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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찼던 도쿄 주변 뉴타운, 빈집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중앙일보 2019.09.08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33)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증가가 일본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pxhere]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의 증가가 일본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pxhere]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현상으로 사회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자료(총무성 2018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 수는 846만채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1963년 2.5%였던 빈집비율도 5배 이상 증가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4년 후인 2033년엔 빈집 비율이 3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 세대수도 감소하기 때문이란다.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빈집 증가는 외부불경제와 기회손실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 외부불경제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경제적 부담과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빈집이 늘어나면 환경을 악화시켜 지역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때로는 범죄의 온상이 된다. 당연히 지역의 주택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빈집에 잡초가 무성해 경관을 해치거나 노후화된 가옥이 파괴되고, 비위생적 환경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또 범죄자 등이 불법 침입하거나 쓰레기 투척, 방화의 원인이 된다. 빈집이 늘어나는 지역에 주택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자체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빈집증가는 기회손실 문제도 일으킨다. 건물을 해체하지도 않고, 이용도 하지 않으면 그 지역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기회손실이 발생한다. 빈집이 방치되면 주민세를 거두기 어렵고 빈집이 있는 곳에 주거환경 대책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의 교외에도 빈집이 늘어났다. [사진 pxhere]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의 교외에도 빈집이 늘어났다. [사진 pxhere]

 
최근 대도시권의 빈집증가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권의 교외에서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도시지역에도 고령화가 진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교외지역에서 고령자 증가와 함께 빈집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도쿄에서 취업해 결혼한 단카이 세대는 도심까지 통근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주거공간이 넓은 교외에서 살았다. 주택이 분양될 당시에 거주자의 연령대와 경제상황은 비슷했다. 입주초기에 젊은 세대로 꽉 차고 활기가 넘쳤던 거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리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고령자만 왕래하고 있다. 자녀들은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에 취업해 직장 근처 거주지로 이동하고 있다. 맞벌이하는 젊은 세대는 자녀를 보육소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통근에 불편한 지역은 기피하고 되도록 직장에 가까운 지역, 교외라도 역주변의 교통이 편리한 신축 맨션을 이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로 인해 도쿄의 교외지역은 인구가 감소하고 빈집비율은 전국 평균을 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직장이 가까운 도심지역으로 이동하고, 지역에는 고령자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고령자가 사망하면서 과거에 ‘꿈의 내집’은 폐허지로 변하고 있다.
 
교외지역은 젊은 세대가 떠나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치바현과 사이타마현의 교외와 중핵도시에서 과거 뉴타운 주택지의 중고가격은 250만~300만엔, 단독주택도 1000만엔 이하로 폭락했다. 1990년대 버블기에 4000만~5000만엔 정도였던 가치가 10분의 1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다마뉴타운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이 고도성장기에 돌입한 1960년대에 다마뉴타운은 도쿄도심에 들어오는 인력기반의 주택지로 개발됐다. 대형단지로 건설돼 왕성하게 일하는 젊은 세대가 일시에 대량으로 들어왔다. 같은 세대가 동시에 입주했기 때문에 일시에 고령화를 맞이하고 있다. 뉴타운이 건설된지 30년 후 1990년대 버블경제로 인해 땅값이 올라 입주자들은 다른 지역에 주택을 마련해 이사할 수 없었다.
 
이제 동시에 입주한 동일세대가 고령세대가 돼 고령화율이 크게 높아졌다. 고령화가 일시에 진행되면서 빈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역 주변에 건설된 신축맨션에는 젊은 세대가 들어오고 있지만, 역에서 10~20분 떨어진 단지는 주차장도 없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고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사이타마현 하토야마내 하토야마 뉴타운의 모습. [중앙포토]

일본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사이타마현 하토야마내 하토야마 뉴타운의 모습. [중앙포토]

 
1960년대 이후 사이타마현 모로야먀마치(毛呂山町)에도 주택단지가 건설됐다. 과거에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번화가였지만, 현재 평일 오후에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젊은 세대가 줄어들어 상점가는 점차 문을 닫고 있다. 역앞의 좋은 입지조건에도 주택의 신진대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도로와 주차장 면적이 좁아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이사오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유출되면서 인구 고령화률은 40%까지 늘어났다. 주민은 70대가 많고, 약 10년전부터 빈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녀와 동거, 간병시설로 입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빈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입주당시 연령대와 가족구성이 비슷한 세대가 입주했기 때문에 일시에 고령화되어 빈집도 크게 늘어났다.
 
