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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부 목숨 앗아간 잠원동 붕괴사고, 철거업체ㆍ건축주 등 ‘총체적 부주의’ 결론

중앙일보 2019.09.09 12:00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짜리 건물이 지난 7월 4일 오후 철거 작업 도중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짜리 건물이 지난 7월 4일 오후 철거 작업 도중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뉴스1]

지난 7월 발생한 잠원동 건물 철거현장 붕괴 사고의 원인은 ‘총체적 부주의’로 밝혀졌다. 경찰이 수사 전담팀을 편성해 서초구청을 압수수색 하는 등 2개월간 수사한 결과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잠원동 철거 현장소장과 감리를 구속 후 기소 의견으로, 건축주 등 6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사고 전부터 건물이 붕괴할 조짐이 있었음에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철거 계획대로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합동 감식 결과 이들은 철거 작업계획서와 달리 건물을 지지하는 잭서포트를 현장에 충분히 설치하지 않았다. 60개를 설치하게 되어 있었으나 27개만 설치되어 있었고, 사고 당일 20개가 추가로 설치됐다. 또 건물 4, 5층을 남겨둔 채 굴착기로 지상층을 철거하고, 폐기물도 한 번도 반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청에 제출된 철거공사 계획서에는 굴착기로 상부부터 4, 5층 및 지붕을 모두 철거한 후 1~3층을 철거하기로 되어 있다. 폐기물은 당일 반출이 원칙이다.  
 
이에 대해 현장소장은 경찰 조사에서 “공사장의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감식에 참여했던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크레인으로 포크레인을 올려 건물 위층부터 하나씩 철거했다면 깔끔하게 철거할 수 있다”며 “비용은 30만원 정도가 든다. 이를 아까기 위해 현장 관리자와 감리가 미친 행동을 했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해당 건물 붕괴 전날 3층 슬래브가 무너졌지만 안전 조치 없이 철거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결국 계속 쌓인 폐기물이 2층 바닥 슬래브에 집중돼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국과수의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소장과 감리, 굴착기 기사, 철거업체 대표와 건축주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들의 부주의가 총체적으로 결합해 건물이 붕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입건된 구청 공무원들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들의 관리 감독 소홀 부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했으나 현장점검 등 관리 감독 의무는 건축주와 업체, 감리에게 부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외부 법률 전문가와 상의를 거쳤으나 현행법상 구청 공무원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7월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타고 있던 차량이 건물 더미에 매몰돼 예비신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7월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타고 있던 차량이 건물 더미에 매몰돼 예비신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이 사고는 지난 7월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초구 잠원동의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 외벽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건물 잔해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4대를 덮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이중 사망한 이모(29)씨는 결혼 수개월을 앞둔 예비신부로 밝혀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씨의 유족 측은 건물주 등을 고소했고, 경찰은 이를 병합 처리했다.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축주와 감리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 건축물관리법이 내년 5월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는 건축물 해체가 신고사항이지만 법령이 시행되면 허가사항으로 변경된다. 경찰 관계자는 “법령 시행 전에도 공무원의 현장 안전관리 감독 강화 대책 마련을 관계기관에 통보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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