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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온 가족 모여 강강술래, 또래 사촌과는 씨름 한 판···한바탕 웃으며 즐기는 한가위

중앙일보 2019.09.09 08:30
음력 팔월 보름은 추석, 순수 우리말로 한가위입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보면 이미 신라 때부터 이날을 중요한 명절로 여겼음을 알 수 있죠. 고려에서도 9대 명절에 속했고, 조선시대에는 4대 명절 중 하나였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풍요를 기리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렸습니다. 이듬해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기원, 조상에 올리는 차례처럼 엄숙한 풍습도 있지만, 이날처럼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고 살기를 바라며 각종 놀이로 밤낮을 보내기도 했죠.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한바탕 놀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은비(서울 동산초 5) 학생기자·박수연(서울 우면초 5) 학생모델·이은채(경기도 명당초 5) 학생기자, 자료=국립민속박물관·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도움말=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참고도서=『민속놀이 지도자료』
 
 

추석의 유래와 의미

추석(秋夕)을 글자 그대로 풀면 가을 저녁이란 뜻이죠. 다른 이름으로 한가위·가위·가윗날·가배(嘉俳)·중추(仲秋)·중추절(仲秋節)·중추가절(仲秋佳節) 등이 있는데요. 우리말인 한가위의 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란 뜻이에요. 즉 오곡이 익는 계절 가을의 한가운데 달인 음력 8월의 한가운데 날, 또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란 말이죠. 가위를 한자로 쓴 것이 가배고, 중추 역시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이고요.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추석이란 명칭에 대해 “유교 5대 경전인『예기』에 ‘봄은 새벽달이 좋고, 가을은 저녁달이 좋다’는 말이 나오는데, 조선 후기 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추석날 달을 최고로 여기는 표현이 있다”며 “연중 8월 보름달이 가장 좋아 달 밝은 가을밤, 추석이라 불렀을 것”이라고 설명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 추석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이은채 학생기자·박수연 학생모델·김은비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 추석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이은채 학생기자·박수연 학생모델·김은비 학생기자.

봄에 씨를 뿌려 여름 내내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는 계절이고,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고, 농사는 거의 끝나 놀 만한 시간도 있는 이맘때. 신라 3대 유리왕(이사금)은 왕녀 두 사람에게 수도 안 여성들을 두 편으로 나눠 음력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길쌈(옷감 짜기)을 해서 진 편이 음식과 술을 대접하며 함께 놀았다고 합니다. 궁중에서는 8월 15일에 활쏘기 대회를 열었고요. 또 다른 유래로는 신라가 북쪽 발해와 싸우다 크게 이긴 날을 기념하다 명절이 됐다는 설, 신라 수로왕 능묘에 제사를 올린 데서 비롯됐다(『성호사설』)는 설이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추석에 특히 송편을 먹는 이유를 궁금해했는데요. 이 민속연구과장은 햇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이유부터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1년 농사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상님과 신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제일 먼저 거둔 햇곡식을 천신(신위에 올리는 것)하는 추수감사제의 의미가 있어요. 조상의 덕을 생각하며 제사에 정성을 다하고 자기가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이죠. 추석은 특히 보름달의 명절이기 때문에 달을 닮은 송편을 만들어 먹으며 풍년에 감사하고 건강을 비는 거예요.”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 송편. [중앙포토]

추석의 대표적인 절식, 송편. [중앙포토]

차분히 듣던 김은비 학생기자가 “근데 왜 보름달이 아니라 반달 모양이에요?” 물어봤죠. “달이 가득 차면 기울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둥글게 풍성해질 반달 모양으로 빚었어요.” 이어 박수연 학생모델이 송편 외에 다른 추석 음식에 대해 질문했죠. “대표적인 게 토란탕이에요. 토란은 흙 속의 알이라는 뜻으로 추석 무렵이 가장 맛있어서 시절 음식으로 차례상에 올렸죠. 고려 때도 추석에 토란탕을 먹었고, 『농가월령가』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절식으로 정착됐어요. 또 감·밤·대추·모과·사과·배 등 계절 과일과 햅쌀로 빚은 술이 있죠. 참, 추석 때 먹는 송편은 오려송편이라고도 해요. 오려는 올벼라고도 하는데 추석 때 맞춰 제일 먼저 추수한 쌀이죠.”  
이은채 학생기자는 추수감사제란 말에 주목했어요. “그럼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비슷한 건가요?” “맞아요. 이름이나 날짜는 다 다르지만 세계 각지에 한 해 추수를 기념하는 날이 있죠. 우리들이 추석에 다양한 행사를 치르고 즐겁게 놀듯 며칠 동안 축제를 열기도 하고요.”
 