하토야마마치(鳩山町)에는 1970~90년대에 분양된 하토야마 뉴타운이 있다. 이 지역은 사이타마현을 대표하는 뉴타운이다. 1990년대에 1억엔을 넘는 분양가는 화제가 되었다. 현재 이 뉴타운의 인구는 약 7000명 수준이고, 앞으로 계속 감소하여 2040년에는 약 5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오래 전에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넘었다. 주민이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빈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업시설도 계속 철수하고 있다.
 
지방에서 발생하는 고립화가 수도권 뉴타운에도 정착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인구구조를 보면 장래에 부동산 가치가 오를 가능성도 적다. 치바현 사쿠라시(佐倉市) 소메이노 주택단지는 1992년에 분양된 비교적 새로운 뉴타운이다. 버블의 여운이 남는 시기에 대지면적 60평, 건물면적 40평 규모의 분양가는 6000~7000만엔대였다. 분양 당시 3040세대 중 여유가 있는 샐러리맨에게 인기가 많은 주택단지였다.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도심지의 맨션에 살면서 뉴타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진 pixabay]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도심지의 맨션에 살면서 뉴타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제 거주자들이 대거 은퇴하고 있다. 인구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중고주택의 가치는 이전의 3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가나가와현 료쿠엔토시(緑園都市)에서도 1990년대초에 1억엔 이상의 가격으로 단독주택을 분양했다. 그 많은 중고주택은 현재 분양가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1990년대에 분양된 주택이 대출금액 이하의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뉴타운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젊의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맞벌이 세대가 증가한 요인이 크다. 맞벌이 세대는 자녀를 보육소에 맡기고 교외에서 도심으로 장시간 통근하기는 어렵다. 해외로 공장을 옮긴 도심지 공장자리에 건설된 초고층 맨션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 도심지의 맨션으로 이동하면서 주택수요의 중심이 도시교외에서 도심으로 역전되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는 도심지의 맨션에 살면서 부모가 살던 뉴타운에 돌아오지 않는다. 교외의 뉴타운은 고령자만 남아 살고 있고, 거주주택은 노후화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빈집이 늘어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또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국가에 주택에 관한 장기적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기적인 인구동태를 무시하고, 종합적인 계획도 없이 주택건설을 경기대책으로만 생각하고 오로지 신규주택을 계속 건설해왔다는 점이다.
 
전후 일본은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미증유의 주택부족난에 빠졌다. 주택이 대량 공급되어 1968년 주택량은 2559만채가 되고, 세대수는 2532만호 이상이 되었다. 그 당시 이미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장래 인구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968년 월간지 “인구문제연구”는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출생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전후 주택이 부족하였지만, 1968년에는 수적으로 충족되었다. 전체 인구동태를 보면 일찍부터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장래 인구감소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택을 계속 건설했다.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며 국가는 국민을 독려하였다.
 
LIFULL 홈즈 연구소장 시마하라씨는 빈집 문제는 냉장고에 계란이 남아 있는 문제로 표현한다. “계란을 좋아하는 자녀가 없어도 부모는 옛날 습관대로 슈퍼에서 싼 계란을 사온다. 당연히 전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냉장고에 남은 계란 중에 상태가 나쁜 계란이 나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일정량 이상 계란을 사지 말아야 한다. 즉 주택신축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상태가 나쁜 계란은 버려야 한다. 질이 나쁜 주택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계란 요리를 개발하여 먹는 방법도 있다. 즉 빈집을 이노베이션하여 새로운 가치를 높여 그 빈집을 사용할 사람을 불러들여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계란의 양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택건설을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부양의 도구로서 사용된 신규주택건설에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이 없으면 빈집은 필연적으로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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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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