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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3일 사랑이의 숭고한 희생…신장 기증 그후 4년

중앙일보 2019.09.08 08:00
지난 2015년 세상에 나온 지 두 달여 만에 뇌사에 빠진 사랑(가명)이가 만성 신장병으로 6년간 투병한 30대 여성에게 신장 두 개를 기증했다. *사진은 사랑이가 아닌 다른 환자의 이식수술 장면입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지난 2015년 세상에 나온 지 두 달여 만에 뇌사에 빠진 사랑(가명)이가 만성 신장병으로 6년간 투병한 30대 여성에게 신장 두 개를 기증했다. *사진은 사랑이가 아닌 다른 환자의 이식수술 장면입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30대 여성 천모씨는 3개월에 한 번씩 경기도 성남의 분당서울대병원을 찾는다. 지난 2015년 7월 이식한 신장(콩팥)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안정적인 기능을 유지 중이다. 그는 과거 신장병을 6년간 앓았었다.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만성이었다. 늘 호흡곤란과 구토, 투석이 따라 다녔다고 한다. 현재는 건강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천씨의 몸 안에는 생후 73일 만에 세상을 떠난 사랑(가명)이의 작은 두 개의 신장이 살아 있다. 사랑이는 태어날 때부터 뇌에 혈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곧 뇌출혈 진단이 떨어졌고, 뇌사 판정이 이어졌다. 사랑이 부모는 ‘장기기증’이라는 결심을 했다. 사랑이의 생명 일부가 다른 사람의 몸에서라도 살아남기를 바라는 숭고한 마음이었다. 
 

'떠났지만 남은' 기증자의 삶 기억 바라 

소아의 혈관 굵기는 일반 성인의 절반인 3∼4㎜에 불과해 이식이 상당히 상당히 어렵다. 서로 다른 굵기의 혈관을 연결해야 해서다. 신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연결 때 비틀림이 없어야 한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신장 기능 수치(크레아티닌 농도)가 0.9㎎/dL(정상수치 0.7~1.4㎎/dL)를 보이는 등 매우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이후 사랑이는 국내 최연소 장기기증자가 됐다. 현재도 변함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랑이 이식수술을 한 이태승 교수는 “‘떠났지만 남은’ 아기의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보다 많은 분이 기억하길 바란다”며 “그 숭고함을 본받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제작한 장기기증 부착형 홍보물 [사진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와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제작한 장기기증 부착형 홍보물 [사진 질병관리본부]

 

최대 9명 생명 구(9)할 수 있는 장기기증 

매년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생명을 구(9)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1997년 제정됐다. 9개의 이식 가능 장기는 심장·간장·췌장·신장(2)·폐장(2)·각막(2)이다. 높아진 관심에 장기기증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장기기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2745건에서 2017년 2810건, 지난해 2855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증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매년 새로 등록된 대기자는 2016년 3856명, 2017년 4258명, 지난해 4915명이다. 특히 뇌사 또는 사후에 자신의 장기·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생전에 밝히는 기증희망등록 서약률은 국내 인구의 3% 수준이다. 
장기기증의날 진행되는 생명나눔 페스티벌. [사진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

장기기증의날 진행되는 생명나눔 페스티벌. [사진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

 

1인당 평균 장기이식 대기시간 1137일 

이런 사정에 이식 대기자의 시간은 길어진다. 1인당 평균 장기이식 대기시간은 1137일(2014년 기준)이다. 신장의 경우 5년이 조금 못 되는 1822일이다. 이에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지난해에만 1910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5.23명이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여러 기증자의 사연이 소개돼 있다. 이현규씨는 지난 2012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 빠졌다. 자신을 똑 닮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세 명의 아이와 사랑하는 부인을 두고도 일어나지 못했다. 가족들은 아빠이자 남편의 사랑을 기억하며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현규씨는 자신의 신장과 간, 각막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현규씨 아내는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저와 같이 절실한 마음으로 회복을 바라는 환자의 가족들이 곳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그분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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