다양한 추석 민속놀이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계절적으로 놀기 좋은 시기인 만큼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놀이를 즐겼습니다. 추석의 대표 민속놀이는 강강술래·줄다리기·거북놀이 등이 있고, 그 밖에 씨름·농악·닭싸움·소싸움·소놀이·활쏘기 등을 즐겼어요. 또 연중 가장 달이 밝은 날이라 저녁에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죠.  
“추석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달과 관련된 민속이 많습니다. 달은 우리 조상들의 우주관과 인생관,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의미를 가져요. 보름을 단위로 초승달에서 반달로, 만월로 옮겨가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생명이 성장하고 죽음에 다다르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 같죠. 그래서 생성-소멸-재생을 반복하는 달을 생명력 그 자체의 상징으로 생각했어요. 또 1년을 보름 단위로 나눠 절기를 정하고 그에 따라 농사를 지었죠. 그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에 풍년을 기원하고, 농사를 마무리 짓고 추수하는 8월 보름에는 그해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에 풍년을 감사하는 겁니다. 기쁨에 넘쳐 다양한 놀이도 하고요.”
대표적인 추석 민속놀이인 강강술래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국립민속박물관]

대표적인 추석 민속놀이인 강강술래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추석 하면 떠오르는 놀이인 강강술래는 1966년 국가무형문화재(8호)로 지정됐고,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요. 호남, 특히 전남 서남해안지방에서 놀았는데, 추석날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달이 솟을 무렵 넓은 마당이나 잔디밭에 모여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 처음에는 진양조(판소리에서 가장 느린 장단, 한 주기는 24박)로 느리게 부르다 차츰 빨라져 나중에는 마구 뛰게 되고, 장단에 맞춰 춤 동작이 정해져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창안했다는 설이 있는데요. 고대로부터 전해졌던 원무 놀이 형태를 이순신 장군이 전략으로 채택해 왜군을 격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노는 강강술래는 대표적인 여성 단체놀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단체놀이에 줄다리기가 빠질 수 없죠. 줄다리기는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놀이 중 규모가 가장 크며, 추석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과 단오에도 즐겼어요. 한 마을 또는 몇 개 마을이 연합해 동서 혹은 상하로 편을 짜거나 남녀로 편을 나눴는데요. 각 팀의 규모나 줄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았죠. 보통 짚으로 새끼를 꼬아 줄을 만들지만 강원도 산간 등지에선 칡을 사용했어요. 경남 영산 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 26호)의 경우 줄의 굵기는 70cm, 길이는 100m나 되고, 충남 기지시 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 75호)의 경우 줄의 굵기 1m, 길이 200m에 달합니다.  
줄다리기는 전국적으로 했던 단체 민속놀이로 지역마다 형식이 조금씩 달랐다. 사진은 국가무형문화재 75호인 충남 기지시 줄다리기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줄다리기는 전국적으로 했던 단체 민속놀이로 지역마다 형식이 조금씩 달랐다. 사진은 국가무형문화재 75호인 충남 기지시 줄다리기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은채 학생기자가 “그렇게 큰 줄을 어떻게 당기나요” 물었죠. “새끼를 모아 크게 만든 몸줄에 곁줄(벗줄)을 달아 여러 사람이 당길 수 있었어요. 몸줄은 하나가 아니라 암줄·수줄을 따로 만드는데, 긴 줄을 반으로 접어 머리 쪽을 둥글게 고리 모양으로 한 암줄과 수줄을 비녀목을 꿰서 연결했고요. 중간에는 곁줄을 달고, 끝부분에는 여러 가닥으로 나뉜 꼬리줄이 있었죠. 줄이 게 모양을 닮아 삼척 기줄다리기, 감내 게줄당기기의 경우 이름에 게가 들어가 있죠. 어깨에 줄을 지고 당기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줄다리기는 이기면 나라가 태평하고 지면 풍년이 든다는 식으로 승패보다 함께 어울려 노는 공동체 문화를 중요시했습니다. 줄을 만드는 재료도 집집마다 모았고, 다 같이 모여 줄을 만들고, 힘을 합쳐 줄을 당기는 동안에는 열띤 응원으로 흥을 돋우고요. 암줄·여성 편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말도 있는데요. 결혼하지 않은 남자도 여성 쪽에서 줄을 당겨 암줄·여성 편이 이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앞서 나온 4개에 의령 큰줄댕기기, 남해 선구줄끗기를 더해 6개의 줄다리기는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2015년)됐습니다.
장수와 무병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거북놀이. [국립민속박물관]

