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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급변 택시 피하다 행인 추돌, 택시 과실 100 추돌차 0

중앙선데이 2019.09.07 00:02 652호 14면 지면보기

‘블랙박스 몇 대 몇’ 한문철 변호사

지난달 중순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올린 ‘제주도 카니발 칼치기’ 사건 분석 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 변호사가 사건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중순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올린 ‘제주도 카니발 칼치기’ 사건 분석 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 변호사가 사건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블랙박스 몇 대 몇’으로 유명한 한문철(58) 변호사가 다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일명 ‘제주도 카니발 칼치기’사건 때문이다. 난폭 운전자에게 항의했다가 부인과 어린 자녀가 보는 가운데 운전자인 아빠가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지난달 중순 한 변호사는 이 사건 제보 영상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해 다시 만든 동영상을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 올렸다. 조회수는 100만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하려던 경찰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비접촉 사고 때 잘못 판단 사례 많아
피해자지만 과실 100% 인정 판결도

블랙박스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
객관적·공정한 경찰 초동수사 필요

특례법은 양심불량 촉진하는 악법
피해자 인권 존중, 엄하게 처벌해야

20년 전 ‘스스로닷컴’이라는 법무법인을 만든 한 변호사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교통사고 소송 전문가로 불린다. 지난해 말부터는 대중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한문철 TV’ 채널을 유튜브에 만들었다. 6000여 건의 교통사고 소송 경험과 하루에 100여 건 이상 들어오는 제보와 상담 사례는 ‘빅데이터’가 돼 그가 교통사고 민사소송에서 90%가 넘는 승소율을 자랑하는 바탕이 됐다.
  
‘제주 칼치기’ 피해자 40차례 접촉해 확인
 
한문철 TV에서 알린 제주도 카니발 칼치기 사건이 화제가 됐다.
“40여 차례 피해자 측과 접촉해 하나하나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전치 2주의 상처이지만 아이들과 부인 등 가족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는 평생 갈 수도 있다. 경찰은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려고 했다. 며칠 후 KBS 9시 뉴스에 이런 내용이 보도되면서 난리가 났다. 내 휴대전화에 100여 통이 걸려올 정도로 전화가 불이 났다.”
 
왜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봤나.
“단순 폭행에 재물 손괴죄 적용하면 벌금 70만원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정차 중일 때도 운전자를 때리면 특가법 위반으로 더 무겁게 처벌받는다. 차량 밖에서 때린 것이나 내부에서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도 가해자에 대해 특가법 위반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판사라면 일단 실형 선고를 할 것 같다. 몇 달 수감 생활을 하면서 반성할 기회, 징벌의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뒤 항소심에서는 집행 유예로 풀어주는 방식을 선택할 것 같다. 처음부터 집행유예를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나?
“지난 4월에 빨리 가지 않고 양보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뒤차가 시비를 걸어 사건이 벌어진 케이스다. 가해자가 앞차 운전자를 폭행했는데 삼각대가 들어있는 무거운 플라스틱 통으로 내리쳤다. 그런데 경찰이 상해진단서를 무시했다. 특수상해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특수상해는 징역 1년에서 10년에 면허취소 4년이다. 상처가 어느 정도 치료된 후인 한 달 후에 피해자 조사가 이뤄졌다. 벌금 70만원으로 끝났는데, 경찰이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이면 피해 회복이 안 된다. 경찰청이 감찰이라도 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변호사 생활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교통사고 소송만 맡았다던데.
“교통사고 소송만 6000여 건을 처리했다. 이 중 사망사고만 1300건 이상이고 식물인간이나 사지 마비가 온 중대 피해 사건도 1000여 건을 했다. 숱한 소송을 경험하면서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 25년 동안 손해배상 전담 판사들의 판결 유형도 대부분 파악할 정도가 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승소율도 꽤 높다고 하던데.
“97% 정도 된다.”
 
