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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조국 장고'…민주당은 "적격 "전달

중앙일보 2019.09.09 01:00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8일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다. 전날부터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이른바 ‘대통령의 시간’이 시작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주말 이틀 동안 결정을 미룬 채 장고했다.
 

"귀국 직후 임명 재가" 기류 달라져
당정청 회의선 "결정된 것 없다"
청와대 "바깥에 말할 성질 아니다"
한국당 "임명 땐 정권 종말 시작"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끝낸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회의는 대외적으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고만 했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이 회의에는 이낙연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만 참석한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여론을 수렴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가 이 자리에서 '적격'이라는 당의 의견을 전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얘기가 오갔을 수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의 재가만 남았다”던 여권의 기류가 달라졌기때문이다.
 
이날 조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한 청와대의 첫 공식 반응은 오전 11시를 지난 시점에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현재 임명할지 여부 등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 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끝나면 어느 정도 갈래가 타질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회의 후 청와대는 “오전과 바뀐 게 없어 더 설명할 게 없다”는 입장만 내놨다. 언론을 통해 온도 차가 나는 발언이 나갈 경우 혼선을 줄 수 있다며 “할 말이 없다”는 쪽으로 입을 맞췄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등 당 지도부 의원들이 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후 4시엔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의 바통을 이어받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회의 후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과거와 같이 다시 정치 검찰로 복귀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몰이식 수사를 하는 검찰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함께 우려를 표했다”면서다.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 있었다. 큰 변화 없다”고만 했지만, 곧 “조 후보자 적격 의견이 다수였다”는 얘기가 여러 통로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당내엔 조 후보의 임명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의도된 '말 맞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흐름은 “태국·미얀마·라오스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귀국만 하면 조 후보자 임명을 재가할 것”이라던 여권 안팎의 관측과는 다르다. 문 대통령의 순방 기간 나온 “내란음모 사건 수사하듯 한다”는 식의 발언에서 보듯 주말 직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대통령의 인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8일 임명 재가→9일 임명장 수여→10일 국무회의 참석’이라는 시나리오도 언급됐다. 
 
청와대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오늘이 고비”라고 전했다. 결론을 정해 놓고 숙의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당장 임명하지 않고 회의를 거듭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때마침 민주당에선 “반드시 조 후보자의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를 상대로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당에선 “그간 인사권자의 뜻을 존중하며 청문 국면을 견딘 조 후보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국면에 변화가 생긴 건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법무부 장관이 빚어낼 정치적 후과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상관없이 관련 수사를 일정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조 후보자의 ‘가족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딸이 받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재판에 넘겨진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검찰 소환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을 꾸려 정 교수의 표창장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인 동양대 최성해 총장은 이날 “조사가 대략 마무리되는 중으로, 발표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9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한 조 후보자 임명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임명에 반대(46.8%)하는 여론이 찬성(36.2%)보다 높은(7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상황이라지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회에 조 후보자를 비롯한 6명의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 6일까지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기간이 지났으니 규정상 언제든 후보자들을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추석 연휴(12~15일) 전까지 ‘대통령의 시간’은 9, 10, 11일 사흘 남았다. 
 
권호·윤성민·김기정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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