장수와 무병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거북놀이. [국립민속박물관]

이름만 듣고는 거북놀이가 도통 어떤 놀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학생기자단에게 이 민속연구과장은 소놀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어요. 멍석으로 거북 모양, 소 모양을 만들어 쓰고 농악대와 함께 이 집 저 집 찾아다니며 풍물놀이와 춤을 선보이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죠. 소놀이의 경우 마을에서 일 잘하는 머슴을 뽑아 소에 태워 마을을 누비기도 했는데요. 여름 동안 수고가 많았음을 위로하며, 상머슴으로 뽑히면 이듬해 새경을 많이 줬다고 해요. 소는 농사에 쓰이는 중요한 동물이니 풍년을 감사하는 데 어울리지만, 거북이는 왜 놀이에 들어갔을까요. 은비 학생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이 민속연구과장은 “거북이는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상징한다”며 “오래 살라는 기원”이라고 답했죠.
  

같지만 또 다른 추석 민속놀이

닭싸움 말이 나오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자연스레 한쪽 다리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는 포즈를 취했는데요. 추석 때 놀았던 닭싸움은 실제 소 2마리를 마주 세워 싸움을 붙이는 소싸움처럼 닭끼리 싸우게 시키는 겁니다. 싸움닭에게는 힘내라고 고기를 먹이고, 소싸움을 위해 마을에서 싸움소를 따로 키우기도 했죠. 둘 다 보고 즐기는 놀이라 내기도 많이 했고요. 현재는 많이 사라져 경남 청도·진주 등지에 소싸움만 남아있습니다.  
두 마리 소를 맞붙여 승부를 겨루는 소싸움은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즐겼던 추석 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두 마리 소를 맞붙여 승부를 겨루는 소싸움은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즐겼던 추석 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그 얘기를 들은 수연 학생모델이 지역마다 민속놀이가 많이 달랐는지, 또 사라진 추석 민속놀이는 뭔지 질문했어요. 이 민속연구과장은 “추석의 유래로 꼽히는 길쌈도 사라진 풍습”이라며 반보기를 예로 들었죠. “예전에는 시집온 며느리가 친정에 가기 쉽지 않았죠. 그래서 시집과 친정 중간에 경치 좋은 곳을 정하고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해 와서 즐긴 거예요. 또 요즘은 씨름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요. 씨름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그려졌을 만큼 옛날부터 즐겼고, 조선시대엔 김홍도의 씨름도 등 풍속화에도 나올 만큼 대중화됐죠. 일제강점기에도 계속 씨름대회를 했는데, 탄압을 받아 중단됐어요.”
명절 민속놀이에서 운동으로 나아간 씨름은 이제 추석에 TV로 안방에서 즐기는 경기가 됐어요. 달라진 민속놀이 모습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씨름대회 승리자인 백두장사, 한라장사에게 소 모양 트로피를 주잖아요. 옛날에는 진짜 소를 줬죠. 콩서리 같은 것도 추석 즈음 많이 했는데, 전에는 마을에서 한 동네 애들에게 간식 주는 식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도둑질이나 다름없어 하지 않죠. 세월이 지나며 바뀐 거예요. 또 전국적으로 놀았던 줄다리기만 봐도 줄 모양이나 놀이 방식이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죠. 같은 놀이라도 자연환경·생업활동에 따라 달라진 겁니다.”
