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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목되는 비건 대표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 발언

중앙일보 2019.09.09 00:05 종합 30면 지면보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비핵화의 진전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한·미 동맹의 균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미 당국자의 언급이란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건 대표는 6일(현지시간) 강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해 주한미군 주둔을 감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과는 매우 떨어져 있다”면서도 “진전이 있을 때 사용 가능한 많은 전략적 재검토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긴장이 완화되면 우리 군대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일년 내내 훈련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말도 했다.
 
동맹의 방식과 양태도 안보 여건과 정세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건 대표의 발언은 원론적 언급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은 별개의 문제며, 비핵화 이후에도 동북아 힘의 균형 유지와 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억지 기능 등 주한미군의 필요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여태까지의 한·미 공통 인식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비건 대표의 말처럼 비핵화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북한의 진의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축론부터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우려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미국이 한국 정부를 동맹 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한·미 간에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이란 또다른 불씨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자세와 미국 고위 당국자의 잇따른 방한을 통한 한국 분담액의 대폭적인 인상 압력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만일 협상 과정에서 동맹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노출되면 가뜩이나 소원해진 한·미관계에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지난해 시작된 대화 무드 이후에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협이 줄어들기는커녕 최근 들어 한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 발사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강온 전술을 교묘하게 구사하며 핵무장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북한의 진짜 속셈이 아닌지 의구심을 늦추면 안 된다. 든든한 한·미 동맹의 유지가 안보 전략의 기본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협 억지의 차원은 물론이요,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 비핵화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협상 전략 차원에서도 득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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