시작 후 16년째 지지부진한 이전 사업을 풀려면 실무진이 아니라 복지부 장관과 서울시장, 두 수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장관, 박 시장을 각각 3번 만나 부탁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 빼고 다 만났지만 아무도 결정을 안 해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지붕 아래 있는 복지부를 지적하는 발언에 더 날이 섰다. "세종·일산·파주 이전이나 현 위치(중구 을지로)에서의 개축, 의료원 옆 미군 부지 매입 등 다른 대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복지부는 (원지동 외에) 대안이 없다. 정 안 되면 원지동은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다른 길로 가자든지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그냥 뭉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일각에선 "정 원장이 지방 이전을 원해 일부러 원지동 이전 무산을 주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원지동 이전은 국민과 약속인데 (이전 중단은) 원장 개인 생각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울에 못 남게 할 핑계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프레임 짜기’라며 반박했다. 그는 "이전 무산을 선언했지만 지금이라도 복지부·서울시 협의가 마무리되고 원지동 이전 결론이 나면 어떡하든 따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의 중앙의료원은 기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향후 중앙감염병병원, 공공의대 교육수련병원 등의 역할도 맡게 될 예정이라 이전 또는 확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원지동 이전의 가장 큰 문제인 고속도로 소음 해결을 위해선 총사업비(4415억원)의 절반 가까운 2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병병원에 대한 주민 여론도 좋지 않다. 중앙의료원에선 원지동 진입 도로 사정 등이 좋지 않다는 점도 불만이다. 정기현 원장은 "국가중앙병원이 아니라 노인요양병원이 들어갈 만한 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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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당장 다른 지역 이전을 고려하기도 쉽지 않다. 2014년 복지부와 서울시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오랜 기간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원지동 부지 대금 700억원 중 400억원가량을 서울시에 지불했기 때문에 이전 포기에 따른 ‘매몰 비용’이 크다. 이 때문에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와의 이전 논의가 원만하게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결론을 지금 당장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앙의료원에서 성급하게 나선 면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에서도 "이전 부지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추가 매각할 계획이었다"(나백주 시민건강국장)는 반응이 나왔다. 결국 정 원장의 반발에도 중앙의료원 이전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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