씨름은 현재 민속놀이이자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즐기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씨름은 현재 민속놀이이자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즐기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그럼 신분에 따라서도 다른 놀이를 했나요?” 은채 학생기자가 이어서 물어봤죠. 공통으로 즐긴 놀이도 있지만 신분·성별에 따라 노는 것도 달랐습니다. 서당 방학 때 놀던 가마싸움·원놀이는 앞으로 벼슬을 할 양반 자제들이 했죠. 투호나 승경도놀이, 활쏘기 역시 양반·궁중에서 주로 하던 놀이였어요. 일반 백성들이 노는 풍물·씨름·강강술래·줄다리기 등은 양반들이 구경은 해도 참여하는 일은 적었다고 합니다. 활쏘기·씨름은 남성 놀이, 공기·그네 등은 여성 놀이였죠. 투호는 외출이 힘들었던 양반 여성들이 집 안에서 많이 놀았지만 남성들도 했고요.
다양한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민속놀이가 앞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 민속연구과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운을 뗐죠. “전통문화는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변형돼 전승되기도 하죠. 사회에서 필요로 할 때 남고 아니면 사라지는 거예요. 모습은 바뀌어도 그 안에 담긴 정신은 이어집니다. 옛날에 쌀·달걀·조기 같은 먹거리를 주고받은 것처럼 요새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선물을 주고받잖아요. 전통 민속놀이는 주로 자연친화적이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놀이지만 지금 그렇게 놀기는 어렵죠. 하지만 이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꿀 수 있어요.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거나 AR·VR을 활용하는 식이죠. 국가·지역문화재로 지정하고, 축제로 키울 수도 있고요.”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맨 왼쪽)과 추석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본 후 조상들이 썼던 투호·활 등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맨 왼쪽)과 추석 민속놀이에 대해 알아본 후 조상들이 썼던 투호·활 등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강강술래·줄다리기·씨름 등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듯 다른 민속놀이도 등재해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의 인류무형문화유산 20건 중 8건이 놀이와 관련됐죠. 이 민속연구과장은 “강릉단오제처럼 추석 자체도 등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어요. “단오는 기원을 따지면 먼 옛날 중국에서 온 풍습이지만 강릉이란 지역 특색을 잘 살려 지금까지 이어온 우리 문화유산이 됐죠. 성묘·벌초·송편 등 우리만의 독특한 추석 문화를 잘 살리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론적인 부분을 채우고 민속놀이 체험에 나섰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선 옛날에 민속놀이에 쓰였던 다양한 도구들을 살펴본 뒤 주사위를 굴리며 노는 쌍륙을 해볼 수 있었고요. 마당에선 투호와 제기차기를 즐길 수 있었죠. 추석 민속놀이는 단체놀이가 많아 이번 명절 연휴에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중 친구들도 추석 연휴에 한번 민속놀이로 놀아보면 어떨까요. 적어도 추석 저녁 휘영청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달맞이는 잊지 말기로 해요. 
 