높은 승소율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소송 실익 여부를 빠르고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보험사에서 1억원을 준다고 하고 합의하자고 했을 때 소송으로 가면 더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0원으로 뒤집힐지 잘 판단해야 한다. 이길 싸움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통사고 소송은 내가 힘이 세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핵심을 집어내는 데 최적화돼 있다.”
 
블랙박스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
“선사시대와 문명시대의 차이가 날 정도라고 비유한다. 과거 교통사고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판단해 사건 보고서를 만들고, 검사는 거의 그대로 진행한다. 재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가다. CCTV도 목격자도 없는데 신호위반으로 사고가 났다. 사망한 운전자의 차량이 신호위반 차량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는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교통사고 소송 트렌드가 과거와 달라진 부분은 없나.
“요즘 판사들은 과감한 판결을 내릴 때가 더러 있다. 전에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0%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요즘은 피해자라고 해도 과실 100%로 판단하는 사례도 나온다.”
 
과실 비율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구체적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지난해 2월 인천에서 한 여성 차량 운전자가 3차로를 달리고 있었고 택시는 1차로에서 직진 중이었다. 그런데 전방에서 손님을 발견한 택시가 갑자기 3차로까지 훅 들어왔다. 택시를 피하려다 여성 운전자 차량이 행인을 추돌해 행인이 사망했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여성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하는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택시 과실을 100%로 보는 것이 맞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여성 운전자로서는 도저히 행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1심에서 여성에게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 여성은 무죄가 선고됐다. 보험사들이 여전히 과실을 따질 때 잘못 판단하는 것 중 하나가 이처럼 비접촉사고가 났을 때다.”
 
최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비판한 것으로 아는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악법이고 양심 불량 촉진법이다. 이 법 때문에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들이 가볍게 처벌받고 끝난다. 피해자 측에는 미안하다는 얘기 제대로 한 번 안 하고 보험 처리만 하면 다 해결된다. 교통사고는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다수의 사망자가 나는 등 웬만하게 큰 사고 아니면 가해자를 구속도 잘 안 시키고 집행유예로 끝날 때가 많다. 가해자의 인권만 강조되고 피해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경향이 많다.”
  
교통사고 소송 6000건 처리, 승소율 97%
 
강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이 관용을 베푸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서울 때는 무서워야 한다. 다른 분야에 비해 교통사고는 잘못한 만큼 처벌을 잘 받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2주 진단 나오면 보통 우습게 생각하고 대충 넘어간다.”
 
과거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이 줄지 않았나.
“1990년대에는 연간 1만2000명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지금은 연간 3000여명으로 줄었다.”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뭔가?
“90년대에 비해 차량 수는 두 배로 늘었는데도 사망사고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중앙분리대 때문이다. 중앙선 침범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90년대 중후반부터 전국 도로에 중앙분리대가 많이 만들어져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대형사고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속감지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고, 블랙박스가 대중화되면서 운전자 스스로 조심하고 또 서로를 감시하게 되면서 큰 사고가 줄어든 이유도 있다.”
 
대한민국은 교통선진국인가, 아니면 여전히 후진국인가.
“교통선진국 되려면 한참 멀었다. 좋은 차는 길거리에 넘치고 교통 인프라, 하드웨어는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교통 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보니 상담 의뢰가 많이 들어오겠다.
“내부 게시판에 사연들이 하루에 100여 건씩 들어온다. 지금 시각 기준으로 해도 답변해야 할 상담 건수가 280여 개다. 너무 많은 글이 올라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게시판을 닫아놓을 때도 있다.”
 
앞으로 계획은.
“축적된 수천 건의 소송 데이터, 게시판에 쌓이는 다양한 사고 사례 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기본적인 과실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에는 이를 인공지능 자동차에 접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술과 건강이 있으면 20~30년 후에도 같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구두 수선공처럼 매일 묵묵히 일하려고 한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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