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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ho & Why]“맹탕이다” “선전했다” 엇갈린 나경원의 ‘하루 청문회’

중앙일보 2019.09.09 05: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 관련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 관련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대전’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롤러코스터에 올라 탔다. 이틀(9월 2·3일) 청문회 합의→불발→하루(6일) 청문회 개최 과정을 거치면서 나 원내대표의 결정은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청문회 한국당 전략 부재 논란
기껏 ‘이틀 청문회’ 합의 뒤
증인없는 하루짜리로 전락
“검찰 덕에 간신히 비겼다”

지난달 26일 이틀(9월 2·3일)짜리 청문회를 받아냈을 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청문회 불발과 하루짜리 청문회 합의 때는 ‘전략 부재’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급기야 6일 청문회는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을 쓰기도 해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4일 오후 하루(6일) 짜리 청문회에 합의했을 때였다. 당내 반발이 빗발쳤고, 청문회에서 선수로 나서야 할 한국당 법사위원들조차 “굴욕적·백기투항식 청문회에 합의했다”(장제원)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체제 후 가장 분위기가 험악했던 날”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청문회 기간이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든 것 외에도 증인에 대해서 사실상 백기를 든 것도 논란이 됐다. 나 원내대표는 2일 오전만 해도 청문회 불발을 감수하며 “사랑하는 딸, 아내, 어머니라고 얘기하는데 그분들이 핵심 증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일 조국 후보자 측이 국회 기자간담회를 강행하자 그 뒤엔 “사랑하는 아내, 딸, 어머니 등 가족 증인을 저희가 양보하겠다”(2일 오후)→“더 이상 증인을 고집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4일)며 후퇴를 거듭했다. “이럴 거면 2·3일에 왜 청문회를 열지 않은 거냐”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나 원내대표의 ‘증인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빌미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증인들의 채택도 거부하는 논리로 삼곤 했다. 수시로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나 원내대표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놀리곤 했다. 결국 11명 증인을 채택하고 1명만 출석하는 상황을 낳았다. 
 
그렇다면 나 원내대표는 왜 6일 청문회에 합의했을까.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는 ‘정국을 돌린 한 수’라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첫째 추석 밥상머리에 조국 이슈를 오르게 한다, 둘째 9월 첫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을 막는다 등 두 가지였다. 하루(6일) 청문회를 수용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6일 청문회 덕분에 임명을 지연시켰고, 검찰도 조 후보자의 부인을 기소할 수 있는 수사시간을 확보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어 나 원내대표는 “2일 청문회가 무산된 이후 이틀 가량이 위기였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였고 여론의 관심도 식어갔다”며 “만약 청문회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 늦어도 귀국일이었던 6일 임명 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상적으론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이틀이 지난 8일까지도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6일 밤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 등 검찰의 수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교수에 대한 기소 전에 청와대에선 이미 “7, 8일 임명, 9일 임명장 수여, 10일 국무회의 참석”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6일 청문회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검찰이 4일 정 교수에 대한 기소 방침을 결정하고 소환조사를 검토했다가 되려 청문회가 합의되면서 이를 접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소환 통보를 하는 것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당 안팎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지도부나 태스크포스(TF) 안에선 ‘선전했다’는 반응이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워낙 변수가 많아 순간순간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며 “예전 같으면 후보자가 진작 물러났어야 할 정도로 많은 의혹을 끄집어냈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비호를 받으며 후보자가 버티는데 이것을 야당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TF팀의 한 의원은 “계속된 의혹 제기로 ‘청와대 vs 검찰’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냈고 학생들도 뛰쳐나왔다. 야당 입장에선 전투(청문회)에서는 이기지 못했어도 전쟁에선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도 7일 페이스북에 “이번엔 나경원 원내대표가 옳았다”라며 “청문회는 검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어 주었고 부인을 기소시켰다. 기소 후에 임명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귀막은 오기를 온국민이 더 잘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검찰 덕에 원내 전략의 실패가 가렸을 뿐이란 비판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는 자신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칙도 전략도 없었고, 원내대표가 갈피를 전혀 잡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예상밖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집요한 의혹 파기 덕분에 간신히 비긴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일 청문회 무산 후 3일 동양대 압수수색, 6일 청문회 직후 알려진 정경심 교수 기소 등 검찰의 움직임은 조국 정국을 되살리는 불씨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문회만 해도 일방적인 우세로 시작했는데 정작 민주당 측의 철저한 준비가 돋보였다. 청문회 중 지지자들로부터 ‘한국당이 조국을 장관으로 만들어준다’는 항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맹탕청문회를 열어준 것을 비판한 것은 (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생리를 야당이 전혀 모르고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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