연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이 떠 추석이라고 부른 한가위. 저녁에는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빈다.

연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이 떠 추석이라고 부른 한가위. 저녁에는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빈다.

추석 민속놀이 직접 놀아보자

강강술래

손과 손을 맞잡고 무리를 지어 둥근 원 모양을 만들어요. 목청이 빼어난 사람이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구 ‘강강술래’를 받아 부르며 둥글게 돌죠. 노래는 느린 가락의 진양조로 시작해 흥이 더해질수록 점점 빨라지는데, 늦은강강술래·중강강술래·잦은강강술래로 이어지며 이에 맞춰 동작도 바뀌어요. 1966년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에는 원무가 기본이었고, 여러 춤 놀이가 더해졌죠. 대표적인 춤 놀이는 고사리 꺾기, 덕석 몰이, 청어 엮기, 기와(지와) 밟기, 문지기 놀이, 닭살이, 남생이 놀이 등으로 농·어촌 생활을 장난스럽게 묘사했습니다. 강강술래의 노래 가사는 아무 노래나 4/4조 박자에 맞으면 부르며, 현장에서 바로 가사를 지어 불러도 돼요. 그중 민속학자 임동권 박사가 1965년 펴낸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자료’에 실린 진도 지방 강강술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술래소리는 어디로 갔나 강강술래 / 찾아 잘돌아온다 강강술래 / 달떠온다 달떠온다 강강술래 / 동창에서 달떠온다 강강술래 / 우리 님은 어데를가고 강강술래 / 달떠온줄 모르는가 강강술래 강강술래
강강술래 춤 놀이 중 하나인 ‘고사리 꺾기’는 산에서 고사리를 꺾는 모습을 따라 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강강술래 춤 놀이 중 하나인 ‘고사리 꺾기’는 산에서 고사리를 꺾는 모습을 따라 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남생이 놀이는 2명을 남생이로 정해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고 선창할 때 준비하고 있다가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로 받을 때 원 안으로 들어가 남생이끼리 서로 보면서 “촐래촐래가 잘 논다”고 3번 정도 부르며 갖가지 춤을 추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강강술래를 합니다.
고사리 꺾기는 둥글게 앉은 뒤 선두로 지정된 사람이 일어나면서 앞사람과 잡은 오른손을 놓고 첫 박에 왼발 둘째 박에 오른발의 순서로 디디면서 왼쪽으로 돌아 뒷사람과 잡은 팔 위를 지나 완전히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요. 선두가 넘어가면 뒷사람은 선두의 팔을 잡은 채 따라 일어나고, 선두는 다시 그 다음 사람의 팔 위를 넘는 식으로 계속 반복하죠. 산에서 고사리를 꺾는 모습을 따라 한 것으로 고사리 꺾자, 고사리껑기, 고사리 따기, 달넘기, 담넘는놀이, 고사리껑자 등으로 불려요.
강강술래에 포함된 춤 놀이 중 문지기 놀이를 하는 모습.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강강술래에 포함된 춤 놀이 중 문지기 놀이를 하는 모습.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덕석 몰이는 곡식을 말릴 때 까는 덕석(멍석)을 말았다 풀었다 하는 동작을 흉내 낸 거예요. 선두로 지정된 사람이 한쪽 방향으로 원을 돌며 똬리의 중심을 잡으면 안쪽에서부터 작은 원을 만들며 마치 멍석을 말 듯 돌돌 말아가며, 풀 때는 반대방향으로 원을 크게 그리면서 밖으로 나오죠. 말 때는 “몰자몰자 덕석 몰자”, 풀 때는 “풀자풀자 덕석 풀자”고 노래합니다.
문지기 놀이는 앞에 두 사람이 양팔을 들고 마주 잡아 문을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앞 사람의 허리를 잡고 한 줄이 되어 그 밑으로 빠져나가는 놀이예요.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주소”를 부르고, 문지기가 된 사람은 “열쇠 없어 못 열겠네”라는 노래로 답하죠.
  

가마싸움

경북 의성에 전해온 가마싸움은 추석에 훈장이 차례를 지내러 가 서당이 쉬는 방학 동안 서당 학생들이 놀았던 놀이예요. 두 편으로 나눠 각각 나무로 높이 약 1m, 세로 1m70cm, 가로 1m20cm 크기 가마를 만들고 앞뒤로 줄을 달고 아래에 바퀴를 넷 달아 끌면서 움직이게 하죠. 가마 속에는 원님 얼굴을 그려 넣고요. 총수기 1개, 부기 2개와 청룡·백호·주작·현무·청도(淸道)·영(令)를 쓴 깃발을 각각 2개씩 만들고, 사람이 많으면 청도기는 4개로 합니다. 가마 행렬은 영기·청도기·청룡기·백호기·주작기·현무기·총수기·공격대·가마·호위대 순이죠. 양편이 대치해 한동안 입씨름을 벌이다가 총수의 지휘에 따라 싸움을 시작해요. 상대의 기를 많이 빼앗고, 가마를 빼앗거나 가마끼리 부딪쳐 부수면 이깁니다. 가마싸움에서 이긴 편은 그 해 과거 시험에 많이 합격한다는 속설이 있죠. 또래 사촌들과 수수깡·나무젓가락 등으로 미니 가마를 만들어 겨뤄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제2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가마싸움' 공연 모습. [중앙포토]

제2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가마싸움' 공연 모습. [중앙포토]

이와 비슷하게 훈장이 없는 사이 원놀이를 하기도 했는데요. 공부를 잘하고 재치 있는 사람을 원님으로 뽑고 소송하는 사람, 소송을 당하는 사람으로 나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거예요. 모의재판과 같은 놀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해 볼 만 할 겁니다. 
 

