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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는 북한 "셈법 바꾸라"...트럼프 향한 마이웨이 5종세트

중앙일보 2019.09.09 15:52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ㆍ미 협상이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 주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72일이 지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실무협상은 고사하고, 양측은 각각 대화의 테이블 밖에서 첨예한 말싸움과 압력으로 기싸움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뉴욕 채널을 통해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무협상을 위한 접점 찾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대화의 틀을 먼저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우리 의견대로 너희 입장을 바꾸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쏘아올린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쏘아올린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의 지속적인 러브콜에 북 군사적 위협, 외교적 움츠리기로 대응
미 "실무협상 준비 끝났다""트럼프 대통령 실망할 것"
북, 실무협상 무시ㆍ북미 외교장관 외면ㆍ
단거리미사일 발사ㆍ미사일 책임자 등용ㆍ유엔 관계자 철수 요구
실무협상 건너띠고 정상회담 직거래 원하나

미국측 협상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지 않거나 합의하지 않은 미사일을 시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현지시간 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어느 순간 자체적인 핵 능력을 재고려 할 수도 있다”는 압박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개인적 친분이 손상될 수 있다는 취지의 통첩성 멘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미국의 압박 강화는 북한의 ‘무대응ㆍ고슴도치식벼랑끝 전술’에 기인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①실무협상 거부 =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나 판문점에 갈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고 판문점으로 향해 ‘회동’이 성사됐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방한한 비건 대표는 북미 접촉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했다. 그는 방한 전 북측에 접촉을 요구했고, 북한 측의 응답이 없자 일정을 하루 늦췄지만 결국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비건 대표 등 미국은 "북한이 나오면 협상할 준비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ㆍ미 연합훈련(지난달 11~20일)에 강하게 반발했고, 비건 대표도 이를 의식해 훈련이 끝나는 날 방한하지 않았겠냐”며 “한미 훈련이 끝났지만, 북한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를 공개했는데 “김 위원장이 워 게임에 불편해한다”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나도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맞장구를 쳤지만, 북한을 움직이진 못하고 있다.
 
②이용호, 폼페이오 만남 원천 봉쇄= 8월과 9월 북한의 이용호 외무상은 두 차례의 출장을 돌연 취소했다. 지난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와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다. 당초엔 참석을 통보해 놓고 사후 취소하는 방식이었다. 북미 실무협상이 공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ARF 기간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북ㆍ미 외교장관 회담은 돌파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용호 외무상의 불참으로 만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 외무상은 오는 28일 유엔에서 연설도 계획했다. 북한이 유엔총회 연설을 신청해 28일로 날짜가 확정됐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불참을 통보했다. 대신 김성 유엔 대표부 대사를 내세우고, 연설자의 ‘급’이 낮아지면서 날짜도 30일로 조정되는 분위기다. 북한 내부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룰’을 중시하는 외교장관이 참석 신청뒤 불참으로 번복하는 건 아예 미국과의 접촉을 피하는 벼랑 끝 전술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 [중앙포토]

이용호 북한 외무상 [중앙포토]

③단거리 미사일 발사= 북한은 지난해 2월 12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를 통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의 뜻을 밝혔다. 같은 해 4월 27일과 6월 12일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두 가지 도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올해 들어 9차례 미사일을 쐈다. 미국이 민감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을 택했지만,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그러나 한국과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교란하는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위협을 과시하는 행위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4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④포병 책임자를 총참모장에 임명=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명목은 역대급 태풍 ‘링링’ 접근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총참모장을 포병국장을 맡았던 박정천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북한이 총참모장의 교체 사실을공개한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특히 전임 이영길 총참모장의 특별한 ‘과오’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포병 전문가를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히고 공개한 건 나름 메시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등이 한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전력”이라며 “이 분야의 전문가를 총참모장에 앉힌 건 미사일 개발과 함께 이를 활용해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노골적인 경고”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미사일 발사 실험의 성공에 대한 보상의 의미보다 미국에 던지는 '공격적인' 메시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군 서열 2위인 신임 총참모장에 오른 박정천 [사진 연합뉴스]

북한군 서열 2위인 신임 총참모장에 오른 박정천 [사진 연합뉴스]

⑤평양 내 유엔 산하기관 관계자 축소 요구= 여기에 북한은 최근 평양에 체류 중인 유엔 관계자들의 규모를 연말까지 축소해 달라는 서한을 유엔에 보냈다. 김창민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국장은 서한에서 유엔개발계획 소속 직원 수를 6명에서 1∼2명으로, 세계보건기구 소속 직원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현재 13명인 유엔아동기금 소속 북한 상주 직원 역시 1∼2명가량 줄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 직원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등 북한을 돕고 있는 역할이었지만 북한이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며 “시한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몸을 움츠리며 반감을 표시하는 고슴도치식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최근 이런 움직임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할 것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을 고려하면 북한이 실무협상 보다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이용해 직거래를 통한 담판을 통해 미국의 '셈법'을 바꿔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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