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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주말 장보려했는데, 4개 대형마트 다 문 닫아요"

중앙일보 2019.09.08 05:00

대형마트 의무휴업…맞벌이 불만 폭발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시행한다. [중앙포토]

대형마트는 2012년부터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시행한다. [중앙포토]

 
“온라인 쇼핑몰은 추석 전까지 배송이 가능할지 확신이 없고 과일 같은 일부 제품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데, 일요일에 집 근처 모든 마트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희 같은 맞벌이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거주하는 최 모 씨(39)는 형제가 번갈아가면서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올해 추석에는 본인이 음식을 전담하기로 했다. 7일까지 교대근무를 마친 뒤 8일 장을 보고 9일 출근했다가 10일 아침 일찍 귀향할 생각이었다.  
 
추석 직전 대목에도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요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진다. [중앙포토]

추석 직전 대목에도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강요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진다. [중앙포토]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창고형 대형마트 코스트코 송도점이 오는 8일 휴업한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8일 장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자 코스트코 상담원은 “8일은 코스트코 송도점 휴업일”이라며 “(가장 가까우면서 8일 영업하는) 광명점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코스트코 광명점은 최 씨의 집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이마트 연수점과 홈플러스 연수점, 그리고 롯데마트 연수점에 다급하게 전화를 했지만 3개 대형마트 모두 ‘8일은 쉰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신선식품은 상할 것 같아 미리 장을 볼 수가 없어서 미뤘는데, 모든 대형마트가 명절을 앞두고 주말에 일제히 쉬는 건 불합리하다”며 “도대체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무일 변경 두고 지자체 vs 마트 갈등

 
추석 직전 주말 문닫은 대형마트. [중앙포토]

추석 직전 주말 문닫은 대형마트. [중앙포토]

 
추석 명절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두고 불만을 터트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점포가 소재한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날짜에 맞춰 매월 2차례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문제는 서울·인천·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132개 지자체가 일괄적으로 둘째주·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추석 직전 일요일(8일)이 주요 대도시에 소재한 대형마트가 일제히 문을 닫는 배경이다.  
 
코스트코 매장 전경. [중앙포토]

코스트코 매장 전경. [중앙포토]

 
때문에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전국 189개 시·군·자치구에 추석 직전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인 9월 13일로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43개 지방자치단체만 휴무일 변경을 허가했다. 다만 대형마트가 휴무일을 다른 날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근로자의 명절 휴일을 보장하고 전통시장의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는 전제를 걸었다. 또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인구규모가 크고 대형마트 점포수가 많은 큰 지방자치단체는 대부분 휴무일 변경을 불허했다.
 
수원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해 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원시는 지난달 29일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을 한시적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가 이를 비판하자 다음날 입장을 번복·철회했다.  
 

“지자체는 왜 다 같이 쉬라고 강요하나”  

 
문닫은 대형마트. 사진은 2012년 의무휴업이 첫 시행된 시기 휴점을 알리는 이마트 천호점. [중앙포토]

문닫은 대형마트. 사진은 2012년 의무휴업이 첫 시행된 시기 휴점을 알리는 이마트 천호점. [중앙포토]

 
결국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289개 매장이 추석 연휴 직전 일요일(8일)이나 추석 직전일(12일)에 휴업한다. 이들 대형마트 3사가 전국에 보유한 매장(406곳)의 71.2%가 추석 직전에 휴업하는 것이다. 최 씨가 부랴부랴 올해 추석 차례상을 모두 온라인 쇼핑으로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최 씨는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눈으로 확인도 못하고 사는 것도 불안하지만, 주문한다고 모든 제품이 다음 주 월요일(9일)까지 도착할지도 미지수”라고 불안해했다. 그는 10일 귀향길에 오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 직전 일요일은 추석 전체 매출의 15% 이상이 팔리는 날”이라며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매출에 차질을 빚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고려해서라도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을 분산할 수 있는 제도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열린 의무휴업 지정 확대 촉구 기자회견. [중앙포토]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열린 의무휴업 지정 확대 촉구 기자회견. [중앙포토]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늘리는 법·제도를 개선하라”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들은 “대형마트 3사가 뻔뻔하게 명절 직전 의무휴업일을 명절 당일 휴업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며 “(현행 월 2회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 1회로 늘리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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