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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10월 위기설…소비세 인상보다 엔고가 복병

중앙선데이 2019.09.07 00:02 652호 12면 지면보기
일본 경제가 10월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10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비 1.8%(연율 기준) 증가하며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설령 소비세 인상 탓에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도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 내달 소비세율 2%P 올릴 계획
5년 전보다 인상폭 낮아 부담 적어
경제 위축 0.2% 수준 그칠 전망

엔화 강세로 일 기업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 성장 위축 악순환 우려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에도 한계

그런데도 일각에서 10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더불어 한·일 갈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등 일본 경제가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 무역마찰의 악영향이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관세보복 제4탄은 미국 소비자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금리 인하로 이를 만회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과거 경기 전환기의 금융완화 국면에서 5% 정도에 달했던 미국 정책금리는 현재 2%대에 불과하다.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기 어려운 데다 미국마저 다시 0%대 금리로 돌아갈 경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미·중, 한·일 갈등 복합적 리스크 직면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미·중 환율전쟁이 더욱 악화돼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작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세계 각국에서 빚이 늘었다. 각국 금융당국도 보호주의 확산과 더불어 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의 저신용 기업 채권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미 연준이 급히 금리 인상 정책을 수정한 것에서 보듯, 저신용 기업 채무 문제가 세계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한·일 갈등도 일본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면서 일본 지방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대규모 양적완화로 금리차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일본의 지방은행들이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월 1일에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이다. 엔고 현상에 따라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내수까지 위축돼 일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만, 이번 소비세율의 인상폭은 2014년의 3%포인트보다 낮은 2%포인트에 불과하다. 또 일본 정부는 식료품에 대한 경감세율, 가계에 대한 교육비 지원, 비현금 결제 때 포인트 혜택 등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가계소득의 실질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대응책을 다양하게 강구했다.  
 
이에 따라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 금액은 2014년의 8조엔 정도보다 적은 3조엔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일본 경제 위축 효과도 0.2~0.3%p 내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37개 일본 주요 연구기관의 평균 전망치(8월치 집계 기준, 일본경제연구센터)를 보면 일본 경제의 실질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률)이 4분기 -2.3%로 후퇴하겠지만 2020년 1분기 0.73%, 2분기 1.0%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문제는 2분기 성장률에서도 나타난 일본의 수출 악화다. ‘수출 악화→일본 기업 수익 악화→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지 우려된다. 2분기 GDP 통계에서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연률로 1.5%를 기록해 3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니혼게이자이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해 3분기 연속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한·일 갈등의 여파로 제조업은 물론 내수 중심의 비제조업 기업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전체 상장기업의 60% 정도가 수익성이 떨어졌다. 특히 엔화의 강세 효과를 감안하면 일본 기업의 수익성 악화 추세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중과 한·일 마찰, 세계 경제 둔화,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등으로 엔고가 얼마나 이어지고 심화될지에 따라 ‘일본 기업의 추가 수익 악화→설비투자 감소세 전환→경제 성장 위축’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아베 정부는 재정정책 측면에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강화했다. 이미 책정한 2조엔에서 금액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엔고 등의 경제 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집권 자민당이 추경예산을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베 내각은 경제 운영 방침에서 ‘해외의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해서는 기동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주저 없이 실행하겠다’고 명기하고 있다. 재정확대 정책으로 경제의 하강 압력에 어느 정도 버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동안의 양적금융완화처럼 파격적인 정책을 뛰어넘는 대책을 내놓을 여력은 미약한 실정이다. 대규모 양적금융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효과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영 악화라는 부작용도 있다. 엔저 현상이 이미 장기 추세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진행된 상황이라 앞으로 엔저를 유도하는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해외 경제 여건이 더욱 나빠지면 일본은행이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유도 수준을 현행 0~-0.2%에서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하거나 본원통화 증가량을 늘려 양적금융완화 확대로 대응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큰 효과를 낼 만큼의 추가 금융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부터 성장세 둔화 가능성
 
일본 경제는 올 3분기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다 4분기에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하는 등 전체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10월 위기설이 심리적인 부담은 되겠지만 국내외 불확실성이 돌발적인 위기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큰 파란은 피할 수 있을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경제를 둘러싼 복합적인 불확실성과 함께 세계 경제의 부진이 겹쳐 올림픽 경기 효과마저 사라지는 2020년 하반기 이후에는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0.5% 내외에 그쳐 2019년의 0.9% 안팎보다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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