거북놀이

경기도 남부와 충북 일부에서 주로 놀았던 민속놀이로 십장생인 거북처럼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고, 또 마을의 잡귀·잡신을 쫓는 데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친척 집에 찾아갈 때 응용해 봐요.  
수숫대나 왕골, 나뭇잎 등으로 거북 모양을 만들고 앞에 1명, 뒤에 1명이 그 속에 들어갑니다. 거북 목에 줄을 매어 거북몰이가 끌고 가고, 뒤에는 농악대가 꽹과리·북·징·장구 등을 치며 따라가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대문 앞에 서서 “이 동해 거북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면 집주인이 들어오라고 합니다. 집 마당에서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만석 거북아 놀아라/천석 거북아 놀아라/이 집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이 마을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 노래하며 춤추죠. 놀다가 거북이 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으면 거북몰이가 ‘쉬이’ 하고 손을 저어 춤과 음악을 중단시키고 주인에게 “이 거북이 동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고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합니다. 주인은 떡·과일·밥·반찬 등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주고요. 먹고 쉬다 거북몰이가 거북에게 “거북아, 음식도 먹었으니 인사나 하고 가자” 하면, 거북이 집주인을 향하여 넓죽 절하고 한바탕 뛰어놀다가 다른 집으로 갑니다. 이때 얻은 음식은 추석 음식을 마련하지 못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멍석을 소 모양으로 만들어 쓰고 농악대와 함께 풍물과 춤, 노래를 즐기는 소놀이. [국립민속박물관]

멍석을 소 모양으로 만들어 쓰고 농악대와 함께 풍물과 춤, 노래를 즐기는 소놀이. [국립민속박물관]

이와 비슷한 놀이로 경기도·황해도·충청도 지방에서 성행한 소놀이(소먹이놀이)가 있습니다. 멍석으로 거북 대신 소처럼 만들어 노는 거죠. 앞사람은 방망이를 2개 들어 뿔로 삼고, 뒷사람은 새끼줄을 늘어뜨려 꼬리를 삼아요. 소의 고삐를 잡은 사람은 “소가 배가 고파서 왔습니다. 여물과 뜨물을 주시오”라고 합니다. 농악대와 함께 돌아다니며 노는 것은 거북놀이와 같죠. 
 

조리희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추석 때 즐긴 줄다리기예요. 남녀가 편을 갈라 승부를 겨룬 게 특징이며, 여성 쪽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하죠.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남녀가 좌우로 편을 갈라 큰 줄의 양쪽을 잡아당겨 줄다리기하며 만약 중간에서 줄이 끊어지면 양편이 모두 땅에 자빠져 웃음을 자아낸다고 합니다. ‘마을을 환하게 해주는 놀이(조리희·照里戱)’라는 이름 그대로죠. 명절 한자리에 모인 친척들과 편을 나눠 하거나, 편을 나눌 만한 수가 되지 않는다면 한 명씩 겨루는 토너먼트로 즐겨도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 민속놀이 즐길 수 있는 곳

추석 연휴 민속놀이 즐길 수 있는 곳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우리나라 고유 명절 추석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내가 몰랐던 추석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점이 많았죠. 반보기처럼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추석 명절놀이도 알게 됐고요. 또 단순히 맛있게 먹기만 했던 송편이 감사하기 위해 먹는다는 근사한 이유가 있고,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만든 건 반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기 위해서라니 신기했죠. 앞으로 의미까지 담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웠습니다.   
김은비(서울 동산초 5) 학생기자
 
취재를 통해 추석 민속놀이에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민속놀이는 지역마다 다르고, 아주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오늘날과 다르게 예전에는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큰 행사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전에 투호와 활쏘기를 해 본 적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거든요. 이런 민속놀이가 계속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덕분에 오랜만에 한복을 입을 기회가 생겨 너무나도 기쁘고 설렜어요. 기대했던 한복도 입고, 추석 민속놀이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돼 뜻깊고 보람찬 시간이었죠.   
박수연(서울 우면초 5) 학생모델
 
유치원 땐 한복을 입고 명절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들어와서는 기회가 많이 사라졌죠. 이번 취재에선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 사라져 가는 민속놀이에서 조상의 지혜를 알아봤어요. 씨름·줄다리기·공기 등 여러 민속놀이 이야기와 유래를 배우고 오랜만에 민속놀이를 접할 수 있어 좋았죠. 또 민속놀이를 지속시킬 방법에 대해 질문했는데 놀이화·축제화하고, 무형문화재로 선정하는 등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다가오는 추석에는 가족들과 재미있는 민속놀이도 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문화와 전통 민속놀이를 보존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은채(경기도 명당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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