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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잃게 때린 뒤 옷 벗겼다" 탈북했다 잡혀간 北주민 눈물

중앙일보 2019.09.09 05:00
[연합뉴스]

[연합뉴스]

“집결소에서 두 달 동안 감금돼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머리칼을 질질 끌고 가서 의자에 묶어놓고 때립니다. 너무 맞아 정신이 없을 때 옷을 벗겼습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6일 발간한 『2019 북한인권백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센터는 탈북민 증언을 토대로 2007년부터 매년 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4만5000명 이상이 겪은 7만3000건 넘는 피해 사건을 수집했다.
 
백서는 2010년 이후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열악한 구금시설로 인한 권리 침해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경북도에서 탈북한 여성 김모씨는 집결소에서 두 달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생리 생활할 때도 끌고 간다.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백서는 “김정은 시대 이후 북송된 탈북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처벌 강도가 높아지면서 구금 시설 내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17일 개막하는 제74차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의 내용과도 비슷하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해 9월~올해 5월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붙잡혀 강제 북송된 경험이 있는 탈북민 여성들을 면담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교도관들은 돈을 훔친 자를 찾기 위해 수감자들의 옷을 벗긴 상태에서 몸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성폭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질병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구타, 강제노동 중 사고로 인한 사망 등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재판 전까지 변호사를 만날 수 없고, 대부분 2~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다.
 
함경북도 출신인 유모씨 역시 백서를 통해 강제노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씨는 “그곳 생활은 정말 힘들다”며 “추운 것은 그저 견뎌야 한다. 뛰지 않으면 벌을 주고, 밤에 자다가도 시간과 상관없이 나무가 들어오면 간부 집 창고에 넣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센터는 2000년대 들어와서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1990년대에 비해 5분의 1로 줄었다고 보고 있다. 대신 2000년대 이후에는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피의자와 구금자의 권리는 더욱 악화됐다는게 센터의 판단이다.
 
특히 생명권 침해 사건은 2000년대에 비해 2010년 이후 발생 비율이 2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정권 안정, 사회질서 및 치안유지 정책 강화를 명분으로 한 비공개 처형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탈북자 윤모씨는 “2015년 내가 살았던 함경북도에서 두 명이 남한 교회 쪽과 연결됐다는 이유로 정치범으로 잡혀갔다”며 “중국과 밀수를 하다가 발각되면 교화를 가든가 돈을 내고 살지만, 한국 드라마를 나르거나 기독교 쪽의 심부름하는 사람들은 정치범이 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정치범들은 재판도 없이 차에 실려 간다”고 덧붙였다.  
 
어렵게 탈북한 뒤 인신매매꾼에 넘겨져 고생한 사연도 있다. 양강도에 살던 박모씨는 “차를 타고 어딘가 도착해 중국 돈 6만원에 팔렸다”며 “아무 곳이나 시집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3일을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집에서 ‘나를 사는데 돈을 들였으니 일도 잘하라’고 했다. 보위부 감시보다 더한 감시가 따라왔다”며 “북한을 떠나 자유를 찾자고 왔는데 더한 곳이었다. 빨래를 널러 나가도 식구들이 교대로 나를 감시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대해 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는 “2000년대와 비교했을 때 2010년 이후 건강권, 교육권 등 침해 사건은 줄어들었으나, 현재까지 다양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심각한 침해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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