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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택했던 '2030' 고학력 중국인 "위협·차별에 홍콩행 후회"

중앙일보 2019.09.09 05:00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에 장기 체류 중인 중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홍콩인이 중국의 억압에 저항하는 약자로 비쳐지지만, 이들은 자신들 역시 홍콩인에게 차별받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SCMP, 홍콩 이주 '강피아오' 인터뷰
지하철에서 표준어 썼다고 욕설 들어
홍콩 민주주의 가치 동경하지만…
시위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입장
외국인 인재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3일 “젊은 본토(중국) 출신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위치에 의문을 갖게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 내 중국인들의 고충에 대해 다뤘다. 이들은 입을 모아 시위 사태 이후 자신들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2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위자가 경찰에 의해 진압당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위자가 경찰에 의해 진압당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SCMP에 따르면 이들은 ‘강피아오(港漂‧홍콩으로의 이주를 뜻함)’라고 불리는 본토 출신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홍콩 정부는 수십년 간 이민부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의 고학력 2030 세대를 모셔왔다. 홍콩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12년 홍콩에서 7년 미만 거주한 중국인 7만 7000명 중 80%가 18~30세였고, 60%가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였다.  
 
홍콩 내 본토 출신 대학원생 협의회장인 쩡춘야는 SCMP에 가족 여행 중 불쾌한 일을 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최근 70세 아버지와 선전(深圳) 여행을 마치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다. 홍콩 MTR(지하철)에 앉아 만다린어(중국 표준어)로 말하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욕설을 하며 '홍콩을 떠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6월 26일 홍콩 시위대의 모습. 현수막에는 '홍콩 자유, 민주주의'라고 쓰여있다. [EPA=연합뉴스]

6월 26일 홍콩 시위대의 모습. 현수막에는 '홍콩 자유, 민주주의'라고 쓰여있다. [EPA=연합뉴스]

 
금융업에 종사하는 리온량은 “평화롭게 시위가 이어지던 초반에는 시위대를 지지했지만 이후 폭력이 발생하면서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대가 공항에서 중국 관영 매체 기자의 손을 묶은 채 억류한 사건에 대해 입을 모아 분노를 표시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에서 은행가로 일하는 엘리시아 리우는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에 이끌려 홍콩에 정착하게 됐지만 "폭력적인 시위"를 목격한 뒤 홍콩을 떠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는 "시위대가 공항에서 중국인 두 명을 불법 억류한 사건보다 더 끔찍한 것은 홍콩 사회 전체가 그러한 불법 행위를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지난달 31일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폭동진압 경찰이 지난달 31일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민주적 가치를 동경하면서도, 현재의 시위가 지나치게 과격하며 폭력적이라고 보는 홍콩 거주 중국인들이 많은 것이다. 본토 출신의 홍콩 영주권 소유자인 리온량은 "나는 홍콩을 좋아한다. 이곳에서는 본토와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홍콩 시위는 과격한 시위대가 공공 기물을 파손하고 법 집행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강피아오' 중에는 경력을 쌓기 위해 홍콩을 선택한 걸 후회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며 금융 허브의 기능이 퇴화하고 재능있는 외국인의 유입도 줄어들어 인적 네트워크가 약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중국 선전(深圳) 출신으로 스타트업 투자자로 일하고 있는 린 유시는 "홍콩은 금융계, 법조계, 항공산업 등 여러 방면에서 '그레이터베이(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는 중국의 주력 경제권역)' 지역의 리더 역할을 했는데, 이 역할이 쇠퇴한다면 (본토 도시인) 광주나 선전보다 비싼 생활비를 감당하며 홍콩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인의 홍콩 유입은 이미 감소 추세다. 지난 한 해 편도 입국허가증을 소지하고 본토에서 홍콩으로 유입된 인구는 10년 만에 가장 급격히 감소했다. 2017년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인구는 약 4만 1000명으로 전년도보다 1만 4700명이 줄었다. 
 
홍콩 싱크탱크 '일국양제 유스 포럼'의 헨리 호 회장은 "강피아오는 홍콩의 중요한 인재 공급원이었다"며 "이들의 이탈은 홍콩에 손실이 될 것이며, 시위가 장기화하면 본토 뿐 아니라 외국에서 오는 인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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