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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연관짓지 마라" 안희정 대법 판결에 손사래 치는 충청권

중앙일보 2019.09.09 11:51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자 충청권에서는 “이제 끝났으니 더는 연관 짓지 말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안타깝지만, 죄를 지었으니 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냐”는 냉담한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2월 1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등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등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도공무원 "2심 법정구속때부터 유죄 예상해"
지역 주민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당연한 결과"
한국당 "권력자의 파렴치한 이중행각, 석고대죄"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 3월 수행비서인 김지은(36)씨가 자신의 피해를 처음으로 공개한 지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를 상대로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인 김씨에게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도 “김씨의 피해 진술 등을 믿을 수 있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성명을 내고 “안희정 전 지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석고도 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안 전 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5·6기(2010~2018년) 두 차례 충남도지사를 지냈다.
지난 6월 1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상고심 유죄 확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상고심 유죄 확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권력자의 파렴치한 이중 행각과 강압적 성폭행이 엄격한 법 잣대에 의해 단죄된 것으로 사필귀정”이라며 “야반도주로 쑥대밭이 됐던 충남도정과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망연자실했던 도민들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충남도공무원노조 김태신 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이 뭐라고 입장을 내거나 논평을 낼만 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충남도청의 간부급 공무원은 “2심에서 법정 구속될 때부터 대법원 무죄판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충남도지사를 지냈던 분이 처벌을 받는 모습이 보니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충남지역의 한 주민은 “지난번 대통령 경선 때까지만 해도 충청권을 대표할 주자로 기대가 컸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정치인이 자신을 깨끗하게 지키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안 전 지사의 상고심은 애초 ‘성인지(性認知) 감수성’ 판결로 유명한 권순일(60) 대법권이 주심이었지만 연고 관계가 확인돼 김상환(53) 대법관이 대신 맡았다. 권 대법관과 안 전 지사는 같은 충남 논산 출신이다. 권 대법관은 이런 이유로 재배당을 요구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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