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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처럼 작심하고 키운다, 중국의 ‘수소굴기’

중앙일보 2019.09.09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중국 장쑤성 루가오(如皋) 경제기술개발구 시내 곳곳에는 ‘수소경제 시범도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수소 에너지 산업단지’ 등 수소산업과 관련된 광고ㆍ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소를 뜻하는 ‘H2’와 수소차를 목초로 형상화한 상징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가오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2016년 ‘수소경제 시범도시’로 선정한 유일한 도시다. 빙에너지ㆍ앙스트롬ㆍ호라이즌 등 에너지 기업과 샐린ㆍ칸디 같은 자동차 기업 등 20여 해외ㆍ중국 기업의 생산 시설이 들어서 수소ㆍ신에너지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루가오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수소를 상징하는 조형물(왼쪽)이나 루가오가 수소경제 시범도시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해용 기자]

중국 루가오에서는 거리 곳곳에서 수소를 상징하는 조형물(왼쪽)이나 루가오가 수소경제 시범도시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해용 기자]

루하오 루가오 경제기술개발구 수소산업원 부주임은 “수소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친환경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는 수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라며 “시 차원에서 이런 잠재력을 간파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것이 수소경제 시범도시로 지정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말 열리는 국제연료전지차 대회(FCVC)에 맞춰 수소버스로 운영하는 버스 노선 운행을 시작한다”라며 “앞으로 수소 충전소 같은 기본 인프라는 물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공동주택ㆍ빌딩 등을 확대하면서 수소에너지를 실제 생활에 활용하는 단계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수소경제 현장을 가다③
UNDP 선정 ‘수소경제 시범도시’ 루가오
루가오 세계 유일 수소경제도시
버스·주택·빌딩까지 H2 에너지
상하이 등 양쯔강 일대 ‘수소특구’
한국·일본 추월, 시장 장악 가능성

 
루가오는 인구 100만명 정도로 중국 내에서는 작은 도시다. 2000년대까지 섬유ㆍ식품산업을 주로 했지만, 중국 내 다른 도시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어갔다. 그러나 2011년부터 ‘수소경제’로 주력 산업의 간판을 바꿔 단 이후 다시 발전하기 시작했다. 수소 에너지 관련 기업이 들어서면서 교통망과 편의시설이 빠르게 조성됐고, 인구 유입이 이어졌다. 현재 도시 곳곳엔 거대한 중장비와 트럭들이 움직이며 빌딩을 올리거나 도로를 넓히고 있다.
중국 양쯔강 삼각주 ‘수소회랑’ 계획.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중국 양쯔강 삼각주 ‘수소회랑’ 계획.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중국 정부도 지난해 루가오를 주요 축으로 상하이ㆍ난퉁ㆍ쑤저우 등 양쯔강 삼각주 지역을 ‘수소회랑’으로 지정하고, 수소 에너지 및 수소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루가오와 같은 수소경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 내에 이 일대에 50여개의 수소 연료 충전소를 구축하며, 신규 철도망과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이 수소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위해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계획을 수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쑤저우ㆍ장자커우ㆍ청두ㆍ닝보 등 주요 도시도 중국 정부의 로드맵과는 별개로 각자의 수소 산업 개발 계획을 세우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하이는 2020년까지 연료전지 관련 기업을 100개 이상 유치, 수소차 기술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한에는 중국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산업단지가 세워질 예정이다.  
 
스중구이 난퉁 빙에너지 생산부총리는 “수소 산업과 관련한 중국의 현재 기술 수준은 한국ㆍ일본을 비롯해 주요 경쟁국보다 다소 낮지만, 거대한 시장이 받쳐주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세계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수소 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같은 ‘수소 굴기’에 나서게 된 배경은 우선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수소 에너지는 기존 자동차나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 배출이 없다. 여기에 공정 중에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 수소 등 수소 생산량이 약 2200만톤으로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 중국의 희망사항과 산업여건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중국이 한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지난 6월 양회(兩會) 정부 업무보고에서 수소에너지 설비ㆍ수소충전소 구축을 공식 정책으로 내걸었다.
루가오에서 운행하고 있는 수소버스(왼쪽)와 자동차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다양한 수소전기자동차. [손해용 기자]

루가오에서 운행하고 있는 수소버스(왼쪽)와 자동차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다양한 수소전기자동차. [손해용 기자]

특히 중국이 속도를 내는 분야는 수소차다. 중국은 2016년 ‘수소차 발전규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세워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우선 일반 승용차보다 활용범위가 넓은 버스ㆍ트럭 등 상용차 위주로 수소차 시장을 키운 후 2020년부터 수소 승용차를 본격적으로 보급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뒤처진 중국으로서는 수소차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위퉁ㆍ칭니엔ㆍ지리 자동차 등 10여곳에서 최근 수소버스ㆍ수소트럭을 생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은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상하이화학공업지구 내에 8000㎥규모로 하루 2t의 수소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충전소를 열었고, 중국의 4대 택배업체 중 하나인 선퉁택배는 이미 수소 화물차를 물류 배송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트램(노면열차) 개발을 시작했던 중국중차(CRRC)는 2017년 3량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트램의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이는 이제 수소열차 개발에 들어간 한국을 앞서는 속도다.  
자동차박물관에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드론(왼쪽)과 루가오가 건설을 준비중인 '수소타운'을 보여주는 모형물 등이 전시돼있다. [손해용 기자]

자동차박물관에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드론(왼쪽)과 루가오가 건설을 준비중인 '수소타운'을 보여주는 모형물 등이 전시돼있다. [손해용 기자]

리바오퉁 난퉁 앙스트롬 R&D엔지니어는 “중국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술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특허도 다수 확보한 상태”며 “수소경제의 정착을 위해 수소차뿐 아니라 생산 및 운송ㆍ충전ㆍ활용에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중국의 ‘수소 굴기’가 무서운 이유는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정부가 밀어붙이면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전기차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각종 규제로 한국이 주춤한 사이 선진국에는 더 뒤처지고 신흥국에는 빠르게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현상이 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일리 탕 장쑤 호라이즌 행정경리는 “수소경제는 에너지의 기본 틀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산업구조의 변혁”이라며 “중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ㆍ석유화학ㆍ정보기술(IT) 등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고 강조했다.
 
루가오(중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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