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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광화문광장 시민 합의 강조했다는데…완공 시기 연기?

중앙일보 2019.09.09 06:00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딥 서피스' 투시도. [그래픽 서울시]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딥 서피스' 투시도. [그래픽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관련해 “시민들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가 의견수렴 절차를 확대하면서 당초 제시했던 2021년 5월인 완공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서울토크쇼’서 소통 강조해
일부에선 “완공 시기 연기 검토하나” 풀이
서울시 “시민의견 폭넓게 듣겠다는 의미”

박 시장은 7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9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개막 행사 중 ‘서울토크쇼’에 참석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위상을 살리는 일”이라며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중앙정부와 약간의 갈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광화문시민포럼을 만들어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2년 이상 끊임없이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워낙 중요한 공간이다 보니 그만큼 장애도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의사와 합의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행정안전부, 일부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서울시와 행안부는 길게는 8개월, 짧게는 1개월여 동안 광화문광장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21일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김부겸 당시 장관이 이틀 뒤 “청사의 앞마당과 뒤편을 빼앗기는 것인데, 이러면 청사 자체를 못 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진영 장관이 취임하고 나서는 잠시 잦아지는 듯하더니 최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행안부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공문을 보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 “전반적인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황승진 행안부 청사기획과장은 “최근 한 달 간 서울시와 접촉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민연대·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단기간에 사업을 마치는 데 매몰돼 있다. 이러면 오세훈 시장 700억원, 박 시장 때 1200억원 투입에 이어 나중에 또 바뀔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국민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마다 서울시는 2021년 5월 완공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난달 긴급브리핑을 통해 “서울시로선 행안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지만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딥 서피스’ 투시도. [사진 서울시·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딥 서피스’ 투시도. [사진 서울시·뉴스1]

이날 박 시장의 ‘소통 확대’ 발언은 최근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가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완공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지난 4일 박 시장은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서 있었던 ‘노무현시민센터’ 기공식에서 진영 장관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서로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때도 서울시가 완공 시점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와 별개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광화문 앞 월대가 복원되면 창성동·청운동·부암동 등 일부 종로구민들의 교통 불편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됐다. 이에 따라 착공 시기를 선거 이후로 늦추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얘기도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일방적인 일정 연기라기보다는 시민과 정부 의견을 보다 폭넓게 경청해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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